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수도권 이전 계획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일이 있었다. 조선의 수도를 한양으로 한다는 조선시대 경국대전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500년이 넘는 우리의 관습을 깨뜨릴 수 없으므로 현 정부의 수도이전 정책은 위헌이라는 판결이었다. 당시의 결정이 올바른 판결이라 단정하기에는 찬반 의견이 분분하므로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문제는 ‘관습’이란 얼마나 신봉하고 준수해야 할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관습에 대한 신봉은 곧 ‘변화’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과 맥을 같이 한다. ‘변화’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변화 그 자체가 관습을 타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관습을 타파해서 일어날지도 모를 미래의 불안에 대해 책임지기 싫어한다.
이 때문에 변화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거나 단기적인 것일지라도 감내하지 않으려 하고 기존의 인식을 지키려 한다. 변화하지 않음으로 인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상실할 우려가 명명백백한 경우에도 관습을 깨뜨리지 않으려 하는데, 이처럼 ‘관습’성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결국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뿐이다.
사실 현대 경제사회 모습을 보면 관습을 신봉하라는 요구 자체는 불필요하다. 시대변화에 맞는 관습을 요구할 뿐이지 수백년 지켜져 온 관습이라 하여 맹목적으로 신봉하게 되면 더 많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말로만 디지털이요 글로벌 시대를 논하고 있을 뿐 국민들의 경제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경제활동의 방식, 경제에 대한 가치판단, 경제 관련 법제도의 틀, 경제인 및 기업인들의 행동양식 등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과거 관습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진정한 변화는 시대적 요구<.h5> 상업적 이익이 걸려 있는 기업경영 현장에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관습에 얽매어 실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함은 당연지사이다.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자기중심의 과거 관습을 강요하는 것은 곧 비즈니스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경제관습을 바꾸는 일은 그 동안의 경험을 이용한다는 취지와는 논의의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본래 각종 경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을수록 관습에 얽매어 있는 부분이 많다는 뜻이며 동시에 ‘변화에 대한 요구’가 공존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어떤 기업인이 이윤추구를 위해 과거에 없던 전혀 새로운 행동방식을 취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한다면 얼마나 시대적으로 뒤떨어진 사고인가?
경제인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비록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아직도 그러한 변화의 요구를 외면하는 사례는 많다. 경제관습을 타파하는 일은 곧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부응하는 일이며, 이것이 곧 혁신의 의미가 된다.
우리나라 경제문제 인식의 큰 틀은 아직도 제조업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정책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는 제조업 및 수출 중심의 발전모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을 보더라도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문제를 인식하는 사고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서비스 및 내수 중심의 발전모델을 보완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틀 벗어나야 할 때
경제발전단계에서 우리나라는 서비스경제사회로 진입한지 이미 오래됐다. 이러한 추세는 제조업 부문의 물적 상품에 비해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경제문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서비스 부문은 전 산업의 신경계이자 혈관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골격계에 비유할 수 있는 제조 부문 못지않다. 이제 산업의 중추는 제조 부문이 아니라 서비스 부문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 보자. 제조업 예찬론이 있다면 서비스산업 예찬론도 필요한 것이다. ‘제조’ 활동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실체와 본질은 ‘서비스’ 활동이라는 주장을 되새겨 봐야 한다. ‘반드시 제조업이어야 한다’는 관습을 타파하는 일이 시급하다.
서비스 부문의 문제는 서비스의 속성상 법률적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들을 두기 곤란하므로 사회적 관습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서비스 부문에 대한 경제적 평가 자체가 높지 않았으며, 상업적 가치 역시 그다지 크게 부여되지 않았다. 즉, 서비스는 상업적 ‘거래’ 대상이 되는 능동적 주체로 인식되지 못하고 공짜로 주어지거나 덤으로 제공되는 것으로만 인식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비스 전 부문에 걸쳐 상업성이 제고되면서 산업발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비영리성이 크게 강조됐던 교육서비스 부문이나 의료서비스 부문조차도 영리성을 허용하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기본인 ‘기업의 이윤추구 동기’를 서비스 부문에 확산시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촉매제로 활용하자. 서비스 부문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고 새 판을 짜 보는 발상이 필요한 때이다. 경제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는 지혜는 물론 청년실업 개선 및 일자리 창출 등은 모두 기존의 경제관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경제문제를 조명해 보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박 문 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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