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스피드 국가’의 하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것도 바로 ‘스피드경영’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잘 갖춰진 정보통신 인프라와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이 만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가장 속도가 느린 곳은 아무래도 관공서쪽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혁신을 위해서는 공적조직의 관료주의를 뜯어 고칠 필요가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모든 관리체제는 두 가지 기본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칸막이 방과 채널인데 이것을 두 종류의 간부 즉 전문가와 관리자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주의는 혁신 걸림돌
전문직 간부는 칸막이 방안에서 정보 통제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관리자는 채널을 통과하는 정보흐름을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장악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관료적인 권력체제인 것이다.
더구나 각 칸막이 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조직의 발전보다는 자기 자신의 권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다투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주변 환경은 신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관료적 조직풍토를 가지고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은 환경적응력을 잃게 된다.
많은 조직들이 새로운 업무를 하려면 새로운 부서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게 된다. 이 제안은 칸막이 안에 있는 사람들의 예산을 축내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 반대에 부딪치고 결국은 무슨 위원회나 ‘태스크 포스’라는 애매한 조직을 만들기로 타협하게 된다.
앨빈 토플러는 이런 조직을 ‘카멜리펀트’라고 부르고 있다. 카멜 즉 낙타와 엘리펀트, 코끼리가 결합한 식으로 엉망이라는 것이다. 코끼리의 느린 동작과 낙타의 저능한 IQ가 결합된 이 조직은 또 하나의 식충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서 정부 조직 내에 온갖 위원회가 생겼다. 정부위원회만 350여개에 달하고 대통령 직속 국정과제 위원회만도 12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그 중에 동북아시대 위원회가 행담도 개발 사업에 부적절하게 개입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민간기업과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이 기업의 채권발행에 추천서를 써주는가하면 군 잠수함 통신소 사업에 개입하여 건설 중단을 요청한 사실까지 밝혀지고 있다. 명백한 월권행위인 것이다.

위원회 범람…옥석 가려야
청와대와 여당은 개인이 돈을 착복한 비리는 아니고 일을 잘 해보려다 생긴 사건으로 해명하고 있다. 이런 인식으로는 카멜리펀트 병을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각종 위원회가 모두 카멜리펀트는 아니다. 적은 보수를 받고도 사명감과 전문성을 살려서 큰 성과를 내는 생산적인 위원회도 존재한다.
이번 행담도 사건을 계기로 낙타머리에 코끼리 몸통을 붙인 것 같은 카멜리펀트는 대수술을 하는 게 옳을 것이다.
무조건 위원회를 없애라고 압박하는 것도 잘못이고 무조건 위원회를 옹호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제는 위원회도 옥석이 가려져야 한다.

윤 은 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경영학 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