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외포리와 석모도를 잇는 여객선. 외포리 항에서 서쪽으로 1.5㎞ 해상에 떠 있는 석모도는 10분도 채 안 걸린다. 으레 새우깡을 던져주는 것에 길들여진 갈매기 떼가 뒤따라 오는 것으로 석모도의 여행을 시작한다.
길은 해안을 따라 41.8㎞로 둥글게 연결되는데 가는 길목 곳곳에서 겨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고려시대 말엽까지 석모도, 송가도, 어류정도 사이에 조수가 드나들어 선박이 왕래했다. 주로 예성강과 한강을 드나드는 화물을 수급했다.
1895년 행정구역 개편 때 교동군에 속했다가 1910년 강화군에 편입됐다. 남동쪽 끝의 해명산(327m)과 중앙의 상봉산(316m)으로 인해 중부와 남부는 산지를 이루고, 상주산(264m)이 이어지는 북부와 서부의 간척지는 평지를 이룬다.
세 개의 산이 연결돼지면서 삼산면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삼산면은 모두 간척사업을 통해 섬을 연결했고 평지에는 서해안으로 작은 시내가 흐르고 있어 그 유역의 토지가 기름져 비옥한 쌀을 생산하고 있다.
여행지는 주로 중부, 남부 쪽에 편중돼 있다. 이 계절, 섬 안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은 갯벌 진흙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떨어지는 핏빛 낙조. 시간을 맞추려면 적당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행 포인트다.
이번 여행은 강화에 사는 후배 가족과 함께 나섰다. 후배 남편은 석모도 중등학교의 과학 선생인데 학생들의 자연 실습장으로 활용한다는 매음리의 한 바닷가(한가라지 농원 밑에 있는 바다)를 체험여행지로 소개했다. 조수간만에 씻겨 나간 바위덩어리가 큰 공룡발자국을 만들었다는 바닷가다.
물이 빠지면 굴 채취가 용이하다는 그 바다는 밀물 때여서 물만 찰랑거린다. 눈이 쌓인 바위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와 약간의 몸만 드러낸 굴 딱지들. 같이 동행한 아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하냥 즐거워한다. 아이들의 순수성의 눈높이는 어디까지일까?

석모도 보문사 트레킹

이내 석모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보문사를 찾는다. 상봉산과 해명산 사이에 위치한 보문사.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관음보살의 터전이다.
또한 보문사는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로,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새벽 동틀 무렵에 듣는 절 앞바다의 파도소리와 눈썹바위의 마애관음 보살상은 예로부터 강화 8경에 드는 명승지로 꼽혔다. 보문사는 일주문부터 발목에 힘을 주게 만든다.
절집 통행이 가능한 찻길을 내면서 사람들의 오름에 있어서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경내에 들어서면 대웅전 왼쪽으로 ‘경기도 석굴암’이라는 석굴법당이 있는데, 재밌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나한 석굴이다. 무엇보다 이 절집에서는 낙가산 중턱의 깎아지른 바위 면에 새겨진 마애석불좌상을 찾는 일이다. 420여개 계단, 거의 정상부근까지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마애불. 두터운 겨울옷까지 가세해 몇 번이나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만날 수 있지만 겨울 트레킹 묘미는 어느 정도 채워주는 듯하다. 이 정도로도 충분한 ‘트레킹 체험’이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하나를 이뤄준다는 소문은 국내 대부분 절집에서 나오는 이야기. 눈썹바위 밑에 정교하게 새겨진 마애불상의 감겨 있는 듯한 실눈은 늘 미소를 띠고 있는 듯한데, 비둘기가 바위 틈새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먹이를 쪼아 대고 있다. 여튼, 이 마애불에서는 한눈에 서해가 내려다 보여 낙조 때 맞춰 올라도 좋다.
보문사를 비껴 찾는 곳은 소문으로만 듣던 해수온천 시욕장(매음리). 보문사에서 선착장 방면으로 조금만 나오면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팻말이 없으니 각별히 유의해서 찾아야 한다.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 놓고 남녀 시욕장을 구분해놓았을 뿐이다. 탈의장과 사각진 탕 하나가 전부. 그래도 무료 시욕을 할 수 있는 점이 좋다. 뽀얀 연기를 폴폴 솟아내는 물탱크가 묻혀 있고 바로 옆 포장마차 앞의 큰 고무그릇에도 뜨거운 물이 철철 넘쳐나고 있다.
뜨거운 물속에는 자연적으로 계란이 익어가고 콩류 음료수가 데워지고 있다. 갑자기 우루루 몰려드는 고양이와 강아지들. 시욕객들이 찾아와 건네준 계란 맛에 길들여진 고양이와 강아지는 오로지 먹잇감 얻는 것에만 관심 갖는다. 갈매기에 이어 강아지, 성질 사나운 고양이까지 관광객에게 길들여진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온천은 2002년 10월 양식장을 하다가 발견됐다고 한다. 지하 700m에서 분출되는 자연 해수온천. 33~69℃의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현재 하루 평균 4천600톤씩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짠맛이 느껴지고 나중에는 쓴맛까지 가세하는 온천수에 반신욕을 즐기고 나면 금세 다리가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찬물이 전혀 없어 오래 시욕하기는 힘들지만 이것 또한 ‘웰빙 체험장’으로는 충분하다.

