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경제가 어렵다 보니 사람들이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비전을 가지고 사람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언어를 가지고 무력증에 빠진 구성원들을 깨우는 리더가 많아야 한다. 열정을 가진 리더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사람을 움직인다. 남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자기가 먼저 불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열정은 인화성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열정이 다른 사람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은 조직전체가 열정을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
리더십이 필요한 때
혼다자동차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찌로가 평소에 즐겨 쓰는 말이 “어쨌거나 해봐라”였다고 한다. 기술개발을 하다보면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담당자는 좌절감에 사로잡히게 될 수 있다. 이럴 때 혼다는 축처진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 말을 했다고 한다. 현대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도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가진 직원에게 던지는 말이 “당신 해봤어?”라고 한다.
기업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우리 회사에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 이 말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열정을 가진 직원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하기에 앞서 나는 얼마나 열정을 가진 리더인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잭 웰치는 조직에 필요한 인재의 기준 중에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는 매일 아침 열정을 가지고 좀더 나은 방법으로 일하는 방법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중의 한 사람이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다. 이 분은 평소에 이러한 지론을 펴곤 했다. “기업경영에서가장 중요한 것이 성공을 향한 열정이다. 열정이란 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24시간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매달리는 상태로, 열정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감춰진 잠재의식이란 거대한 능력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세라의 경영원칙도 열정(PASSION)으로 정했다. 이 단어를 이익(Passion), 야망(Ambition), 진실성(Sincerity), 용기(Strength), 혁신(Innovation), 낙관주의(Optimism), 인내(Never give up)로 풀기도 한다.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함께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열정이 지나치다 보면 균형감각을 잃게 되는 수가 있다. 리더는 낙관주의적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감이 결여된 낙관주의는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위험부담의 성향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무모한 위험부담이 아닌 계산된 위험부담(calculated risk-taking)이 필요하다. 사업이나 조직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전망과 인식을 가져야 하지만, 현실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요즈음 애플컴퓨터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이 사람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주기 때문이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제품개발과정에서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따지고 들고, 조직이 철저하게 자기 방식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소위 ‘마이크로 매니저형’ 리더였다.
그래서 그와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그가 탁월한 성과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동시에 비전추구형 리더(visionary)였기 때문이다. 그가 단순한 마이크로 매니저였다면 결코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조직은 성장단계에 따라 다양한 목표와 가치를 추구한다. 어떤 목표나 가치는 상호보완적이지만 다른 목표와 가치와는 상호배치되거나 모순되기도 한다.
각각의 목표나 가치는 그 나름대로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조직이 위기에 빠지거나 실패하게 된다. 리더의 균형감각은 상반된 목표나 가치를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거나 절충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가치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되, 동태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리더는 균형감각 갖춰야
대학생 때 창업해서 가장 성공한 청년실업가가 된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90년대 초 성장 일변도의 경영을 하다가 위기에 빠지게 됐다. 매출성장을 위해 판매액 기준 인센티브를 제공하다 보니 부실 채권이 늘어나게 되고, 재고자산이 쌓이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되었던 것이다. 현금흐름의 심각한 위기를 인식하게 되어 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자금유동성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었다.
그 결과 회사목표가 성장중심에서 유동성, 수익성, 그리고 성장의 순으로 바뀌게 되었다. 경영의 균형감각을 회복한 것이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양뇌를 균형있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왼쪽 뇌로만 사고하면 합리적이지만 보수적인 조직성향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철저한 관리에 의한 현상유지에 능하지만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반면 오른쪽 뇌로만 움직이는 조직이 되면 직관에 너무 의존하게 되어 소위 ‘감에 의한 경영’을 하게 된다.
내부 안정성과 분석력이 결여된 조직이 되기 쉽다. 양뇌가 균형있게 조화되어야만 의사결정의 탁월성을 실현할 수 있다. 열정이 사라진 사회, 좌로나 우로 쏠리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열정을 가지고 뛰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리더십이 참으로 귀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중소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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