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황우석교수를 둘러싼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우리나라가 혁신관리에 대해 다소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혁신의 개념과 혁신관리 원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시급하다.
첫째,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탤런트를 관리하는 방식이지 혁신관리 방식은 아니다. 스타급 탤런트는 방송국이 검증한다. 그래서 MBC가 나선 모양이다. 언론과 국민들은 황교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를 탤런트처럼 취급하려고 했다. 그러나 눈부신 조명은 스타를 다치게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발명품이나 발명가 개인보다 속에 숨어 있는 팀워크, 창의성, 협력정신에 조명을 비춰야 한다.

잠재적 리스크 파악 관리 나서야
둘째, 혁신의 전체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보안, 특허권관리, 시장출시, 자금조달, 양산체제 등의 과정도 필요하다. 혁신관리 모델의 발전추세를 보면 거의 10년마다 새 모델이 등장했다. 1960년대 초에 시작된 1세대 모델은 기반기술의 혁신이 선행되고 그로 인한 제2, 제3의 혁신이 파급되는 기술푸쉬(technology-push) 모델이다.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2세대 모델은 고객 니즈가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마케팅과 R&D가 결합되는 시장주도적 혁신이다. 1970년 경에 시작된 3세대, 그리고 그 후의 모델들은 기술, 시장, 원료공급, 이업종 등이 종횡으로 연결되는 복합적 프로세스로 전개되며 총체적 품질, 정보기술에 의한 프로세스 통합화, 기업간 협업체제를 지향한다. 이번 황우석교수 사례를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가장 단순한 모델인 기술푸쉬 모델의 기본이 되는 기술보안, 정보관리에서 조차 큰 허점을 보였다.
셋째, 역할의 분업체계가 허술하다. 과학자, 엔지니어, 프로젝트 관리자, 스폰서, 팀, 특허관리자, 제품 챔피언, 디자이너, 마케터, 중소기업, 벤처캐피탈 모두가 스타군단이다. 피터 드러커가 지적한 것처럼, 기업가 역할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미래사회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과학자, 발명가들에게도 기업가적 요소가 필요하다.
이는 모든 잠재적 리스크를 파악하고 자기관리를 하면서 조직의 힘을 참여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부는 특히 기업가 역할을 재인식하고 과학자, 발명가들에게 부족한 기업가적 요소를 지원·보완해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어깨에 힘을 줄 필요는 없다. 관료제나 독재체제는 혁신관리와 상극이다. 혁신이란 눈덩이 굴리기와 같다. 처음에는 눈덩이가 작지만 계속 굴리면 큰 덩어리가 된다. 자연은 천천히 변하지만 어느 사이에 새싹이 돋고 무성해지고 낙엽이 된다. 혁신은 변화를 동반하는 자연스러운 프로세스이다. 변화를 환영하고 계획하고 모니터하고 목표에 지향되도록 해야 한다.

혁신관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발명가, 기업가, 예술가의 재능을 함께 갖춘 전문가는 드물다. 창의성, 상상력, 경험, 재능은 사람마다 다르다. 드라마의 배역처럼 각자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혁신은 조직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때에만 유익한 혁신이 될 것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에만 혁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일상업무처럼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혁신관리를 할 수 있는 국가가 돼야 한다.
경기사이클의 침체기에 해당하는 20세기말, 중소기업 창업건수는 호황기였던 70년대 보다 7배나 증가했으며 1980년 이후 18년간 일자리의 순증가가 유럽은 4백만개, 미국은 3천만개라는 통계도 있다. 오늘날의 혁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통계들이다. 경기사이클은 운명이 아니다. 진정한 혁신체제는 경기사이클의 예언도 빗나가게 만든다. 2006년 새해에는 우리나라도 진정한 혁신 선진국으로 비약하고 3백만 중소기업 모두가 혁신의 주체세력으로 참여하는 복된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