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의 곳곳에는 하늘 향해 올라가 우뚝 솟아 오른 고산과 그 산자락에 자연스레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계곡들이 연이어지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이 숨쉬고 있는 곳이다. 특히 여름철이면 내린천 일대에서는 래프팅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이 온 계곡을 쩌렁쩌렁 울리게 한다. 인제군에서는 스릴과 모험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해마다 레포츠 축제를 연다. 올해로 제3회를 맞이하는 하늘내린 레포츠축제(7월1일-24일)가 화려한 개막을 했다. 문의: 인제군청 문화관광과(033-460-2082, www.inje.gangwon.kr)

인제를 연거푸 찾게 될 이유가 생겼다. 가다보니 또 새로운 장소와 맛집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과 긴 얘기를 나누게 된다. 예전에도 관광지 풍부한 인제였는데 새록새록 ‘새정’이 생긴다. 인제를 2박3일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1주일 정도 지나서 다시 인제로 발길을 돌린다.
양평-홍천-인제로 이어지는 44번 국도를 이용해 신남에 이르는 길은 포장공사가 한창이라 주말이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평일에도 운전을 방해하는 지형물들이 도로 길목을 가로막고 있어서 운행이 더디다. 신남을 지나면서 인제대교(옛 군축교)까지 소양호반이 이어진다. 겨울 빙어축제장으로 변하는 신남 선착장(인제군 남면 부평리)에서 잠시 차를 멈춘다.
이 배 터는 소양호 상류 지점. 백담계곡과 내린천에서 흘러 내려온 계곡물과 내설악 골골마다 내리치는 물줄기가 천을 이뤄 산굽이를 돌고 돌아 인제 소양호로 모여든다. 이내 넓은 호반을 만들어 내고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폭은 넓고 길다. 그러나 여름철의 소양호반 주변은 초록빛이 호반 주변을 물들이며 출렁거린다. 물 빠진 호반 주변엔 호밀 등, 푸르른 농작물이 호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 모래를 채석하는 화물차 이외에 배 터는 조용하기만 하다. 강변 주변 공터에는 아름다운 야생화가 보는 이 없이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진한 향내를 풍겨내고 있다. 애써 가꾸지 않아도 누가 봐주지 않아도 꽃은 피고 진다.
홀로 피고 지는 꽃
배 터를 나와 인제대교를 넘어서 읍내로 찾아 들어간다. 산촌민속박물관(033-460-2085)은 강원도 전형적인 모습을 미니추어와 소품으로 장식한 박물관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입구에 전시된 프로급으로 찍어놓은 사진은 물론 정겨운 강원도 전형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박물관 전시장. 특히 한지에 소원을 써서 붙이는 코너에서는 잠시 발길이 머문다. 재미삼아 소원을 적어 걸어둔다.
야외 전시관으로 나와 잠시 빈 공터를 바라본다. 지난겨울 알아두었던 박인환 시인의 생가 터다. 눈길조차 주지 않은 그 곳. 박인환 시인(1926-1956, 인제읍 상동리)은 30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시인은 명동의 댄디보이라 불리며 술과 로맨티시즘에 젖은 보헤미안이었다. 늘 정장을 하고 다니면서 항상 진한 커피를 마셨고, 멋지게 시가를 피워 물곤 했던 시인. 텅 빈 생가 터를 바라보면서 가슴속으로 박인희 가수가 부른 세월이 가면이라는 유행가를 입속에서 웅얼거리면서 합강정 시인의 시비를 찾아 떠난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네./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저 유리창 밖 가로등/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합강정 공원. 박인환 시비와 정자, 그리고 아들을 낳고자 하는 소시민들의 마음이 그려지는 코가 망가진 무명의 마애불 한기. 강을 따라 계단으로 내려오면 번지점프, 슬링샷, 나는 박쥐(문의:033-461-5216)등의 레포츠장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다는 번지점프장. 아쉽게 체험객들은 없지만 고개 들어 보기만 해도 아찔한 현기증이 난다. 축제 때가 되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아슬아슬한 모험을 즐길 것이다.
