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 경제신문에 ‘중소기업 생산인력 확보 초비상’이란 제하의 기사가 일면 톱으로 실렸다. 기사내용은 지난 2003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되기 전, 당시에 합법화 조치로 2년간의 체류기간 연장을 받은 외국인근로자들이 오는 6~8월에 만기가 돼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중소제조업 현장에 대체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한 극심한 인력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02년 8~9월의 신문기사를 한번 보자. 2002년 9월 4일자로 같은 경제일간지는 ‘인력난 신음하는 반월, 시화공단’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같은 해 2월에 시행된 불법체류자 자진신고기간에 신고한 외국인들이 2003년 3월까지 출국하게 돼 중소제조업체들이 문을 닫을 판이라고 기사를 내 보냈다.

정책 일관성 결여

같은 해 8월 13일자 D일간지는 ‘중기-건설현장인력대란/불법체류 근로자 떠나면…’이라는 제하에 2003년 3월로 예정된 강제출국 기한까지 외국인근로자들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공장을 빠져나가고 있어 언제 공장문을 닫을지 모르겠다는 중소기업인의 말을 인용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당시 강제출국일 얼마 전인 2003년 2월 17일자 H모 일간지는 ‘불법체류 외국인들 강제출국 시한 코앞-나가야하나, 버텨야 하나’라는 제하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불법체류외국인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외국인들의 ‘일단 버티고 보자’라는 기대심리를 적고 있다.
아무리 정권 교체기라고 해도 불과 일년 전에 정부가 한 약속(1년간의 체류기간 연장)을 뒤엎는 검토를 정부가 했고,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약속을 하면서 해당이 안 되는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단속을 통해 추방조치를 취할 것이고, 2년간의 합법화는 일회에 한한다고 천명을 했다.
현재의 상황과 2003년 3월 합법화 당시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흡사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2003년 그 이전에도 5~6회 반복됐던 적이 있다. 다시 말해 2~3년에 한번 꼴로 주기적으로 생기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학습효과라는 것이 있다. 제3국에는 우리나라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수많은 인력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기 위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법적으로 비자를 만들고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불법조직들의 존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취업대기자들’, ‘불법알선업체들’에게 한국은 어떠한 모습으로 비추어질까?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일본, 싱가포르, 대만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외국인근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라는 보고서가 있다. 외국인들에게 친절하고 코리안드림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고무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한국은 불법체류자의 천국’이라는 평판 때문에 얻어진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자, 이제 정말 그런지 한번 보자. 2003년 합법화 당시 구제받은 불법체류자(중소제조업 근무)는 약 8만 명이었고, 합법화조치 예외자가 약 11만 명이었다. 2005년 2월 현재 불법체류자의 수는 18만 8천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불법엔 단호한 조치를

이론적으로 보면 2년 사이에 불법체류자가 0명에서 18만 8천여 명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예외자들이 출국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체류자가 적어도 11만 명에 7만 8천명으로 순증했다는 얘기다. 정부정책의 오락가락으로 불법체류자의 수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국인력정책에 대한 원칙의 부재로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과거의 예를 따른다면 정부는 새로이 발생한 불법체류자 7만 8천 명에 대한 합법화 조치를 취할 것이고, 8월에 강제출국해야하는 9만 명의 인력은 어디로인지 모를 우리나라의 지하로 숨어 버릴 것이다.
결국 피해는 불법체류자를 사용하지 않는 정직한 중소기업인들, 신디케이트화된 불법체류알선조직의 횡포에 우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돌아 갈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공권력의 무시가 초래할 손해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고(물론 구두호로 그쳐서는 안됨) 중소기업을 진정으로 위하고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외국인력도입이 필요한 업종에 대한 합의, 불법체류자 대책에 대한 합의, 외국인근로자의 처우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외국인력도입의 타당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심 우 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