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두 가지 인구문제로 꽤나 몸살을 앓고 있다. 그 하나는 고령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저출산의 확산이다. 전자의 트렌드는 노동공급을 확대시키지만 후자는 노동공급을 축소시키는 양면성을 가진다. 이들 두 가지 문제 모두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미치며, 때로는 상쇄효과로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을 조절하여 인구사회적 변화의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사회적 측면에서 실질적인 충격요인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바로 주5일 근무제의 영향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주5일 근무제가 의무화되면서 우리 기업의 고민은 하나 더 늘었다. 인건비 증가와 노동생산성 하락에 대한 걱정으로 주5일 근무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고용문화 변화의 커다란 흐름을 어느 기업도 거역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상의 트렌드일 뿐이지 주5일 근무제의 여파를 외견상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닌 듯하다. 토요일 도심의 자동차 통행혼잡은 여전하며, 사람들이 운집하는 문화 거점 지역들은 평일과 다름없어 보인다. 그래도 이면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문화패턴의 변화에 사람들은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으며, 생산측면보다는 소비측면에서 빠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시작하였지만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주5일 근무제에 길들여져지고 있는 것이다.

이틀 휴식이 이틀 활동의 시간으로
그렇다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주5일 근무제의 여파는 바로 서비스산업을 급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근로자는 당연히 5일 근무 이후의 시간을 여가 내지는 에너지 재충전의 기회로 활용한다. 그러나 소비수요 증가에 필요한 소득원의 한계를 느끼게 된 봉급생활자들은 새로운 일자리 찾기에 나섰고, 이른바 투잡스(two jobs)족으로 변신하기에 이른다.
이와 맞물려 비교적 창업이 쉽고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서비스산업이 확대되면서 투잡스족 확산을 부채질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주5일 근무제로 인하여 오히려 주7일 근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즉, 주말 이틀간의 휴식 시간이 확실한 근무시간으로 변모해 버린 셈이다.
사실 디지털 시대가 심화되면서 제조현장에는 생산직 근로자의 그림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파업을 모르는 로봇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보다 하나의 트렌드로 생력화(省力化)현상이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기술발전이 노동시장에서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고 있는가? 인적자본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가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노동경쟁력 저하를 우려해서일까? 생산인력이 부족해서? 아니면 인구가 적어서 소비시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민족의 외연이 확장되지 못해서 타민족에게 지배당할 수 있기 때문일까?
현실을 보자. 자동화에 의한 노동수요의 감소는 차치하고라도 고령화, 여성인력의 사회진출, 근로시간 감소, 외국노동자의 국내유입, 국방인력의 유휴 등으로 노동공급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의 속성도 돌이켜봐야 한다. 농토를 훼손하였을 때 외국이 식량을 무기화하는 경우나 에너지 무기화의 경우처럼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무기화를 똑같이 걱정해야 하는가?
실업해소를 위한 온갖 정책들이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노동공급 총량을 감당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양극화 등 고용불균형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업률 저하의 희망을 찾기 어려운 이유의 본질은 노동공급의 초과에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도 글로벌 경쟁시대의 하나의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더라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경제살리기의 기회로 삼아야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모든 포털사이트가 쇼핑몰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언론사를 비롯, 이렇다 할 지명도를 가진 사이트는 모두 인터넷 쇼핑몰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 택배회사에 손을 뻗치지 않은 대기업이 어디 있고, 교육연수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는 공기업이 어디 있는가? 영역파괴의 현실이 이렇게 극명하다 보니 중소기업으로서는 설 자리를 찾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중소기업인들에게 주5일 근무제는 아직도 요원한 이야기이다. 대기업에 비해 적은 보상으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풍토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에서 고용창출의 한 가닥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자.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했으니 주말 이틀간의 휴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노동공급을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새로운 주말 문화 패턴을 새로운 경제문제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즉, 주말문화 고유의 경제적 속성을 분석하여 새로운 서비스산업 창출의 기회로 연결시키고, 문화산업의 꽃봉오리를 잉태시켜 나가야 한다. 다만, 투잡스 확산 분위기가 중소기업 근로자의 일자리를 넘보는 일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상처주는 돌을 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제적 이익이 보이는 곳에는 언제든지 비즈니스 세계의 손이 보이지 않게 닿기 마련이므로, 중소기업-대기업 상생의 전략도 주말근무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5일 근무 이후 우리 젊은이들이 무박3일의 주말해외여행에만 미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체험형 ‘중활(中活) 투잡스 시대’를 만들어보는 것도 분명 경제살리기에 일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는 ‘주7일 근무’라는 현실을 재조명해 보자.

박문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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