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바우덕이 공연은 이제 안성에서 내로라하는 관광 상품이 되었다. 지난해 여름, 공연 첫 감상은 한마디로 장관과 전율이 일었다. 그날 애써 찾지 못한 다른 여행지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한 채 한해가 훌쩍 흘러가고 있다. 봄도 느껴보기 전에 찾아온 땡볕. 기온은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눈에 비치는 모습은 초록물이 들기 시작하고 산나물이 막 쏟아져 나오는 봄인데 날씨는 한여름이다. 이율배반감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잠시 머리 식히는 마음으로 안성으로 향한다.

안성에 흩어져 있는 청룡사, 석남사, 칠장사는 물론이고 용설 저수지 주변에 있는 춤꾼 홍신자가 운영하는 ‘웃는돌’이나 무천극단도 찾아볼 생각이다. 우선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석남사로 발길을 옮긴다. 석남사 가는 길은 여전히 한적한 아름다움이 풍겨난다. 마둔의 작은 저수지를 지나 진천으로 향해가는 구불구불한 배티고갯길, 그 중간에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석남사와 석남계곡이 숨어 있다. 찾은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이곳은 변하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석남사를 향해 올라간다.

석남사 길 - 봄의 꽃길

석남사는 안성의 대표적인 산이라고 꼽히는 서운산(547m), 동북쪽 기슭에 있다. 서운산 남쪽 기슭에 청룡사가 자리 잡고 있다. 석남사는 눈에 띄게 변했다. 돌담과 사천문은 물론 못 보던 건물도 생겼다. 두 개의 오층석탑이 있는 영산전은 보수공사중이고, 게다가 대웅전(유형문화재 제108호)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은 변해 있다. 탑부터 돌계단이 갑자기 넓어져 예전 아기자기하던 모습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대웅전 오르는 돌계단을 추억처럼 떠올리게 된다.
절집을 나와 천천히 산길을 따라 마애여래불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9호)을 찾아 산길을 오른다. 길지 않은 숲길.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무르익은 봄을 느끼게 해준다. 산길 옆으로 흐르는 석남계곡엔 머지않아 찾아올 여름철이면 사람들이 꽉 들어찰 것이다.
절집을 나와 청룡사를 찾기 위해 배티고개를 넘는다. 고갯길에서는 중앙골프장을 만나고 길을 넘어서면 배티성지가 있다. 이제는 새 길이 나서 성지는 다소 멀어졌다. 길목인 엽돈재고개에서 약수터 하나를 만난다. 엽돈재는 경기도와 충청도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계를 이루고 있다. 밤나무 밑에서 흘러나온다는 약수는 한바가지만 마셔도 10년은 젊어진다고 한다. 물을 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평택에 산다는 한 사람은 한달분량을 떠가는데 전혀 이상이 없단다. 물맛은 시원함 이외에는 별다른 맛이 느껴지진 않는다.
고갯길을 벗어나니 청룡저수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농업용수로의 명맥을 잃으면서 오리배, 수상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되었다. 한가롭게 즐기는 낚시객들을 뒤로 하고 청룡사를 찾는다. 주차장이 생겨나면서 훨씬 좋아 보이는 청룡사다.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우측에 수령 오래된 ‘회목나무’를 만나게 된다. 문화해설사를 찾아 기웃거렸지만 잠시 출타중인지 애석하게 만날 수는 없다. 대신 공양주보살이 아는 만큼 설명을 해주겠단다. 청룡사는 대웅전 안에 있는 청동종, 삼층석탑 등 귀중한 문화재가 보관되어 있으며 산신각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청룡사 - 남사당

청룡사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은 남사당 놀이패와의 연관이다. 하지만 보살은 그렇지 않다고 고갯짓이다. 그 연유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남사당과 연관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은 이곳이 1900년대부터 등장했던 민중놀이패 남사당의 근거지였다. 남사당은 겨울이 되면 청룡사에 와 둥지를 틀고 일손을 거들며 식솔들을 거뒀다는 것이다. 바우덕이도 당시의 남사당의 꼭두쇠였던 것. 오래 전 이곳을 찾았을 때 만난 마을 노인 분은 남사당과 대원군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안성시내의 ‘한량’들이 찾아와 놀이를 즐겼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통나무를 그대로 만들었다는 대웅전 기둥에 눈길이 가지만 그것보다는 청룡사와 남사당의 관계가 더 관심이 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부도밭 옆길을 따라 예전 남사당이 살았다는 불당골이라는 마을을 찾는다. 식당과 카페가 간간히 모습을 드러낸 그곳에도 남사당이 살았다는 마을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대신 저수지 밑에 있는 바우덕이 가묘로 발길을 돌린다. 그녀가 묻어 달라는 자리라고는 한다.

춤의 열정이 뜨거운 곳

안성 시내를 나와 다시 죽산으로 향한다. 7명의 도적을 교화했다는 혜소국사와 임꺽정과 스승 갓바치, 견훤의 이야기가 흐르는 절집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개 없는 철 당간지주를 비롯하여 보물 등이 산재해 있는 그곳.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용설 저수지에 마침표를 찍는다. 춤꾼 홍신자가 운영하는 웃는돌(031-675-0661)은 6월중순경에 공연이 펼쳐진다. 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무천극단에서도 극 준비 중에 있다. 이곳에 극을 펼치려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는 젊은 여자 극단주에게는 남다른 열정이 느껴진다.

■자가 운전: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안성 나들목을, 중부는 일죽을 통하면 된다. 석남사는 안성읍에서 들어오는 방법과 청룡사에서 충북 진천을 거쳐 배티성지로 넘어오는 방법이 있다. 안성읍에서 옥천교를 지나 진천 방면으로 이어지는 313번 지방도로로 11.4km 쯤가면 배티고개가 막 시작되는 지점에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있다. 이 도로로 1.3km쯤 올라가면 석남사이다. 배티고개 정상에는 중앙CC 입구가 있다. 또는 진천에서는 34번 국도를 서쪽(성환, 입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백곡저수지를 지나 진천기점 10km 지점에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313번 지방도가 있다. 이 지방도로를 8.5km 달리면 배티고개 정상이다.
■자가 운전:경부고속도로-안성나들목-안성읍내로 들어오는 38번 국도 이용. 중앙대 옆에 박물관-청룡사는 안성시내로 들어와서 57번 지방도 이용.
■별미집과 숙박: 석남사주변에서는 쌍둥이네 매운탕(031-676-1922)이 소문났다. 또 조대순 할머니 손두부(031-676-4267)집도 괜찮다, 청룡 저수지 주변으로는 매운탕집이 여럿 있으며 여우가 말했다(031-672-7626)라는 카페가 운치 있다. 칠장사 가는 길목에 있는 걸미골(031-674-1843)은 안성쌀밥 정식을 맛볼 수 있다. 숙박은 금광저수지, 용설 저수지에는 모텔이 있으며 곳곳에 펜션이 있다.
■여행포인트:태평무(031-676-0141-2, 안성시 사곡동)는 토요일 오후 4시부터 공연이 펼쳐진다. 남사당 전수관(031-678-2064, 안성시 보개면 복령리)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3시간(30분은 뒤풀이) 동안 남사당 풍물놀이 여섯 마당이 무료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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