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보건·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돼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다. 1999년 전인구의 6.8%를 점유한 65세 이상의 고령층의 비중은 2010년 9.9%, 2020년 13.2%로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0~14세까지의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 국가의 고령화 정도를 나타내는 고령화 지수도 2010년 49.9, 2020년 76.5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새로운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전후의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평균수명이 길어져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中企일수록 고령화 심각
과거 70~80년대의 고속성장, 환란 이후 IT산업에서 뛰어난 성과, 척박한 환경에서도 배아복제로 대표되는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업적, 내수와 투자 부진을 상쇄하는 수출부문의 선전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성장사를 인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3~40대의 한창 일할 연령대의 충분한 인구가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매일 매일 터져 나오는 경제권과 정치권의 비리, 공권력과의 폭력적 대립으로까지 확장되는 집단간의 갈등, 정책의 혼선,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남남 및 국제간의 갈등 구조 등을 보면 우리나라가 도대체 발전하고 성장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70년대의 고도성장기에는 ‘잘살아 보자’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집단간의 목소리를 자율적이든 타율적이든 억제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참았던 목소리들이 거침없이 분출되고 있다. 90년 대 이후의 민주화를 위한 학습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갈등조정의 부재로 인한 낭비, 경제와 정치의 분리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유착·비리 등이 우리나라를 10년 동안 일인당국민소득 만불 수준에 묶어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값 비싼 학습비용을 치루고 있지만 차세대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정보기술 분야, 자동차 부문 등에서 세계를 상대로 잘해 나가고 있다는 게 국내·외의 평가이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밑거름이 정체돼 있는 듯하지만 끊임없이 동력을 찾아 움직이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앞서 언급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인구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하게 공급되던 베이비 붐 세대의 인력이 향후 10년 후면 대부분 고령화에 접어들게 된다. 인구구조가 고령층이 두터워지고 아래로 내려 갈수록 얇아지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고용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직장의 개념에서 능력에 따른 전·이직이 일반화되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어 향후 성장을 이끌어갈 현재의 청년층들은 사기업보다는 공무원, 공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자세보다는 안정을 원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은 우선적으로 공공부문을 선택하고, 차선으로 대기업을 택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일할 사람들은 점점 적어지는데 그나마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현장인 기업을 외면하고 고용이 보장되는 직장을 선택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정보화가 촉진되면서 노동절약적 사업구조와 생산방식이 확산돼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일할 사람의 부족현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상품과 산업이 나타나면서 소비수요 증가에 따른 고용증가도 발생한다. 따라서 기술혁신과 정보화가 인력수요를 줄일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던 인적자원의 절대적 공급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 보면 인력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다. 특히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에서 타업종에 비해 종업원의 중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섬유·의류, 가죽·가방 등의 업종에서 40대 이상의 연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기준 약 80%이고 제조업 전체로 보면 약 45% 정도이다. 지식집약산업인 기계, 전기·전자기계, 수송기계, 의료·정밀광학기기 등의 업종에서는 2~30대의 비중이 높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 비정규직의 증가, 고령화와 청년실업의 증가, 여성인력 고용 증가 등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노동 및 고용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었던 질 높고 풍부했던 인적자원이 향후에는 가장 부족한 자원이 될 것이다. 새로운 고용의 패러다임으로 나타날 세대간의 갈등, 계층간의 갈등, 그리고 일할 사람 부족현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때이다.

심 우 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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