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손과 어깨를 모두 동원해 많은 데모장비를 들고 섭씨 36도의 무더운 날씨 속에 동경에 도착했다.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개발박람회인 ‘제 14회 동경소프트웨어개발박람회’에 한국여성벤처협회 소속 9개사를 이끌고 참가하게 된 것이다.
부스 설치와 리허설에 전념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어딘지 모르게 상기된 표정들 뒤에 보이는 결의에 찬 모습들은 바로 하루 뒤로 훌쩍 다가와 버린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과 오랜 시간 동안 몸으로 뛰며 준비해온 노력의 결실물을 바라보는 뿌듯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룻밤을 보내고 전시회 첫날. 전시회장을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는 적극적인 일본 기업 도우미의 ‘호객행위’(?)와 바로 얼굴 앞까지 들이미는 설문지는 흡사 재래시장의 모습을 보는 듯,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경쟁하는 무한 경쟁의 IT 시장 속 치열함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그야말로 세계 IT 시장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겠다.

日 IT시장은 지금부터
먼 길을 오느라 값비싼 장비들을 가져올 수 없고 비교적 높은 물가 탓에 장비를 대여하기조차 벅찬 한국 업체들의 부스와 인테리어 디자인 및 온갖 장비들을 동원한 일본 부스들의 차이가 판이하게 드러남에 아쉬운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나레이터 모델들의 목소리가 많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어 주변 한국업체들의 부스가 썰렁해 보일 때가 많았다.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관심을 보이는 몇몇 방문객을 찾아 적극적으로 제품 데모부터 비즈니스 상담까지 기회를 만들어내는 한국업체들은 우리 회사뿐 아니라 참여한 여성기업들 모두가 한국인 특유의 불굴의 의지로 최근까지 경기가 좋지 않았던 국내 IT 시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온 경험과 근성이 몸에 베어있어, 이 정도의 어려움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 하루에 열 건 남짓 진행되는 상담실적에도 기뻐하며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일본의 IT업계는 한국에 비해 많이 뒤쳐진 상태이다.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아 밤을 지새워 고생하며 일본현지 환경에 맞도록 제품을 재구성해야만 했던 한국업체도 있다.
한국에서 온 우수한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헤드헌터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IT기술은 이곳 일본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IT 시장이 이제서 자리잡기 시작한 일본에서 한 번 자리잡은 IT 기업들과 기술력은 공동체의식 속에 유행처럼 무서운 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일본의 IT 시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시작에는 1등도 꼴지도 없다. 시작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시작은 아직 시작일 뿐이다.
무한대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일본의 IT 시장이라고 한다. 너무 성급히 뛰어 들었다가 일본 특유의 꼼꼼함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단걸음에 여러 계단을 뛰어올라 지쳐버리기 보다, 한 계단씩 한 걸음씩 시작해야 하겠다. 이 전시회는 그 규모가 명실공히 일본 최대의 전시회라 할 수 있기에, 이번 한 번뿐이 아닌 여러 해에 걸쳐 참석한다면 그 결과가 점점 더 크게 결실로 보여질 것이다.

정부차원 지원확대 절실
다만 일본 업체들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게 보이는 한국업체들의 부스를 볼 때, 정부 차원에서의 더 많은 지원을 통해 홍보 장비 및 인력을 확보하고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지막 날 아침이다. 오늘도, 더 많게도 더 적게도 아닌,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피곤한 몸과 맘을 달래어본다.

송 혜 자
우암닷컴 대표·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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