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병술년 새해의 문이 활짝 열렸다. 새해의 문이 열릴 때 옛날 우리네 조상들은 대문에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라는 글귀를 써서 붙이거나, 복조리를 집 문설주에 걸어놓고 한 해 동안의 복을 기원했다. 이는 어리석은 미신이나 무속신앙이라기보다 한 해를 복되게 살아가고픈 소박한 염원의 표현이었다.
중소기업 관계자 모두가 복 받는 한 해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하여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새해에 준비하고 가다듬어야 할 것은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하고, 일주일의 계획은 월요일에 하고, 한 달의 계획은 첫 날에 하고, 일 년의 계획은 새해에 세우란 옛말도 있지 않은가.

후계자 양성부터 시작을
새해부터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으로, 중소기업의 후계자교육을 들 수 있겠다. 얼마 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98.5%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체계적인 후계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미국 가족기업 서베이(2002)의 내용 중, 5년 이내 은퇴할 예정인 61세 이상의 CEO 가운데 놀랍게도 55% 이상이 아직까지 후계자를 선발하지 못했다고 한 조사나, 창업 후 다음 세대에선 기업의 3분의 1만 살아남고, 제3세대까지의 생존확률은 오직 1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 조사와도 일맥상통한다.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후계자 양성과 관련된 CEO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GE, 소니, 삼성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비용, 장소, 참가자, 프로그램, 강사 등의 제약요인으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이나 관련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보통 승계계획은 릴레이경주와 같아서 현재의 CEO, 후계자(후보자),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관심 등 삼박자가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후계자 교육을 포함한 승계계획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기나긴 과정(보통 5~15년 정도)으로 보고 있다.
먼저 현재의 CEO는 승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사고를 갖고 있어야 한다. 가족기업의 경우 특히 권위주의와 가부장적인 사고에 치우친 경향이 강한 CEO들은 민주적인 절차와 환경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예를 들면 자식 중에서 후계자를 고려중이라면 아들 딸 구별 말고 능력 있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구별할 줄 아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미국 가족기업 서베이(2002)에 의하면 응답자의 34% 이상은 차기 CEO로 여성을 들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후계자(후보자) 역시 승계와 관련된 기본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의 언어가 아닌 기업의 언어로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나아가 후계자는 엄격하고 철저한 교육훈련, 이사회, 종업원 다른 가족구성원 등이 인정하는 공정한 선발절차 등을 통하여 후계자가 선발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후계자는 기업을 경영할 능력과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우선순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체계적 승계교육 절실
이해관계자 역시 유능하고 훌륭한 사람이 후계자로 선발될 수 있도록 기본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나아가 내가 혹은 내 사람이 선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만 아파하지 말고 선택된 역량 있는 후계자가 기업을 잘 경영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아량도 필요하다. 특히 기업은 특정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公器)임을 재인식하여야겠다.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승계교육이 절실하며 시급하다. 그런데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기업체 뿐만 아니라 학계 및 연구소 그리고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하다. 관련 기업은 하루속히 후계자교육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며, 대학이나 관련 연구소 등은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관련 전문가의 육성과 파악을, 그리고 정부는 이와 관련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체계적인 후계자교육과 관련된 승계교육을 준비해, 많은 중소기업이 마음 놓고 기업경영에만 몰입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중소기업과 관계되는 기업인, 종업원, 정책입안자, 학자 등 모두 모두, 새해에는 만사형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남영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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