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기록적인 104세의 나이를 일기로 살다가 돌아가신 것이다.
모든 자손들이 이웃간에 사랑하고 형제 친척간에 우애가 돈독한 집안이다.
이 모든 것이 고인의 賢母德性이 家傳됨이라고 자자한 주위의 칭송이며 돌아가시기까지 한차례도 병원신세를 지지 않을 만큼 건강하셨다고 한다.

핵가족화 속 보기드믄 귀감

오남매의 자식들이 항상 즐겁고 반가운 마음으로 고인 모시기를 다하였다고 하니 요즘 얘기로 인기있는 할머니였다고 생각된다.
오늘날 핵가족화와 고령사회를 맞는 우리의 현실을 반추해 볼 때 머리 숙여 생각하게 되는 귀감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돌아가시는 날까지 현모의 품위로 당당히 그 자리를 지키셨다고 하니 자손들의 어른섬김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으며 이웃에 소문내야할 미담이라고 여겨진다.
고인의 영정 앞에 온통 백발의 칠순상주가 어머니를 외치며 슬피 기도하는 그 모습에서 효행의 표상인 중국고전에 나오는 老來子를 보는 것 같아 지금까지도 가슴 훈훈한 감동을 느끼고 있다.
“돌아가시기까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신세를 끼치지 않고 가셨는데 무엇때문에 부조금을 받겠습니까”하면서 부의금을 사양하는 자식들의 정중한 설명이다.
애경사가 즐비한 오늘의 세태에 비추어볼 때 이 또한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 여겨진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여러 가지 대소사를 과정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죽음의 행사를 가장 엄숙하고 각별히 여겼다. 그 가문의 盛衰와 자손들의 장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로서 부모초상시를 들 만큼 한 인간의 죽음은 그 삶을 총정리하는 대단원의 일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옥천당 김 할머니는 우리조상들이 예로부터 즐겨 써온 바람직한 다섯가지 복(오복)을 다 가졌다고 문상객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렇다!
의연한 어머니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면서 건강하게 천수를 누렸던 일대기나, 그 자손들의 봉친효행과 화목한 가문을 생각할 때, 나는 특별히 아름다운 考終命이라고 이름하는 까닭이다.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돼

또한 이러한 일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세속에서 결코 쉽거나 흔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혼자만 알고 지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마음이 들어 이렇게 짧은 글에도 용기를 내었다. 삼가 고 옥천당 김할머니의 아름다운 소천과 그 가정의 평안을 기원한다.

유 진 창
전남동부레미콘사업협동조합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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