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의 가을은 풍성하다. 해마다 열리는 송이버섯 축제(9월 30일-10월 4일)가 열리고 이어서 남대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축제(10월 22일-10월 23일)도 펼쳐진다. 각종 체험을 비롯한 행사준비가 한창인 그곳. 축제는 핑계이고 설악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흘림골을 탐방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흘림골을 찾아 나선 날에는 추적추적 며칠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설악산 지구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외설악, 내설악, 그리고 남설악 지구. 흔히 오색약수터 지구라고 일컫는 남설악지구의 주전골은 가족 동반 트레킹장소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다. 오래전 도적들이 가짜 엽전을 만들던 곳이라 붙여진 주전골. 그곳만으로도 충분한 가족여행지 트레킹코스지만 지난해 9월20일경에 개장한 흘림골(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설악산(남설악) 오색 분소)에 대한 호기심을 저버릴 수 없는 일이다.
1985년에 자연휴식년제로 돌입, 20년이 넘은 시점에서 다시 일반들에게 속살을 드러내게 된 곳. 그 이유만으로도 이곳을 찾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흘림골 트레킹의 시작은 한계령 고갯길을 내려서 2km 즈음 내려와서 시작된다. 염두에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도로변 우측에 매표소가 있다. 주차는 불가능하므로 1-2분 정도 더 내려가 반대편 공원길을 이용해야 한다. 입장료(1,600원)를 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한사람이 걸을 수 있는 산행로가 이어진다. 울울창창한 숲속, 한낮에도 햇살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숲길은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인지 한층 더 어둑하다. 가는 길에 눈길을 잡아끄는 주목나무. 두 손을 다 뻗쳐도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굵어진 나무는 신령스럽기까지 느껴진다. 그렇게 30여분 정도 걸으면(0.9km) 여심폭포라는 팻말이 나서고 우측 깊숙한 곳에 여심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성의 깊은 곳이라는 이름도 묘한 여심(女深)폭포, 또 다른 이름으로는 여신(女身)폭포라고도 한다. 대부분 미리 정보를 얻어 온 사람들이라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는 그곳을 실제와 비교하듯이 유심히 쳐다본다. 2단 직폭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듯 물줄기가 내리 꽂히는데, 그 중간에 파인 부분이 요상하게 생겼다. 비가 많지 않아 수량이 줄어들 때는 더 정교하게 보일 듯하다. 이곳은 예전에는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여기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흘림골이라는 지명도 이 물이 흘러 들어가는 골짜기라고 해서 붙었다.
폭포를 뒤로하고 등선대(0.3km) 오름길은 경사도가 심하다. 일명 깔딱고개를 넘어서면 평평한 능선을 만나고 이내 좌측 길로 오르면 선녀가 하늘로 오른다는 등선대(登仙臺, 1,002m)를 만난다. 등선대는 흘림골 산행의 백미. 기암괴석의 바위덩어리를 힘겹게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남설악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사방에 뾰족 바위로 뒤덮인 산들이 연봉을 이룬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만물상이다. 동으로는 칠형제봉과 그 너머로 한계령과 귀때기청봉이, 서쪽으로는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사방팔방이 확 트여 막힌 가슴이 한눈에 녹아내린다. 다소 등산에 무리가 따르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산행 시작 기점으로 돌아 나오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차량과 만날 수 있어서 오색분소나 용소매표소에서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산행길은 계속 이어진다. 등선대를 돌아 나와 철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길에 물줄기를 만난다. 계곡의 시작점이다.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여도 좋다.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로 찬 물은 얼음물이 무색할 정도다. 경사가 심한 하산길은 발목에 힘을 한껏 가하게 된다. 등선대에서 등선폭포(0.4km)를 거쳐 무명폭포를 지나 12폭포에 이르는 코스에서는 이끼 산을 만나기도 한다. 아직까지 덜 다듬어진 듯한 산길에, 천혜적인 자연이 어우러진 길은 다소나마 힘든 산행 길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준다.
12폭포로 내려오는 능선에서 잠시 몸을 뒤로 돌려 만물상의 전경을 바라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산봉우리에 자욱한 안개가 걸쳐 있을 때는 신선이 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12폭포까지 내려오는 길은 경사도가 심하므로 각별히 산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곳까지가 새롭게 개방한 흘림골 코스다.
빼어난 비경이 연이어지지만 경사도가 심하고 곳곳에 굵은 돌이 많아서 보폭이 넓다. 초등 저학년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12폭포를 거쳐 주전골 삼거리(0.8km)를 내려오면 용소 매표소와 오색약수터를 선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용소는 거리가 짧고 대신 오색분소는 큰고래골-금강문-선녀탕-성국사-오색제2약수터(3.2km)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용소를 택하기로 한다. 지친 발을 더 혹사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판단이다. 어디로 가나 택시를 타야 한다. 개방만 해놓고 그것에 파생되는 부수적인 것들은 돌보지 않고 있다. 올라가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도대체
■여행정보= 흘림골 문의:설악산 국립공원 오색분소(033-672-2883), 기타 관광지 문의:양양군청(033-670-2722 담당:남미애), 양양 인터넷 사이트:www.yangyang-gun.gangwon.kr
■대중 교통= 동서울이나 상봉터미널에서 양양경유 속초행(한계령 행 확인 필), 오색하차/4시간 20분 소요. 양양-오색온천 시내버스 이용/1시간 간격 운행(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30분 소요. 문의:오색버스주차장 (033-672-3161), 택시 문의:양양 콜택시(033-671-2300)
■자가 운전= 서울-양평간 6번 도로 이용. 홍천-인제 거쳐 한계리 민예단지 휴게소앞 삼거리에서 44번 국도 이용. 제1,2옥녀교-제1, 2장수교-장수대-한계령휴게소. 한계령 고갯길을 내려와 2km 지점에 흘림골 매표소. 또는 홍천 철정검문소에서 내촌, 상남 방면 이용. 현리를 지나 필례령 고갯길을 넘어서도 된다.
■별미집과 숙박= 주전골 식당 (033-672-1584, 토속 음식, 오색온천단지), 남설악식당 (033-672-3159, 토속 음식, 오색온천단지), 고향산천 가든(033-671-9244, 약수 돌솥밥, 관동대 옆), 천선식당(033- 672-5566, 은어, 뚜거리탕, 남대천변), 등불(033-033-671-1500, 송이와 등심, 양양읍내 근처), 단양면옥(033-671-2227, 회냉면 등, 양양읍내), 송월 메밀국수(033, 033-672-3696, 오산 해수욕장 가는 길목), 오산횟집(033-672-4168, 섭국(자연산 홍합), 동호해수욕장 옆) 등이 있다.
■주변 명소= 하조대 정자와 등대, 그리고 해수욕장, 낙산사와 낙산해수욕장, 진전사지와 둔전계곡, 영혈사, 미천골과 자연휴양림, 갈천약수터, 남애해수욕장외 다수, 어성전 마을, 후진항과 물치항의 어시장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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