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해서 의식주가 해결된 사회를 ‘결핍이후의 사회’라고 한다. 결핍 이후의 사회가 되면 ‘헝그리 정신’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니까 매사에 악착같이, 절박하게 매달리지 않게 되고 재미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서구 선진국들은 대부분 결핍이후의 사회로 진입했다. 따라서 그들은 여가를 즐기고 취미와 오락, 스포츠에 빠진다.
이런 사회에서는 직장분위기도 달라진다. 기계적이고 통제적인 피라미드 조직 방식으로는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신나게 일할 분위기 만들어라
얼핏보면 놀면서 일하는 것 같지만 축적된 첨단기술과 창의력이 결합되어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떨까? 아직 결핍이후의 사회라고 정의하기에는 이르고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전쟁이나 전쟁이후의 궁핍을 경험 해 보지 못한 ‘결핍이후의 세대’다. 이들은 겁이 없고 낙천적이며 동시에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비교적 실직에도 겁을 내지 않고 어떻게든 먹고사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비해 기성세대들은 전쟁, 가난, 독재를 체험하였고 외환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무한경쟁 환경 속에서 또다시 위기를 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신세대를 일명 ‘돈비족’이라고 부른다. ‘Don’t worry, Be happy’를 줄인 표현이다. 기성세대를 ‘워리워리족’이라고 한다. ‘Worry and worry’를 줄인 말이다. 그러니 세대 차가 날 수 밖에 없다.
2003년은 일요일이 52일에 법정 공휴일이 15일 이어서 이것을 합치면 67일이다. 토요휴무를 하는 기업은 52일을 보태면 119일을 놀게된다. 일년의 32.6%에 이른다. 게다가 정기휴가나 연 월차 휴가까지 합치면 일년에 130일까지 쉬는 직장인도 나오게 된다.
이미 주5일 근무제는 금융산업, 광고산업, 정보통신산업등이 실시하고 있고 국가기관, 지방자치 단체, 대기업 등은 시범실시를 하거나 토요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 금융, 보험 부문과 종업원 1000명 이상 사업장은 2003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04년 7월까지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0명 이상 기업은2005년 7월, 50명 이상 기업은 2006년 7월, 20명 이상 기업은 2007년 7월까지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안이고 한 번 주5일 근무제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면 급속히 확산될 것은 뻔한 이치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화살을 떠난 셈이다.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문제인데 최소한 두 가지는 함께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경쟁력’이고 또 하나는 ‘삶의 질’이다.
주5일 근무제를 하는 목적이 삶의 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경쟁력 즉 기업의 경쟁력이나 국가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여가시간이 남아 봐야 삶의 질은 결코 향상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노사는 이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주5일 근무제를 제대로 앞당겨 시행할 수 있는 길은 노사가 힘을 합쳐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그리고 결핍 이후세대들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악착같이 피땀 흘려 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일하는 즐거움 만끽을
요즘 영국 경영컨설턴트가 쓴 ‘해피 먼데이’란 책을 읽어 봤다. 인간은 노는 것에만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일이야말로 인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 준다는 것을 여러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거액의 복권을 탄 사람도 처음엔 직장을 때려치우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까지 우리는 ‘월요병’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월요일 아침에는 출근하기 싫고 머리도 아프고 만사가 귀찮은 현상이 월요병이다.
그러나 근무환경과 분위기를 바꿔주면 ‘해피 먼데이’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희열과 행복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새해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 CEO들이 ‘해피 먼데이’붐을 일으켜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윤은기(IBS컨설팅그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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