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실시해 오던 ‘외국인산업연수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내년부터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려고 하자 중소기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노동부가 ‘외국인근로자 문제’의 핵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부가 지난 9일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외국인고용허가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 등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고용허가제를 전격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의 불법체류자 28만명을 양성화하기 위해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허가제 대상자에 포함시켜, 취업시키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소제조업계는 “외국인근로자 도입제도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작 중소기업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소제조업 외국인산업연수업체협의회 한상원 회장(하이텍인터내셔널 대표)은 “고용허가제 도입시 기업은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하기 때문에 임금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 3권을 인정, 각종 노사분규가 예상되고 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부는 외국인들에게 노동 3권중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 국제노동기구(ILO)와 각종 인권단체들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제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경제 단체장들을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하는 등 고용허가제의 도입 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핵심 빗겨 나가는 노동부= 노동부의 고용허가제 도입 방침은 지금까지 시행돼 오던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외국인력을 정당한 대가가 아닌 편법으로 값싸게 들여와 이용했고 결국 이 제도가 실제 ‘연수’는 없고 불법체류만 양산했다는 일부 인권단체들의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각종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외국인근로자들의 임금 부분. 최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외국인근로자 임금실태에 따르면 외국인연수·취업자들의 평균임금은 내국인 생산직근로자의 84%에 이른다. 국내에 들어온 기간이 1년 이하의 산업연수생 임금은 82% 이고 1년이상 되는 연수취업자는 87%에 달한다. 이는 인력송출 국가들의 현지임금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40배까지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평등해 국내 근로자와 똑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외국인근로자들의 경우 언어 및 문화가 달라 실제 생산성에서 내국인 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게다가 이들이‘국방의 의무’를 비롯한 각종 국민적 의무를 지지않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언어 달라 생산성 떨어져
두 번째,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불법체류만 양산한다는 주장도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최신 집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까지 외국인근로자 불법체류자는 28만9천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실제 ‘산업연수제도’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연수생이 이탈하는 경우는 21%에 불과하다. 나머지 79%는 관광 등 입국(74%)이나 해외투자기업들을 통한 입국(5%)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자체 모순덩어리 ‘고용허가제’= 무엇보다 노동부가 내년부터 도입해서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용허가제’제도 자체에 더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고용허가제 실패
노동부의 주장대로라면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라 불법체류자가 없어지거나 현격히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심우일 박사는 “고용허가제를 가장 원형대로 실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경우 외국인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나 외국인의 장기체류, 내국인 실업률 증가 등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지난 83년에는 외국인귀국촉진법까지 제정했지만 불법체류자는 오히려 늘어 현재 75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프랑스도 수많은 외국인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대만의 경우는 불법체류자 신고자에게 1인당 2천 달러(대만달러)의 포상까지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고용허가제는 ‘외국인연수제도’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것이 실례로 입증되고 있는 것.
오히려 전문가들은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주는 고용허가제가 외국인에 더 많은 유인을 제공, 관광 등의 입국을 통한 불법체류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정식 직업을 갖게 된 외국인노동자들이 정당하게 가족초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우려할만 하다.
■해결책은 ‘제도 운영에’= 전문가들은 “‘어떤 제도를 도입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해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례로 일본은 한국의 ‘외국인산업연수제도’와 유사한 ‘기능실습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불법체류 외국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인들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모범적인 외국인노동자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강력한 단속만이 해법
미국의 경우 비록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해 이들을 고용하는 경영자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3월에는 ‘불법체류자는 부당해고 돼도 체불임금을 못받는다’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강력한 대처를 해나가고 있다.
반면, 불법체류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우리나라는 외국인근로자들의‘천국’(?)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한 외국인근로자들의 국가별 취업선호도에서 한국이 70.2%로 1위를 차지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中企연구원 沈 박사는 “결국 이 세상에서 완전한 외국인근로자 운영제도는 있을 수 없다”면서 “지난 7∼8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제자리를 잡아가는 외국인산업연수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다시 시행착오를 겪기보다는 기존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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