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하면 떠오르는 곳이 영월이지만 실제적으로 동강이 시작되는 곳은 정선군 가수리. 동강은 가수리-납운치-점재-소동-고성-소사-연포-절매-문희-마하리-진탄-문산-어라연-만지-거운리 등 산골 마을들을 돌고 돌아 남한강으로 간다. 장장 51km로 길게 이어지는 사행천 동강 물줄기. 물길을 따라 육로가 이어진 것이 아니므로 따로따로 찾아봐야 한다. 그중 한 곳이 마하리 진탄나루터 지점. 여름 래프팅객들이 많이 찾아드는 곳으로 동강과 기화천이 합류되는 동강의 중류에 속한다. 여름철 래프팅이 성행할 즈음에는 물길 따라 배를 이용해 시군을 가르며 달릴 수 있다.
투명한 강물에 흘러가는 꽃잎처럼
지난해 겨울, 강원도 강줄기 테마여행 글을 쓰면서 이곳저곳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니니 동강에 대한 물줄기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정선 광하리에서 가수리를 잇는 길은 고성에서 끝나고 이내 선생 김봉두 촬영지인 연포마을을 휘돌아 나갔다. 물줄기는 계속 이어져 백룡동굴이 있는 절매를 가로질러 진탄나루로 흘러 내려오고 있다.
수로가 발달될 때는 뱃길을 이용해 이동했겠지만 지금은 육로가 나 있는 상황. 광하리-가수리-고성을 잇는 도로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진탄나루-문희마을-칠족령 트레킹 코스로 테마여행을 떠나본다.

기암괴석의 수하계곡

미탄에서 기화천을 따라 진탄나루터 가는 길목에는 자연 석회동굴을 거쳐 지나게 된다. 마치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굴처럼 보이지만 자연굴이다. 기암사이로 뚫린 동굴에 잠시 시선이 머문다. 기화천은 청옥산(1,255m, 육백 마지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미탄면 소재지를 지나 동강과 합류하기 직전 약 8km 가량의 기암괴석과 협곡으로 이루어진 천변으로 수하계곡이라 부른다. 사철 낚시객들이 찾아 든다. 물고기가 많기 때문이리라.
예전 나룻배가 섰을 진탄 나루터는 이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나루터를 기점으로 직진하면 영월 문산으로 가게 되고 강변으로 내려가면 문희마을(미탄면 마하리)을 만날 수 있다.
매표소(입장료:1,500원)에서 문희마을 가는 4km 구간. 예전의 비포장은 사라지고 지금은 포장이 됐다. 포장된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다소 화가 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길이 편해지니 나쁠 것도 없다. 이내 수하천과 동강이 합류되고 문희마을까지는 동강 상류 쪽으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형상이다. 이 마을 입구에서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여름철이면 이곳에서 흔하게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그들은 이미 칠족령 고갯길을 넘어 제장마을로 떠난 상황. 그들은 고성 제장마을에서 시작해 진탄나루터까지 래프팅을 즐기려 했던 것.

강상여행의 출발지

그들을 좆아 문희마을로 향한다. 가는 길목, 간간히 만나는 강 위에 떠 있는 배들. 강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교통편이다. 이곳에서의 조각배는 결코 낯선 풍광이 아니다. 훤하게 트인 강변을 따라 두룬-뇌론마을을 지나 가면 소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자갈밭이 펼쳐지고 90도로 꺾이는 물줄기가 급류를 형성하는 곳이 있다. 황새여울이다. 강 속에 듬성듬성 들어앉은 바위 돌. 오래전 뗏목 배가 통과하기가 무척 힘든 코스였을 듯하다. 조금만 더 꼬부라진 물줄기를 따라 가면 멀리 산자락에 앉아 있는 문희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운산(882.5m)의 한 봉우리인 칠족령 산자락을 기댄, 띄엄띄엄 흩어져 자리 잡은 서너 채 민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강 물이 넘실거리지 않기 위해 언덕 위로 많이 올라가 지은 집들이다.

