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을 동시에 해소키 위해 지난해부터 실시된 청년 채용 패키지사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은 기협중앙회가 중소기업들의 채용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 청년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위탁교육을 실시한 뒤 채용하는 제도다. 청년 채용 패키지를 통해 취업 관문을 통과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취업난이 우리나라에서 떠들썩할 때 저는 졸업을 했습니다. 졸업 후 1년 정도 쉬는 것은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말입니다.
해가 갈수록 미취업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기존 취업자들은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가지고 있던 일자리마저도 잃는 형편이었습니다. 기업들의 채용 계획은 점점 줄어만 갔고 취업의 문은 날이 갈수록 비좁아만 갔습니다. 특히나 제가 있던 대구 지역은 전국에서도 낮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의 취업은 취업난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출신 학과에 적절하게 가고 싶어도 경쟁이 무척 치열했으며 또 개인적으로 커다란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적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제가 과연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생각 하는 등 적성에 관한 고민도 많이 했고 나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적성 검사도 해보고 여러 선배의 조언을 들으면서 결심한 것이 IT 강사였습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고 예전에는 야학 교사도 하며 사람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보람이 얼마나 큰일인 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인문계열의 졸업생이었고 이공계열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열정만 가지고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전 또 한 번 좌절했습니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취업 사이트를 뒤적거리면서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내보아도 답장이 오는 곳은 없었습니다. 스스로 위축된 탓인지 친구들에게 전화가 와도 대인기피증에 걸린 듯 잘 만나지 않았습니다. 소위 ‘취업 포기’라는 사회가 낳은 병에 깊이 빠져들 것만 같았습니다.

대인기피증 생겨 친구도 외면
시간은 가혹하게도 빠르게만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손에서 놓을 즈음 우연히 청년채용 패키지사업에 관한 인터넷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모바일 전문가 과정을 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부족한 집안 형편에, 일자리조차 없는 제가 그러한 과정에 대한 수업료를 지불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입니다.
무더운 뙤약볕에 숨조차 쉬기 힘든 그런 오후였습니다. 매미 울음이 제 귀를 어지럽히고 있을 때 그보다 더욱 귓속을 파고드는 한 통의 전화가 왔고 그것은 청년패키지 사업에 합격이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뛸 듯이 기뻤습니다. 왠지 모든 일이 다 잘될 것만 같았고 이제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벅차오르고 있었습니다.
8월입니다. 무더운 달이기도 하지만 제가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는 뜻 깊은 달이기도 합니다. 교육장에 계신 강사님들은 생각보다 꼼꼼하게 교육생들을 관리했습니다. 지각, 조퇴, 결석 등 출석 체크부터 개인 건강 상태, 고민 상담, 진로 상담을 비롯해서 당시 제가 필요했던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정확히 짚어주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강의였습니다. 교육생들의 레벨에 맞는 눈높이 교육에, 상세한 설명, 다양한 첨부자료의 활용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생의 질문에 대한 적절하고도 친절한 답변들은 제 의문을 단번에 사라지게 했습니다. 단순히 강사와 교육생의 관계가 아니라 보다 인간적으로 친숙해져버린, 지금의 제게도 무척이나 소중한 분이 됐습니다. 교육장 안에서는 강사로서 가르침을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교육장 밖에서는 술 한 잔에 쌓인 고민과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꼼꼼한 교육관리 마음 추스려
당시의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조금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공계열의 학생이 아니어서 이공계열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전혀 돼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교육생들은 대부분이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었고 기본적인 실력에서부터 큰 차이가 났던 것이 사실입니다. 담당 강사님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저를 각별히 신경써주셨고 그만큼 남들의 몇 배에 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켜 주셨습니다. 몇 달에 걸치는 교육 기간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단 한 번이라도 마음을 놓아버리면 모든 것을 놓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늘 부족한 잠을 깨우려 강의 시간엔 서서 강의를 듣곤 했으며 교재를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복습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몇 달의 교육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기업 현장 연수의 시간이 왔습니다.
단순히 강의를 통한 교육만으로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직접 가서 실무를 경험해 보고 현장 연수를 통해서 개인적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바로 채용도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만약 떨어진다고 해도 실무에 대한 경험을 쌓게 되는 황금 같은 기회였습니다.

모바일 관련 기업 취업성공
여러 기업들이 교육장에 들러서 기업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실무에 관해 궁금한 여러 궁금증을 받아주었습니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 기술 소개서를 작성해서 여러 기업에게 보내기 위해 이력서, 자기 소개서, 기술 소개서에 대한 작성 요령도 배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면접 시 유의해야 될 사항과 자신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그간 친하게 지내었던 많은 사람들이 여러 기업에 지원 의사를 보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높은 연봉에, 외부 이미지나 조직적인 문화 등의 다양한 이유로 말입니다. 물론 돈도 많이 벌고 주위 사람에게 모 기업에서 일한다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는 것도 큰 자랑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중소기업은 높은 연봉도, 높은 기업 이미지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는 기회가 있습니다. 보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고 기존의 자신이 행하던 업무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접하게 돼 보다 넓은 경험을 쌓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기업의 조직 형태나 업무의 흐름 등을 살펴보는 것도 철저한 보안 속에서 가려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습니다. 상사와 업무적 관계로만 대하고 형식적인 인사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보다 친밀해져 개인적인 만남도 가지고 같은 취미 생활까지도 함께 하는 또 다른 형이나 누나로 다가왔습니다. 열려있는 기회로 자신을 키우기에는 틀에 짜여 굳어있는 대기업보다는 자유로움이 있는 부드러운 중소기업이 훨씬 좋습니다. 자기 개발이나 자기 성취라는 개인적인 성과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건 중에 하나입니다.
한 번은 면접을 볼 때 부장님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 기업에서 당신을 원하지 않아서 퇴사를 시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일도 똑같이 나와서 청소라도 매일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의 의지는 그러했습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였고 그간의 과정 역시 힘들게 지내왔습니다. 그 모든 것은 쉽게 놓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연수 과정 중에도 강사님은 찾아와 주셔서 격려해주시고 기업 측에도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부모님이 찾아와 직접 말씀해주시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장 연수의 기간이 끝나고 최종 테스트와 면접을 거친 뒤 저는 꿈에 그리던 취업을 하게 됐습니다. 저희 회사는 큰 기업은 아니지만 정예로 이뤄진 팀 단위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경북대의 콜센터를 관리하기도 하고 웹 솔루션에 관한 일도 합니다. 연구소 팀에서는 교육용 보드를 개발해 모바일 학습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강사 팀은 국내의 유명한 대기업인 삼성, LG 등을 비롯해서 대구 경북 전 지역의 각 대학에 임베디드와 모바일 관련의 심도 깊은 강의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제 친구들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알고는 깜짝 놀라곤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를 궁금해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말합니다. 절대 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커다란 기회를 부여해준 청년채용 패키지사업, 폭넓은 지식과 뜨거운 열의로 저를 가르쳐주셨던 강사님들, 힘들 때 서로를 의지하며 격려해준 과정을 함께 진행한 교육생들. 이 모든 사람이 함께였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었다고 웃으며 말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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