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다. 2004년 6월 범정부차원의 서비스수출 증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서비스수출 증대대책’ 발표 이후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이나 복합무역의 추진 또는 선진통상국가 구현 등과 같은 최근 입안된 일련의 정책에서도 서비스수출은 필수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서비스수출 대책 마련을 계기로 일기 시작한 산업정책의 분위기 반전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그 동안 서비스의 중요성이 급증하는 경제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서비스 대책은 가뭄에 콩나듯 했다.

서비스산업 중요성 부각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세계 서비스 시장은 선진 각국들의 경쟁력 각축의 장이 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우리나라가 쌀시장 개방에 넋을 빼앗기고 있을 사이 세계의 경제는 서비스 시대로 완전히 이행한 셈이 됐다.
자원빈국이면서 시장조차 협소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12, 13위를 오르내리는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원동력은 주지하다시피 인적자원이었다. 그것도 매우 고맙긴 하지만 풍부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자원이다. 향후에도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을 활용한 경제정책을 기반으로 삼을 수밖에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자원빈곤국이기 때문에 부품소재산업이 취약하다. 부품소재산업은 다른 산업의 인프라를 형성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 번 바꿔 보자.
노동, 자본, 기술, 정보, 지식 등 지금까지 생산요소로 인식되던 것들은 이미 그 자체로서 무역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독립적인 서비스상품이자 타 생산품의 투입요소가 된다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 금융, 운송, 정보통신, 보건의료, 교육 등과 같이 기존 서비스 영역만을 서비스상품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다. 경쟁, 외환, 친절, 색상, 포장, 이미지, 브랜드 등의 요소들도 모두 서비스 상품이다.
또한 이들은 다른 상품을 생산하는 데에 소요되는 서비스 부품이기에 충분하다. 상품의 거래과정에서 각종 비용을 줄여주거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므로 곧 부품인 동시에 상품인 것이다. 서비스 부품에도 품질수준이 있고 규격도 있다. 이미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는 기술표준, 환경표준, 건설표준 등 품질인증 제도들은 서비스 부품의 품질수준을 향상시켜 준다.
무형의 부품이라 해도 품질 수준을 무시하면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이와 같은 시각으로 서비스에 대한 모든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 정부의 서비스 관련 정책들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려면 서비스 부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서비스는 인적자원에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인적자원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물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교육시스템과 같은 서비스 경쟁력 체계가 잘 가다듬어져 있다는 전제 하의 얘기다.

서비스를 전략 무기로

서비스 부품을 생산하는 데에는 별도의 생산설비를 요구하거나 막대한 거래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서비스 부품의 생산 및 수출은 중소기업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유연성과 섬세함을 특징으로 하는 중소기업이 글로벌 서비스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서비스 부품을 생산·수출한다 하여 정책적 고려사항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제조업 대비 상대적 차별성을 제거해야 함은 물론 서비스 부품의 품질수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서비스 스탠더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도 한국형 서비스 부품들이 글로벌 서비스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서비스 부문의 세계시장 표준을 먼저 점령하자는 뜻이다. 이 시대가 냉엄하기 그지없는 글로벌 경쟁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주변의 유무형 자원들은 어느 것 하나라도 지나칠 수 없다.
서비스 부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자. 그리고 서비스시장개방이라는 방어적 정책을 서비스수출이라는 공세적 정책으로 전환해보자. 서비스수출 증대를 위한 길은 험난하다. 서비스 수출드라이브 정책은 1970년대에 전개됐던 수출드라이브 정책보다 수백 배 더 험난할 수도 있다.

박 문 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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