물안개 피는 수채화같은 마을

문희마을은 51㎞ 동강 줄기 한가운데 있는 강 마을이다. 동강은 마을을 끼고 에돌아 흘러간다. 마을은 해발 700m되는 칠족령 산자락에 기대고 앞뜰에는 동강의 수려한 모습을 정원 삼고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는 날, 하얀 안개가 산자락까지 걸리면 한 폭의 수채화 그림이 만들어진다. 예전에는 얼키설키 돌담을 쌓아 올린 돌담과 천장 낮은 일자식 건물 한 채가 고작이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어설프게 민박동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조차 찾을 수가 없다. 몇 해 전 수해복구로 인해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모두 별장처럼 변했다. 겉모습이야 그렇지만 지금도 조막만 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옥수수, 감자, 고추 등 농사를 짓는다.
포장도로는 문희마을에서 끝나고 잠시 비포장 길이 이어지면서 육로는 끝이 난다. 강 건너편에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예전 절매나루터가 있던 곳. 행정상으로는 영월군에 속하는 절매(折梅)는 마을의 모습이 꺾어다 놓은 매화송이처럼 생겼다해 붙여진 지명. 외부와의 연결은 줄 배가 유일한 육지 속 섬마을이다. 이곳에 사는 정무룡씨. 지난 76년 백룡동굴(천연기념물 260호)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의 이름과 백운산의 이름을 따 붙여 백룡동굴이라고 했다. 동강의 대명사인 백룡동굴을 마주하고 있어 동강의 여러 명소 중 어라연과 함께 가장 찾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편안한 코스의 칠족령

이곳에서 천천히 칠족령을 향해 트레킹 채비를 한다. 수없이 많은 날 이곳을 들렀어도 칠족령을 정복한 적이 없다. 칠족령이란 지명은 제장 마을에 옻을 굽던 이진사라는 사람과 그의 집 개에 얽힌 전설에서 비롯됐다. 이 집 개가 발에 옻을 묻혀서는 이 고개 마루턱을 올라 다니며 발자국을 남겼다고 해 옻 칠(漆) 자, 발 족(足) 자를 써서 칠족령이라고 했다고 한다. 돌무지에 ‘칠족령(개무덤)’이란 팻말이 있다. 언젠가는 이 고개를 넘던 새색시 가마가 굴러서 색시가 죽은 뒤부터는 가마 통행을 금지시켰다는 전설도 있다. 마을에서 산행 코스는 두 곳. 하지만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험난하고 거리가 길어서 1.6km의 편안한 길을 택한다.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마을을 비껴서니 이내 숲 속 길이 이어진다. 사람 한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의 오솔길. 산허리를 휘돌아 낸 길이라 경사도는 적다. 편안해서 트레킹 코스로 적당하다.
힘들지는 않았지만 한참을 걸은 듯하다. 이내 칠족령 전망대 표지판을 따라 가보니 시야가 갑자기 넓어진다. 동강의 사행천 모습을 한눈에 조망된다. 강물 위에는 꽃이 떠내려가듯 래프팅 배가 떠가고 있다.

■대중 교통:장평터미널에서 평창행 직행버스를 이용. 평창에서 기화리행 버스를 타면 된다.
■자가 운전:영동고속도로 이용. 새말이나 장평 나들목을 이용해 평창읍내로 들어오면 된다. 평창에서 정선방면 국도간 42번 도로 이용-미탄면 지나면 우측에에 수하계곡 혹은 진탄나루터라는 팻말이 나선다. 이 길을 따라 7km 들어가면 마하본동 버스 종점이다. 진탄나루터 다리앞. 다리 앞에서 비포장길 따라 직진하면 동강줄기가 나타나며 4km정도를 더 들어가면 마을이 나온다.
■별미집과 숙박:동강에서 물고기를 직접 낚아도 좋다. 특히 루어낚시는 꺽지를 잡기에 적격하다. 기화리에는 기화송어장(033-332-6277)을 비롯해 몇집 더 있다. 또 평창읍내에 있는 ‘승일막국수’, 청옥막국수나 삼보집, 그집식당, 대물림 칼국수 집이 지역 주민이 추천해준 맛집. 숙박은 문희민박(033-333-9435)네, 문희산장(033-333-9435), 동강산장(033-333-9509), 정무룡(033-378-0115), 두룬산장(033-334-0920)에서 민박과 야영이 가능하며 동강래프팅업체(011-361-7953)에서도 펜션을 직영하고 있다.
■여행포인트:미탄면 인근에 청옥산 육백마지기가 있다. 청옥산에도 회동계곡이 첩첩 산중에 숨겨 있다. 지역주민들은 ‘용소골’이라고 부른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오지골. 울창한 수풀에 가려진 계곡 밑으로는 크고 작은 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간시대에 소개된 청옥산 산골가족(033-332-4168)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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