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접하는 요리도 아니고, 예절도 다른 나라의 것이다 보니 테이블 매너의 길은 멀기만 하다. 식사 중 요리를 다루는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하자니 벌써 긴장이 된다. 그러나 언제나 해답은 하나,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일단 정찬에서는 식전주(食前酒)나 식사 중 와인을 즐긴다. 이 때 건배를 하기도 하는데, 글라스의 다리 부분을 오른손으로 잡고 건배 제의에 맞춰 글라스를 눈높이만큼 올렸다가 마시면 된다.
요리는 나오는 순서대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서 먹는다. 그러나 빵은 예외다. 빵은 처음부터 테이블 중앙에 2∼4인분 정도 바구니에 담겨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빵은 스프를 먹은 후 마지막 디저트가 나오기 전까지 각자의 기호대로 먹는데, 직접 손으로 옮기고 떼어먹는다. 몇 번 집어와도 되므로 한꺼번에 많이 가져오지 않는다.
메인 요리가 생선요리이면 레몬이 따라 나온다. 생선의 담백한 맛을 돋보이게 하고 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납작한 원형으로 잘라 나온 레몬은 포크와 나이프 몸체를 이용해 가볍게 눌러 즙을 내주고, 4등급으로 잘라 나온 레몬은 손으로 직접 즙을 짜면 된다.
육류요리는 왼쪽부터 자르고 한꺼번에 잘라 놓고 먹지 않는다. 톱질하듯 썰거나 너무 힘을 주어 접시 긁는 소리가 나면 결례다. 특히 육류 요리에는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데, 스푼과 포크를 이용해 각자 접시에 덜어 먹는다.
식사 중 와인, 맥주, 물 등의 음료는 오른쪽에 서브되며, 이때 글라스는 테이블 위에 놓은 채로 웨이터가 따르는 것을 기다린다. 와인이나 샴페인은 차가워야 제 맛이 나므로 글라스의 다리부분을 잡아 체온이 전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음식이 입안에 가득한 채로 와인을 마시면, 와인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기 때문에 매너가 아니다.
손 씻는 물이 담겨있는 핑거볼은 후식 과일이 나오기 전에 나온다. 과일을 먹는 동안 과일즙이 묻으면 한 손씩 손끝 부분만 가볍게 씻고, 양손을 동시에 넣고 씻지 않는다. 멜론 같은 수분이 많은 과일이 후식으로 나오면 스푼으로 떠서 먹거나, 나이프와 포크로 껍질을 분리시킨 후 잘라먹으면 된다. 다만 직접 양손에 들고 입으로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서양식 매너를 완벽하게 따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절차란 상황에 따라서 생략도 되고 추가도 된다. 문제는 그것이 바뀐 것인지 알고 가는가, 아니면 그조차도 모르고 순서 넘어가기에 급급한가에 있다. 완전히 익숙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든지 여유 있고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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