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서 알려지지 않은 부남 해수욕장을 찾으려면 먼저 덕산항을 연계하는 것이 좋다. 삼척시에서 남쪽으로 향해 내려오면서 수많은 바닷가를 만나게 된다. 신맹방-맹방-덕산해수욕장으로 잇는 해안 길은 나름대로 편안한 한적함이 있다. 특히 마읍천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덕산 해수욕장. 초당동굴에서 흘러든 담수가 교차하고 있어 해수욕과 담수욕을 한꺼번에 즐길 수도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맹방보다 규모는 작지만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곳이라 여름철이면 많은 낚시꾼들이 찾아든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울창한 송림. 고운 백사장이 펼쳐진 부남 해수욕장. 이웃하고 있는 맹방보다 분위기가 한결 한적하고 호젓하다. 가까운 곳에 덕산항이 있다. 해수욕장에서 항구까지 연결되는 도로가 생긴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곳이다. 동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닷가 마을. 배, 등대, 그리고 서너 곳의 횟집들. 방파제에는 낚시꾼들이 모여드는 흔한 모습이지만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눈을 커지게 한다. 신항이라서 횟집도 가격조절이 가능하다. 대부분 고깃배를 갖고 있는 사람들. 때 묻지 않은 인심이 살아 있는 곳이다.
바닷가에서 남쪽 바다 끝을 보면 부남해수욕장이다. 하지만 길은 연결되지 않는다. 오던 길을 다시 나와 ‘부남’이라는 팻말을 가까스로 찾아서 마을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여름철이 아니고서는 팻말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운 모래
차 한 대가 겨우 지나칠 수 있는 마을길을 어렵사리 지나가면 차를 세울 수 있는 공터가 나온다. 산자락엔 하늘 향해 올라간 홍송, 바다로 내려가는 길목엔 시누대가 양 갈래로 길을 트여 주고 있다. 바다 주변엔 온통 철책으로 둘러쳐 있고 보이는 것은 해안 초소뿐이다. 눈길 끝나는 바다 끝에 아담한 부남 해변(삼척시 근덕면 부남리)이 모습을 드러낸다. 피서 철이 아니고서는 군인들이 철책 문에 굳게 열쇠를 걸었다.
빈 초소에 올라 바닷가를 한눈에 내려다본다. 해변 위로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작은 바위산들의 군집이 색다른 경치를 만든다. 여느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암괴석이지만 이곳에서 보는 맛은 색다르다. 사람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숨은 해수욕장이라서 그런 느낌을 더 진하게 내뿜어 내는 것 같다. 뾰족 올라온 기암 사이로 신당으로 추정되는 슬래브 지붕이 보인다.
자그만 바위들이 감싸 안은 곳
파도가 흰 백사장에 부서져 내린다. 바다 멀리 눈길을 돌리면 앞서 말한 덕산항이 눈 속으로 들어온다. 덕산항과 부남해수욕장은 그렇게 바닷길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해안으로 내려가면 철책 사이로 흰 모래사장길이 이어지고 있다. 군인들이나 인근 마을 주민들만 찾아다니는 소로다. 모래사장의 고운 입자가 발밑을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다. 해당화, 메꽃을 비롯한 바닷가에 자생하는 야생화가 피어나 눈부시다.
동네 주민 한사람이 저 멀리서 걸어 나오고 있다. 그에게 팻말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더니 ‘알려줘서 사람들 오면 쓰레기만 더 생기는 것 아니냐’는 주민 말에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가 부담스럽다. 그 말이 충분히 수긍되는, 아주 한적한 아름다움이 있는 해수욕장이다. 주민들은 고기를 잡으려면 인근하고 있는 덕산항에서 배를 타고 나간단다.
조용한 향기나는 마을
여름 한철 마을관리 간이 해수욕장으로 주간만 개장하고 있다. 동해안 여느 곳에서 볼 수 있는 해수욕장지만 사람 손길 닿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빛을 발하고 있다. 알려지고 나면 마을길을 비껴나가는 도로는 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을 터. 바다 속에서 즐기기보다는 그저 잠시 감상하는 것만으로 족하면 오랫동안 이곳은 사랑스러운 바닷가로 남아질 것이다.

■대중 교통 = 동서울 터미널(02-458-4851)에서 삼척까지 고속버스로 4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삼척에서 근덕간 시외버스 매 20분 간격 운행. 15분 소요. 철도는 동해역에 하차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가 운전:삼척에서 7번국도 이용해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근덕면. 근덕면에서 맹방쪽으로 들어가면 마읍천이 나온다. 마읍천 다리를 기점으로 직진하면 맹방, 다리를 건너면 덕산 해수욕장과 덕산항이다. 부남은 근덕으로 나와 7번 국도를 이용해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우측에 부남1리라는 자그마한 팻말이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왼편에 마을(파랑새 민박 팻말 전)이 나온다. 마을 안쪽으로 2-3분정도 내려가면 민박집이 하나 있고 이내 작은 공터가 나온다.
■별미집과 숙박 = 덕산항에 있는 유금회센터(033-572-0811)는 고깃배를 직접 운영하는 어촌계 식당중 하나. 싱싱한 횟감은 물론 주인과 잘 타협하면 충분히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된다. 삼척시내쪽에서는 오신다 식당(033-574-4521)이 해물탕, 아구찜 등이 가격이 저렴하다. 삼척 항구(정라진)에 있는 바다횟집(033-574-3543)과 삼척해수욕장에 있는 바다마을(033-572-5559)은 곰치국이 소문난 곳이다. 평남횟집(033-572-8550, 033-573-8550)과 동해횟집(033-573-6253)이 괜찮다. 숙박은 대부분 민박집을 이용해야 한다. 대신 새천년도로쪽에는 펠리스호텔(033-576-0811)의 전망이 빼어나다. 최근에는 대형 삼척온천(033-573-9696)이 생겨서 이곳을 이용하는 곳이 좋다.
■여행 포인트 = 맹방, 신흥사 등 주변은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다. 영화속의 대나무소리는 삼척시 근덕면 동막리 신흥사 인근 강화순 할머니댁. 파도소리는 맹방해수욕장. 그리고 새벽 산사의 풍경소리는 대나무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신흥사다. 지난해(2004년) 수해로 인해 동막 인근 계곡은 엉망이 되었지만 지금은 거의 복원이 되었다. 물놀이하기에 충분한 천변이 길게 이어진다. 고찰 신흥사 절집에는 소나무를 안고 있는 배롱나무가 볼거리다. ‘기형목’으로 지칭되는데 보기 드문 기이한 나무 두 그루가 서로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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