짜릿한 모험의 계곡
이곳을 벗어나 내린천변을 따라 올라간다. 하나둘씩 래프팅 업체들이 길목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밤골쉼터를 거쳐 원대리까지 이어진다. 래프팅 코스는 원대리에서 약 8km 구간이며 3시간정도가 소요된다. 가는 골짜기마다 기암이 펼쳐지고 수량이 많아서 래프팅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이 온 계곡을 쩌렁쩌렁 울리게 한다. 성수기를 맞이한 내린천에는 울긋불긋 꽃이 떠내려가듯 배들이 움직인다. 내린천변으로는 고사리, 피아시, 하추리 계곡물까지 합류된다. 어느 곳이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물놀이나 피서를 즐기기에도 좋다.
이번 여행에서는 송강카누학교(033-461-1659, 011-343-2659)의 협조를 받았다. 지인의 소개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곳이 내린천에서는 소위 말하는 원조집이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저녁 해거름이 내릴 즈음 송강카누에 발을 내딛었더니 주인 내외는 손님과 함께 내린천변에서 고기를 낚고 있다. 그들을 만나러 내려간 내린천변은 전날 내린 비로 인해 황토흙물로 변했다. 흙물에 무슨 고기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민박손님이라는 아가씨가 고기를 잘도 잡는다. 그녀를 따라서 처음으로 낚싯대를 강물에 던졌는데 ‘빠가사리’라는 물고기가 잘도 올라온다. 물론 꿈틀거리는 지렁이 낚싯밥 끼우는 일이나 낚싯줄 풀고 당기는 순서가 약간 헷갈리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충분히 잡아서 매운탕을 끓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고기반 물반’이다.
주위에 어둠이 내리자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가 벌어지고 금방 잡은 고기로 매운탕이 차려진다. 거기에 비까지 주룩주룩 내려주니 기분은 한층 더 좋아진다. 화덕 장작불에서 꺼낸 불꽃에 구워진 고기는 맛이 그만. 맛있는 저녁식사와 맥주 한잔으로 담소를 즐긴다.
박영석 교장과 정미경 사장. 둘은 부부다. 일찍부터 취미로 레포츠를 즐기다가 만나 결혼한 케이스다. 철원 순담계곡에서 업체를 운영하다 이곳으로 들어와 새롭게 길을 만들었다고. 부부는 재주꾼이다. 래프팅, 카약, 카누 등을 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외국에 나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단다. 정미경 사장은 컵을 사서 수작업 그림을 그렸는데, 가족들이 찾아오면 같이 공방을 운영한단다.
1년 전에 지은 아웃도어 숙박동은 고급 자재를 썼다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피곤에 절은 몸이 편안해진다. 이른 아침 베란다에서 바라본 산안개는 오랫동안 뇌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처음 만났어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편안한 느낌을 가진 사람들. 그래서 이곳은 주로 단골이 많고 가족 손님도 많단다.
볼거리, 체험거리 많은 것은 차체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한 아름 가슴속에 담은 탓인지 인제 떠나오기가 못내 아쉽다.

■자가 운전:홍천에서 44번국도 이용. 인제읍내를 거쳐 설악산 방면으로 오르면 합강교 앞에서 우회전. 고사리 래프팅장.
■별미집과 숙박: 갯골쉼터(033-461-0606, 오리와 닭요리), 한국관(033-461-2139, 산채요리), 박가네(033-461-7981, 감자옹심이), 동아실 가는 길목에 있는 목련식당(033-463-6335)은 두부와 막국수가 괜찮다. 그 외 피아시매운탕(033-462-2509, 메기매운탕), 설악산가든(033- 461-5823, 황태요리)이 있고 서예가 여초 선생이 운영하는 구룡동천, 동락다주(033-462-4686)가 있다. 숙박은 아웃도어패밀리(033-461-1659 www.paddler.co.kr), 풍경소리(033-461-8095), 꿈동산펜션(033-462-3947), 파인힐 토방(033-461-1002), 큰곰자리 펜션(016-335-2342), 정원펜션:(033-462-7173)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