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트리즈(TRIZ)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리즈란 러시아에서 개발된 창의적 문제해결 기법이다. 트리즈의 창시자인 알츠 슐러는 특허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역사상 위대한 발명은 모순의 해결과정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어느 하나의 성능을 강화하다 보면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엔진의 성능을 강화하다 보면 소음과 진동이 커지게 된다. 타협은 적당한 성능의 엔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트리즈의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어느 분야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도 해로운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트리즈는 이러한 상태를 이상성(ideality)라고 정의 했다. 모순을 해결하면 이상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트리즈의 핵심이다.

창의적 발상이 돌파구 여는 지혜
또한 모순은 동시에 상반되는 기능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날개가 최대한으로 커야 한다. 그러나 일단 고공비행이 이루어지면 날개는 작을수록 바람의 저항을 작게 받는다. 이착륙 할 때는 바퀴가 필요하지만 비행할 때 바퀴는 없어야 좋다. 시간의 분리에 의해 이륙시에는 날개를 크게 하고 바퀴가 나와 있지만, 이륙후에는 날개도 축소하고 바퀴도 접어넣는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모순에 직면하면 좌절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 발상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순해결의 지혜는 기술혁신 뿐만 아니라, 경영이나 정치사회 분야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는 수많은 모순 속에서 좌절과 혼돈을 경험하고 있다. 노동자는 부당한 노동조건이나 보상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파업을 감행한다. 경영자는 노조의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팽팽한 대립적 상황을 만들어 낸다. 성공기업들이란 이러한 모순을 효과적으로 해결한 기업들이다.
20세기 경영학의 시조인 ‘과학적 관리법’도 생산현장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임금을 낮추면서 생산량을 늘리고자 하는 경영자의 욕구와 적당한 수준으로 일하면서 임금은 더 받고자 하는 노조간의 대립을 해결하고자 테일러가 고심 끝에 찾아낸 방법이다. 적은 파이를 가지고 서로 대결할 것이 아니라, 전체 파이를 먼저 키우고 그 후 합리적인 분배방법을 찾자는 것이 테일러의 철학이다.
다른 접근법은 의식혁신을 통해 제로섬 게임을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포지티브 섬게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궁극적 목표에 대한 일체감을 기반으로 해 협력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최근 나온 ‘영적 비즈니스’라는 책에서 사우스 웨스트 에어라인, 스타벅스, 유피에스, 팀버랜드 등의 사례에서 이러한 발상을 찾아볼 수 있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최근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논술고사의 도입여부도 모순의 현장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의 욕구와 평준화를 유지하고자 하는 정책갈등이 문제의 핵심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과 상생도 모순과 갈등이 존재한다. 중소기업에 자금대출을 확대하라는 정책요구와 부실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은행 경영방침간에 갈등이 존재한다.
모순적 상황을 놓고 감정적으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한 지혜를 구해야 한다. 트리즈는 물리적 모순에 대한 해결대안으로 시간과 공간의 분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것을 획일화하기 보다 분리방법에 의해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자신의 방식을 절대선이라고 생각하는 편협한 가치관에 사로잡혀서는 모순해결의 방법을 찾기 어렵다. 유연한 사고를 통해 창조적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모순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모순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다는 긍정적 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모순을 슬기롭게 해결하면 새로운 차원의 국가로 발전할 것이다. 모순의 해결은 지식만으로 되지 않는다. 마음의 변화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정 화
한양대교수·중소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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