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더웠던 금년 여름, 너무 더워 한 밤중에도 제대로 잠을 자기가 힘들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싸늘하게 느껴지는 계절 가을의 문턱에 왔다.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낀다. 그런데 이런 가는 세월만큼 우리네 인생도 빠르게 흘러간다. 천년 만년 살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향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어느덧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세월의 유수와 인생허무를 느끼게 된다. 과거의 명석했던 판단력과 결정력은 어디로 가버리고, 회사에 출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체력은 과거의 젊음을 회상하게 하고, 이제야 자신의 인생정리와 더불어 후계를 생각하곤 한다.

미리 준비하는 지혜 필요
그러나 이렇게 뒤늦은 삶의 정리처럼, 기업의 후계자에 대한 준비를 하면 이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왜냐하면 승계계획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대략 15년 정도의 기나긴 기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계계획에 대한 아무런 준비없이 지내온 기업들이 전세계적으로 너무나 많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더 슬프게 한다. 우리나라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가족기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60년대 이후에 창업돼졌기 때문에, 창업세대에서 2세대(혹은 3세대)로 리더가 바뀔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가족기업의 39.4%는 향후 5년 이내에 리더가 바뀔 것이라고 한다. 유럽기업도 향후 5년 이내 총기업의 30%정도는 승계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로 인해 기업의 약 1백5십만 사는 승계계획의 결핍으로 사라질 것이며, 그 여파로 약 6백3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승계계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서구의 한 조사에 의하면 창업 후 다음 세대에선 기업의 3분의 1만이 살아남고, 제3세대까지의 생존확률은 오직 1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어떤 학자는 ‘가족 기업은 오직 세 가지 문제만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 문제는 승계요, 두 번째 문제도 승계요, 마지막 세 번째 문제도 승계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만약 스스로 승계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당신의 가족과 기업은 변호사의 손에 기업의 존폐를 맡기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그는 승계와 관련된 후계자 선발이나 이들의 교육을 무시하는 것은 ‘가족기업을 안락사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조만간 CEO가 바뀔 기업이 대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가족기업에 대한 실체인정이나 승계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법안은 전무하며, 최고경영자 역시 승계계획에 대한 준비는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최근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승계계획을 고려한 적이 없거나(60%),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경우(18%)가 대부분 이였다. 대학 역시 가족기업 특히 후계자 육성이나 승계계획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학자는 많지 않다. 나아가 이런 분야의 교과목이 개설된 대학(원)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성공 장수기업의 조건
승계계획이란 다음 세대에게 기업의 경영상태가 양호하도록 기업의 경영권(소유권)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과 관계되는 모든 계획을 의미한다. 승계계획의 부재는 창업자-후계자간의 갑작스런 승계로 인한 권력이동의 지각변동, 후계자간의 갈등, 상속문제 등으로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승계계획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이다. 세계적인 석학인 드러커에 의하면, 위대한 영웅인 최고경영자가 치러야할 마지막 시험은 후계자의 선택과, 선택받은 후계자가 기업을 잘 경영하도록 한발 물러서는 거라고 하였다.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치밀하고 정교한 승계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승계 전(before), 후(after), 과정(during)의 오랜 기간 동안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승계당사자인 CEO 뿐만 아니라 전문가인 교수, 컨설턴트 등과의 긴밀한 산학협력으로 침체에 빠져있는 우리 기업을 성공적인 장수기업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남 영 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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