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명의자와 사용자가 다른 일명 ‘대포폰'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대포폰은 사용자의 신분파악이 어렵다는 점에서 범죄행위에 악용될 개연성이 높고 이동통신업체의 통신료 피해만도 지난 2002년 이후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등 사회문제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경찰 등 사법기관의 수사는 유통책 단속 정도에 머물러 실제 ‘수요자'는 실태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불특정 대포폰 수요자가 확대 재생산되고, 관련 범죄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포폰 유통사례 =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5일 외국인 근로자 등을 상대로 대포폰을 판매한 혐의(사기)로 박모(34.무직)씨 등 4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신용불량자 관련 카페를 통해 만난 박씨 등은 지난해 11월초부터 한달여동안 자신들의 명의로 구형 휴대폰 24대를 구입,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대당 5만~10만원에 판매한 혐의다.
이들은 후불제 할인구매를 했기 때문에 실제 자신들이 든 비용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로부터 휴대폰을 구입한 외국인 근로자 등은 휴대폰을 무단 사용, 해외 통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9개 통신사에 수천만원의 통화료 피해를 입혔다.
앞서 부산 해운대경찰서가 지난 20일 유령회사 등의 명의로 개설한 대포폰 1천여대를 유통시킨 혐의로 구속한 홍모(51)씨를 조사한 결과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서 할인판매를 하는 휴대폰 대리점 50여곳을 돌며 “회사를 신설해 휴대폰이 많이 필요하다"고 속여 휴대폰을 대량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 의원이 지난달 상임위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 3월까지 대포폰 피해규모는 4만7천493건.
통신료 피해액은 289억6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02년 1만1천433건(59억원), 2003년 1만6천321건(102억원), 2004년 1만5천595건(103억원), 2005년 3월까지 4천144건(25억6천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책은 없나 = 대포폰을 근절하기 위해선 공급과 수요을 동시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법기관의 수사가 유통책 검거 등 ‘공급' 사이드에만 집중돼 있고 실제 ‘수요자'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입소문'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이런 수요가 다시 공급을 창출하는 형태로 대포폰 유통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경북경찰청이 입건한 피의자들도 모두 유통에 관여한 사람들로 대포폰을 이용해 통화료를 지불하지 않고 해외 통화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 근로자 등에 대해서는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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