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재미로 꽉찬 문경
문경시 여행의 대명사는 문경새재 도립공원을 찾는 일. 그곳에는 드라마 세트장을 비롯해 각종 문화유적, 옛길 걷기, 물썰매장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인근하고 있는 영남요(054-571-0907)에는 재래식 전통 가마가 있는 곳으로 명장 김정옥씨가 4대째 대물려오고 있다. 발물레로 작업하는 모습과 다완, 다기세트 전시장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영강교(진남휴게소) 근처의 고모산성과 토끼벼루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5세기에 축성 된 천년고성 고모산성은 최근 번듯하게 복원을 해 두었고 성곽에 서면 한눈에 경북팔경의 으뜸인 진남교반 절경을 발아래 두고 조망할 수 있다. 성곽을 기점으로 반대편으로 나서면 절벽 허리께를 감아 도는 ‘토끼벼루’를 만나게 된다.
영남대로 옛길 중 보존이 가장 잘 된 토끼벼루는 태조 왕건이 남으로 진격할 때 이곳 벼랑에서 길이 갑자기 끊어져 고민하고 있던 중에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내려가는 것을 따라가서 길을 열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짚신자국이 지금까지 나 있다. 돌 위는 반질반질한 채 움푹 파인 형태로 남아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옛길을 따라 문경새재를 넘나들었겠는가? 가히 짐작이 된다. 트레킹에 몸이 더워졌다면 영강교 아래에서 래프팅을 즐겨도 좋다. 물살이 세지 않아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적격하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옛 진남역(054-550-6478)을 만나게 된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기차는 자동적으로 빈 철로가 됐는데 그곳에 철도 자전거 테마여행지를 만든 것. 체험비(3,000원)가 저렴하고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면서 2km 남짓 가족과 힘을 합쳐 패달을 밟고 달리는 재미가 쏠쏠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철로자전거 하절기 운행시간은 오후 6시까지이며 매표 마감은 오후 5시. 문경석탄박물관, 관광사격장 이용객이나 유스호스텔, 휴양림 숙박객들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폐교를 활용한 성보 예술촌(054-554-7001)에서는 황토염색체험이나 승마타기 등을 즐길 수 있다. 방향은 약간 다르지만 선유동 계곡이나 대야산 용추폭포 물놀이, 석탄박물관 탐방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피로가 누적되면 문경온천(054-571-2002)에서 피로를 풀면 될 일이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알찬 체험지가 가득하다. 한 가지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해 두어도 좋을 테마가 문경새재를 따라 걷는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 여행’이다.
올 5월 말에 시작해 한달에 한번, 보름을 앞두고 진행되는데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입장료, 주차비만 감안하면 영남 옛길을 따라 교귀정까지 걸으면서 각양각색의 이벤트를 무료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은 조령 1관문에서 조령 2관문인 조곡관을 거쳐 조령 3관문을 거쳐 괴산 땅으로 연결돼 있다. 영남 옛길은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길목. 조령 1관문에서 3관문까지는 6.5km가 넘는 거리고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달빛기행은 조령 1관문에서 교귀정-조곡관까지 왕복 6.5km 구간인데 대부분 문화해설사가 따라 붙어 설명을 해준다.
참가를 하려면 미리 문경시 홈페이지나 문화관광과(054-550-6394) 등에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야외공연장-새재박물관-제1관문-태조 왕건 촬영장-주막-교귀정-제2관문을 거쳐 돌아오면 되는 코스다.
코스는 문경새재관리사무소(054-550-6421)를 지나면 3000여 평의 부지에 세워진 전통 기와건물인 문경새재박물관(054-572-4000)이 나타난다. 문경 길의 역사를 말해주는 일종의 ‘길 박물관’이다. 이어 조령 1관문 앞에서 장승단지를 만난다. 테이블 위에는 소원을 적을 수 있는 한지가 놓여 있다. 금줄에 소원 한줄 써서 걸어놓고 조령 1관문을 통과하는 사이로 푸른 잔디가 눈부시게 반긴다. 사방팔방 우뚝 솟아 오른 동쪽의 주흘산(1,106m)과 서쪽의 조령산(1,026m)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문경체험의 백미 ‘문경세재 과거길 달빛사랑 여행’
관문을 통과하면 이내 드라마 세트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바퀴 빙 돌아 나서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평평하고 넓은 흙길이 펼쳐진다. 울창한 숲이 그늘을 만들고 도로 옆으로 시원한 계곡이 이어진다. 잠시 신발을 벗어 들고 웰빙체험을 해도 좋다.
이내 조령원터가 모습을 드러내고 텅 빈 공간에서는 막걸리가 기다리고 있다.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나오면 ‘짚신 길’이 나선다. 100여m쯤 신고 올라가면 회수하는 사람이 있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옛 길손들이 쉬어가던 주막터가 나온다. 주막터 안에서도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곳은 맨 마지막 코스로 잡는 것이 좋다. 바로 인접해 있는 교귀정에서는 바이올린이 연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흐느끼듯 허공을 가르는 선율에 몽롱하게 취해서 잠시 조곡관까지 발길을 돌리면 된다. 물줄기를 조정해 폭포를 만든 조곡폭포. 시원한 물바람에 더위를 식히고 조곡관 뒤쪽의 약수터에서는 물 한잔으로 갈증을 해갈하면 된다. 이내 하산하면서 주막터로 들어가면 막바지 행사가 펼쳐진다. 꼬마들이 북치고, 장구 치면서 앙증맞은 가락을 뽐내고 마당 한 편에서는 주먹밥을 무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진한 차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하면서 흥겨움을 함께 나누고 가수가 나와 피날레를 장식하면 휘영청 달이 떠오른다.
한번쯤 참가하면 좋을 프로그램이다. 현재 웹투어(www.webtour.com)에서 진행하고 있다.

■자가 운전 = 영동고속도로-여주 분기점에서 중앙내륙고속도로 이용-문경새재 나들목-국도를 따라 거슬러 올라오면 문경새재 도립공원. 그 외는 점촌 방면으로 내려가면서 체험을 즐기면 된다. 단 석탄박물관-선유동 계곡-용추폭포는 가은을 기점으로 서쪽 방면 길을 이용하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 = 새재초곡관(054-571-2020)의 약돌 돼지고기가 일미이고 ‘소문난 식당’의 묵조밥(054-572-2255)이나 ‘새재할머니집’(054-571-5600)의 산채정식과 알려져 있다. 소문난 식당의 국산 녹두로 만든 청포묵은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거리는 다소 멀지만 거송가든(054-553-1362)은 송어, 역돔회가 주 메뉴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숙박은 문경새재 유스호스텔 (054-571-5533), 문경관광호텔(054-571-8001), 화가가 경영하는 예인과 쉼터(054-571-1961, yein-semter.com) 펜션 등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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