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건강한가. 한국경제를 진단하는 시각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 위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 중앙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부문은 구조적으로 계속적인 위기”라고 인정했다.
중소기업이 구조적으로 위기상황에 있다면 그대로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에는 국내근로자 1천2백만 명의 87%인 1천50만 명이 300만개의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중소기업이 위기라면 한국경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中企위기 방치 안돼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무엇보다 먼저 중소기업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고 그 결과 협력중소기업체의 납품단가가 불리하게 책정된다든가, 주5일제나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 등으로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한다면 무슨 수로 중소기업이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가.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종업원 1000명 이상인 자동차산업 대기업의 평균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부품납품업체의 평균임금은 96년에는 61.4였으나 2002년에는 43으로 떨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이후 94년만 빼고 매년 파업을 했다. 기아차 노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 노조가 무리한 임금인상 투쟁을 하면 그 피해를 중소기업이 입는다는 사실이 일부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배부른 대기업의 귀족노조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돌을 던지는 셈이다. 소년들이 연못으로 돌을 던지며 노는 건 개구리를 죽이고자 해서가 아니라 해도 결과적으로 개구리를 죽이거나 상처를 입힌다는 이솝우화와 다를 바 없다.
중소기업은 기술혁신, 생산성향상을 통해 부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한다. 품질과 기술, 가격경쟁력 등은 중소기업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기술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대기업도 그러한 중소기업을 도와야한다. 외국의 대기업들도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하도급 업체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와는 다르다. 예컨대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임원 등 간부들이 4만여 개 협력업체를 나눠서 밀착 관리한다. 경기가 나빠지거나 협력업체에 기술적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찾아가 난관을 해결해 주고 자금도 지원한다.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중소기업체 근로자는 41만 명에 이른다. “국내 최고수준의 처우를 누리고 있는 대기업노조의 파업 때문에 언제까지 우리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껴야 합니까?” 지난 8월말~9월초의 현대자동차 노조파업을 보며 6천400여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파업중단을 호소한 신문광고내용의 일부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인들의 울분이 담겨있다.

대기업 노조의 자성 필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자금 판로 인력 기술 수출 정보화 등 11개 분야에서 170가지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제도만으로 보면 완벽하다 할 만 하다. 하지만 모든 중소기업을 살리려는 백화점식 정책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듯이’ 성공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은 규모와 업종, 업태가 다르고 따라서 애로요인도 다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정책이 다양하게 잘 짜여있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소기업정책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해야한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을 그대로 둔 채 화려한 정책을 남발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문제는 중소기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국민경제 전체의 문제로 보고 풀어 가야할 대목이 많다. 그렇다고 중소기업만을 위한 정책을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걸 주장하자는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을 옥죄는 환경을 그대로 둔 채 중소기업의 자립을 주문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지적하고자하는 것이다.

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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