힘들고 고된생활이 풍족한 현재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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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고된생활이 풍족한 현재 만들어
  • 박완신
  • 호수 0
  • 승인 2005.05.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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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장님….”
한국을 떠난 지 8년이 다된 수나르토씨(Sunarto Muhamad 35세, 인도네시아)는 자신이 근무했던 효인산업 이강수 대표이사를 보자 붉게 얼굴이 상기됐다.
만감이 교차한 수나르토씨와 이 대표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서로의 체온을 느꼈고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았다.
또 한번 수나르토씨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은 이 대표가 내민 한 장의 사진 때문.
연수초기 수나르토씨와 인도네시아 동료, 이 대표가 담긴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건네받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수나르토씨의 현재는 10년 전 효인산업에서 힘들고 고된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준비됐다.
1995년. 고등학교 졸업 후 자카르타의 치약제조공장에 근무하며 한달에 45만루피아(5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던 수나르토씨는 한국에서 외국인연수생을 모집한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부모와 동생 둘을 두고 있던 수나르토씨는 95년 11월 충북 음성소재 효인산업에서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한 수나르토씨는 한국음식이 맞지 않아 회사 측에서 월 10만원씩 지급한 식대를 가지고 한달 생활에 나섰다.
자신의 월급을 고스란히 모으기 시작한 수나르토씨는 2천달러가 모이면 본국으로 송금해 2년 동안의 한국생활에서 4천만루피아(1,300만원)를 모을 수 있었다.
“공장장님이 낚시를 가자고 했어요. 한 달에 한번 이상 주변에 있는 저수지로 낚시를 갔고 그곳에서 지금 운영하고 있는 수상레스토랑의 아이디어를 얻게 됐어요.”
인도네시아에서 900석 규모의 수상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수나르토씨는 인도네시아인 월평균 수입의 130배를 벌고 있다.
귀국 후 6개월간의 과일 유통상을 했던 수나르토씨는 한국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살려 관광지에 생선요리를 주로 취급하는 수상레스토랑을 차렸다.
1천5백만 루피아를 투자한 수나르토씨는 주변에 있는 수상레스토랑과 차별화를 위해 시설투자비에만 1천2백만 루피아를 쏟아 부었다.
수나르토씨가 내세운 경영전략은 최신시설에 값싸고 맛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다른 음식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향설비를 완비한 최신시설과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점이 생기자 호기심 많은 주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개업 후 3개월 가량은 홍보가 안돼 고생 많이 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시장에 간 일이 있는데 가게 홍보를 위해 판촉물 나눠주는 것을 봤습니다. 여기에 착안, 음료수 병에 광고전단을 붙여 판촉물로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또 사장님과 노래방에 간 경험을 살려 여흥을 좋아하는 인도네시아인들 구미에 맞게 최신 음향시설에 투자했습니다.”
이 같은 영업전략에 힘입어 수나르토씨의 수상레스토랑은 급격히 성장했다.
개업당시 80석 규모였던 음식점은 현재 900석 규모로 늘어났고 17명의 정규직원과 10여명의 아르바이트를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 생활 중 언어소통 문제로 애로를 겪었던 수나르토씨는 ‘빨리빨리’를 부르짖는 한국인들을 이젠 이해할 것 같다고 털어 놓는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때 자신에게 쏟아지던 욕설과 재촉의 의미를 경영자의 입장이 된 지금 알 수 있다는 것.
인도네시아 현지 종업원들에게도 ‘빨리빨리’의 의미를 가르친다는 수나르토씨는 한국 생활을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일처리 습관을 체득한 셈이다.
“힘든데 와서 고생하는데 돈 벌어 가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쓰지 말고 아끼고 귀국 후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라고 말합니다. 지금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도 만나면 ‘송금했냐’ ‘뭐 할꺼냐’를 꼭 물어봅니다.”
이강수 효인산업 대표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외국인 연수생 수나르토씨의 성공요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이 대표는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생활에서 주변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 절대 사업자금을 모을 수 없다고 충고한다.
이 같은 생각은 수나르토씨도 마찬가지. 착실히 미래를 준비하면 귀국 후 할 일이 넘쳐 난다는 것으로 달콤한 한국생활 유지를 위해서는 자국에서의 몇 년치 월급이 소모된다고 꼬집었다.
“아이들 교육 잘 시키고 싶습니다. 본인들이 원한다면 대학은 물론 유학도 보낼 생각입니다.”
3살과 1살 아들 둘을 두고 있는 수나르토씨 또한 부모로서의 자식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가난했던 예전의 걱정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 유혹을 뿌리치고 고객만족 경영에 전념하라”는 조언을 건넨 이강수 효인산업 대표는 “연수생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수나르토씨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 인도네시아에서 큰 성공을 이룬 산업연수생 출신 ‘수나르토’씨(왼쪽)가 지난 18일 과거 연수 업체인 충북 음성에 있는 효인산업을 방문, 이강수 사장과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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