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으레 ‘덥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여름철 더운 것은 당연한 말이라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 정도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선 것 같다. 더위 탓인지 한없이 밑으로 하락하는 체력이다. 밤새 열대야에 시달리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간 곳은 양평의 어비계곡이다. 어비계곡은 가평군의 유명산(864m)과 인접해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곳은 사철 마르지 않은 깨끗한 계곡물과 울창한 숲에서 품어내는 상큼한 공기가 대기를 휘젓고 다니는 청정지역이다.

유명산 휴양림 들어가기 전, 왼쪽에 어비 문화마을이라는 간판이 있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어비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해까지 입장료를 받았지만 올해는 그것도 하지 않고 있다. 이름도 낯선 어비산(828m)은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이 연이어지고 있다. 길은 하나지만 계곡 다리 하나를 두고 군이 나뉘게 된다. 시멘트 포장과 비포장 길이 뒤섞인 임도길 옆으로는 어비계곡이 길게 이어진다. 아직도 군데군데 비포장이 남아 있어 차량 통행이 수월하지 않지만 골골이 쏟아지는 계곡 물이나 울창한 숲은 가히 환상적이다. 수목이 우거져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뭄에도 물이 줄지 않아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에는 적격. 물소리, 새소리, 울창한 숲 속에서 품어내는 향긋한 피톤치드까지 합세한 곳. 도심의 뜨거운 열기가 이곳까지는 침범하지 못한 듯하다.
군데군데 세워놓은 차량이 눈에 띄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집채만 한 기암괴석과 한줌 햇살도 쳐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울창한 나뭇가지가 계곡 옆으로 뻗어난 아름다운 계곡. 골골마다 흘러내리는 옥수는 여름철 더위를 식히러 찾아든 사람들 모습이 숨겨질 정도로 울울창창하다.
물이 맑고 물고기가 많아 펄쩍펄쩍 뛰는 모습으로 마치 계곡을 따라 날아다닌 것처럼 보인다 해 붙여진 어비(魚飛)계곡 물은 너무나 맑아서 일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들이 많지만 암석 속에 숨어 있는지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떡밥 넣은 어항을 넣으면 금세 푸드덕 물고기가 걸려든다.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한시라도 물속으로 뛰어 들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민기남씨네(031-774-3386)를 우선 찾는다. 계곡 옆에 허름하고 보잘 것 없으며 간판도 따로 없는 집. 이 집은 수년전 인근에서 전원카페를 하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집이다. 이 집은 야외에서 커다란 무쇠솥뚜껑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가면서 즉석요리를 해먹는 닭도리탕이 주 메뉴다. 피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만난 주인내외가 반갑게 맞이해주니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땀을 펄펄 흘리면서 닭도리탕을 먹은 후 곧추 물가로 달려간다.
대기가 워낙 뜨거운 탓에 발 시리던 물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가씨, 가족 동반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어항으로 고기를 낚는 사람들, 숲속에 만들어 놓은 평상에서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여름철 계곡 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적당히 사진을 찍고 이내 일을 접는다. 이렇게 무더운 날, 일에 치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옷 입은 채로 물속으로 첨벙하고 빠져든다. 멈출 것 같지 않은 땀방울이 그쳤다. 끈적거림도 사라지고 뽀송뽀송, 부드러운 몸이 됐다. 도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상큼한 기분을 알기나 할까?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 피곤하면 마루에 누워 잠을 청하고 더우면 물 속으로 빠져들고. 오후가 한참 지나서면서 식당에서 소개해준 위쪽의 숙박동을 향해 잠시 발걸음을 뗀다. 언젠가부터 곳곳에 멋진 펜션들이 자리를 찾고 들어왔다. 오지마을이 천정부지로 땅값이 올라가는 것을 빨리 깨달은 사람들일게다. 먼저 찾은 곳은 물소리펜션(031-774-1266). 겉으로 보기에도 이 골짜기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멋진 건물이다. 방갈로도 대여섯 동 마련해 두었다. 마당 주차장 옆으로 만들어 놓은 채마밭이 주인의 부지런함을 엿보게 한다. 주인은 계곡 밑으로 자랑하듯 안내를 한다. 가족들이 놀기에 아주 적당한 소를 만들어 두었고 나무에서 솟구치는 분수대, 낙엽송 옆에 만들어 놓은 평상, 마당 한 편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벌일 수 있다. 실내를 잠시 엿보이니 다소 유치해 보이는 인테리어로 꾸몄지만 그것 또한 나쁘진 않다.
더 위로 올라가니 자연산장(031-771-0904)이 있다. 계곡과 다소 떨어진 언덕배기에 주인이 지었다는 통나무로 볼품없이 지어올린 건물 한 동이 일렬로 이어져 있다. 한때 건설업을 했다는 주인은 땅에 관심이 많은지, 아니면 4륜바이크(ATV) 타기가 좋은 것인지, 그것까지 헤아릴 것은 없다. 단지 하룻밤 보내기에는 나쁠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옥천면을 향하는 비포장 길을 따라 넘는다. 길은 예전보다 홈이 더 파여 승용차 차량은 위험천만이다. 대부산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오르는 길은 굳게 철문이 내려져 있다. 입장료를 내야만 올라갈 수 있다는 정보다. 그곳을 지나치면서 옥천면으로 넘어서면서 아주 오래전 밤을 떠올렸다. 토끼가 불빛을 보고 달려 나왔던 그때를 말이다. 눈 깜짝할 사이 세월이 흘러갔고 그 주변으로는 휘황한 펜션, 전원주택이 들어섰다. 처음 이곳을 드나들 때 땅을 구입해 놓았다면, 아마 그쪽방면으로 눈이 뜨였다면 ‘떼부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직도 내게는 이팝나무 흰 꽃잎이 눈꽃처럼 흩어지던 봄날이나, 하늘의 별빛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빛이 나던 겨울 밤, 그리고 대부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사람과 막걸리 한잔에 취한 그때가 훨씬 좋게 기억되는 것은 말릴 수 없는 일. 서서히 사람 손이 타고 있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경기도 지역의 오지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어비계곡이다.
■대중 교통 : 청평에서 가일리행 버스는 하루 8회 운행. 1시간 소요. 상봉터미널에서 하루 8회 다니는 유명산행 직행버스 이용. 2시간정도 소요된다.
■자가 운전 : 팔당, 양수리(6번도로)-양평 옥천에서 좌측으로 37번도로-중미산자연휴양림 지나 유명산으로 들어가자마자 어비계곡 팻말이 나선다. 시멘트길이지만 간간히 비포장이 있으므로 운전에 유의. 신청평대교 건너 홍천간 도로를 타고 설악면을 기점으로 찾아도 된다.
■이곳도 들러보세요 : 유명산 자연휴양림과 청평호반의 레포츠
어비계곡 초입에 유명산(864m) 자연휴양림(031-589-5487)이 있다. 유명산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에 걸쳐 있는 산. 이곳은 자연휴양림뿐만 아니라 5km에 달하는 입구지계곡으로 더 잘 알려진 곳. 박쥐소, 용소, 마당소 등의 아름다운 소를 간직하고 있어 계곡만으로는 설악 못지않은 명성을 가지고 있다. 휴양림에는 2002년 9월에 문을 연 자생식물원도 있다. 또는 북한강변에서 수상스키, 번지점프를 즐기거나 그 외에도 된 섬, 용문천 나루, 사룡리의 강변 드라이브와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블루밸리에는 온천이 있는데 산 속에 폭 파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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