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서 또 한해가 얼마 남지 않음을 감지한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면서 한해를 접어야 한다는 회한에 눈물지을 시간도 없이 자연은 형형색색 아름다운 단풍잎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북쪽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서서히 아랫녘까지 물감을 들이며 가을을 접는다.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내장산. 일명 애기단풍이라고 일컫는 단풍나무가 해마다 곱게도 물이 든다. 아름다운 단풍산을 감상하기 위해 새벽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든 관광인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장산의 단풍을 올해는 놓치지 말기를.

내장산의 단풍은 워낙 많이 알려진 곳. 눈에 울긋불긋 단풍 물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길. 단풍철이 되면 행락객들로 인산인해. 산악인들이 아니고서는 정작 아랫부분 단풍구경에 여념 없는 사람들뿐이지만 가을철 잠시 산 속에 들어가 단풍 숲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편도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신선바위-금선폭포 코스도 괜찮고 케이블카에서 0.9km 하산해 다시 0.6km 정도 더 올라 금선폭포까지 즐기면 충분한 트레킹이 된다.
단풍철에는 행락객들의 발길이 연이어져 복잡하기 이를 데 없던 점을 감안해서 해뜨기 전, 이른 새벽 6시경에 매표소에 도착. 입장료+문화재관람료(2,200원), 하루 주차비(5,000원)를 내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오전 7시가 넘어야 운행한다는 케이블카. 편도와 왕복권이 있는데 대부분 가볍게 왕복권을 끊어서 팔각정 전망대에서 ‘야호’소리 몇 번 외치고 내려오는 일이 다반사다.
케이블카에서 0.3km를 걸어 내려가면 연자봉 중턱에 있는 팔각정. 팔각정 옆길을 이용해 내장사까지 하산거리는 0.9km. 아주 적당한 하산길이지만 그곳을 택하지 않는다. 다시 케이블카 쪽으로 올라와 연자봉을 향해 올라간다.
연자봉까지 팻말에는 0.9km. 초입부터 긴 철계단이 이어진다. 가파르지만 산행 시작이라 힘겹지는 않다. 높이 올라갈수록 산속은 안개가 짙고 단풍도 색깔을 잃어 버렸다. 힘겹게 올라가니 연자봉과 신선바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능선길을 이용하기로 하고 신선바위 쪽으로 향한다.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 번. 내리막길에 팻말이 있다. 신선바위와 내장사 코스다. 갈림길에서 0.5km만 오르면 신선암이지만 산행객도 없고 날씨조차 흐리니 포기하고 하산하기 시작한다. 이곳의 내리막길도 쉽지 않다. 경사가 심하고 비가 내려 자칫 다리라도 미끄러지면 큰 일.
내장사가 거의 임박할 무렵 금선폭포를 찾아 나선다. 거리는 0.5km. 단풍 구경하고 내장사 들렀다가 금선폭포까지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처음부터 케이블카 타고 내려와 금선폭포 들러서 내려가면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는 최상이었을 것 같다. 어쨌든 어둠침침한 폭포 쪽을 향해 들어간다. 비에 젖기는 했지만 돌들은 원래 그런지 온통 검은 빛이다. 가는 길목에 용굴이 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폭포인데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돌길이 걷기가 힘들다. 게다가 계곡물도 가을 가뭄으로 말라서 폭포 물줄기는 보지 않아도 뻔할 일.
어쨌든 내장사에 이르렀을 때는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단풍 향락객들로 어수선한 사이를 비집고 또 사진을 찍는다. 이른 아침에 세워둔 차 위로는 낙엽이 우수수 쌓였다.
도대체 얼마나 걸었는지 계산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충 산 아래 단풍만 감상하고 돌아갔던 때와는 성취감이 다르다. 단풍철 잠시 산행을 겸해 보는 것이 좋을 듯.
이곳은 겨울철 설경 또한 아름다운 곳이다. 눈이 많은 이곳. 기회 되면 설경 감상하러 다시 한번 찾을 생각이다.

■자가 운전= 호남고속도로-정읍IC-정읍 방향으로 달리다 내장저수지에서 우회전하면 내장산이다.
■별미집과 숙박= 내장산 지구에 있는 삼일회관(063-538-8131) 한일장(063-538-8982), 진짜 원조 전주식당(063-538-8078) 등이 있다. 태인읍에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곳이 두 군데. 떡갈비로 유명한 백학정(063-534-4290)과 집간장과 젓갈을 넣어 만든 참게장으로 알려진 대일정(063-534-4030)이 있다. 숙박은 내장산 지구에는 여럿 있지만 행락 철에는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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