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성장·발전한 과정을 되돌아보면 한(韓)민족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룬 성과에 대해 국내에서는 큰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의 경제발전 뿐 아니라 정치발전 과정에 대해서도 경이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후발개발도상국들의 선망의 대상이고 성장경로, 발전전략이 그들의 경제개발전략 모델이 되고 있다. 6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세울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불안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던 국가, 전문가들이 많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경부고속도로의 건설, 무모해 보였던 포항제철의 건설 등 개발시대의 무수한 신화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고속성장의 그늘 살펴야
경제발전으로 국민의 평균적인 삶의 질은 과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됐지만 짧은 기간 동안 압축성장을 이루다 보니 사회 각 분야에서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노사문제,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산층의 몰락, 중소기업 내부에서의 양극화, 이념갈등 등 너무나도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매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불 대에서 10년째 정체돼 있고 후발개도국들은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 WTO체제의 출범과 정보화의 진전으로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추세이고 정부주도형 성장전략은 더 이상 국제적으로 허용되지도 않고 한국 정도의 경제규모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7~80년대 개발시대의 아시아의 4룡으로 거론됐던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중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을 논외로 하고 한국과 대만만을 보면 양국은 후퇴냐 전진이냐의 기로에 서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짧은 기간에 동시에 이룩했다는 점에서 타 개발도상국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그러나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지금 같은 어정쩡한 기술수준, 품질경쟁력, 브랜드 경쟁력으로는 현상유지도 안 될 뿐 아니라 후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청년실업, 조기퇴직, 과잉수준의 자영업자 수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결국 한국의 전체적인 경쟁력 취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지나친 정부주도 경계
이러한 답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화, 벤처기업 육성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다.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제2의 국가도약’을 비전으로 삼고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을 주요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여러 부처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혁신협의회의 구성, 지방대학역량강화사업(NURI), 4+9지역산업진흥사업, 지역전략산업육성사업, 미래형혁신도시건설 사업, 산업단지의 클러스터화사업 등을 대표적인 사업으로 들 수 있다. 향후 약 60조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고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사업이라 이에 대해 귀 기울여 들을만한 여러 우려의 소리가 있다.
첫째, 정부는 상향식 정책수렴을 천명하고 혁신체계구축, 혁신역량강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실행되고 있는지, 지방정부가 지역혁신을 위한 정책을 수행할 만한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둘째, 주요 관련 부처인 산업자원부, 교육인적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의 정책이 정부 내부의 조율과 조정을 거쳐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이다.셋째, 정부의 전략은 혁신체제를 우선 구축하고 이를 통해 혁신클러스터의 형성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혁신체제의 구축이 과연 클러스터 형성의 필요조건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넷째, 혁신체계의 구축과 역량 축적을 우선하다보니 혁신의 주체인 산·학·연 중 대학과 연구소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정작 중요한 지역소재 ‘중소기업’은 논의에서 객(客)이 되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IT·BT·NT 등 향후 전망이 있다는 모든 영역을 다 하겠다는 무리한 의욕이 엿보인다.
여섯째, 지방정부·민간 주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 주도로 정책이 실행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상벌이 뚜렷한 시장원리를 입각해 정책집행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40년간 국내적으로는 혼란과 갈등이 있었지만 어느 나라도 이뤄내지 못한 일을 성취해냈다.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구상 어느 나라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 있다. 자긍심을 가지고 성취하자.

심 우 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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