무료 해수온천 체험

겨울 해는 짧기만 하다. 곧이어 장기곶(지역 사람들은 장구머리라 부른다)과 민머루에서 낙조를 봐야 할 시간. 서둘러 그곳을 찾다가 길목에서 소금창고를 만난다. 하지만 이곳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된다. 소금을 만들던 염전의 타일은 대부분 걷혀 있고 창고는 헛간처럼 방치돼 있다.
그래도 가을철, 소금을 팔았던지, 허물어지지 않은 건물 벽에 손으로 그린 듯한 글씨체로 ‘열락처’라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하나둘씩, 오래된 전통이 사라지는 것에 잠시 아쉬워하며 찾아간 장구머리. 가는 길목에 들어선 대형 횟집 앞 전망대에서 민머루 해수욕장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경사도 꽤 심한 길을 따라 자그마한 포구에 발길을 내딛는다.
번듯한 민박집과 횟집들, 넓어진 주차장과 방파제 등등. 인위적인 변화에 무덤덤해지자는 것에 마음다짐한지는 오래전. 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사랑하자고 외쳐대면서 마음 한 켠에서는 예전 순수한 모습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가을철이면 망둥어 낚시의 천국이라는 이곳. 찾는 이 한명 없이 매서운 겨울바람만이 얼굴을 할켜댄다.
카메라 든 손은 손곱아 펴지지 않으면서도 쉴 새 없이 먹이를 찾는 세 마리 철새를 바라보면서 셔터를 누른다. 누군가 버리고 간 조개잡이 갈퀴를 손에 쥐고 두둥실 떠다니는 얼음덩이를 파헤쳐 보지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바다고동조차 눈에 띄지 않은 현실이다. 고동도 추위에 놀라 깊숙한 보금자리를 찾아 사라져 버린 것일 게다. 그래도 빈 가슴 한 켠이 꽉 채워짐은 따사롭게 비추는 한줄기 겨울 햇살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민머루의 낙조

장구머리를 나와 민머루에서 지는 해를 바라다본다. 겨울 추위도 금세 녹일 수 있을 것 같은 한 쌍의 여인들의 애정행각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면서 멀리 바닷속으로 하냥 달려 나가는 해걸음에 빠져든다.
우스개 말로 조상이 덕을 잘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일출과 일몰. 저어새 서식지라는 팻말이 지금 이 시간에 맞이하는 해걸음에 비길 수 있겠는가? 어차피 봄이 돼야만 만날 수 있는 저어새에 대한 미련을 ‘해’로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린 눈에 염분이 끼어 푸석거리지만 그것조차 지는 해는 아름답게 바다를 장식해준다.
여행 중에 만난 ‘맛난 집’은 여행의 기쁨을 더해준다. 보문사 근처에 있는 통나무식당(032-932-3261)은 추천할만한 맛집이다. 대부분 직접 만든 밑반찬이 수준급이다. 강화읍내에서는 연꽃마을(032-933-3247)의 해물찜이 푸짐하고 맛도 좋다. 요리를 먹고 나면 밥 볶음 대신 소면을 넣어준다. 대신 향좋은 미더덕이 들어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장구머리 가는 길목 고갯길 왼편에 있는 별천지(032-932-9936)는 병어조림이 괜찮다고 하는데, 주인이 집을 비우는 바람에 맛은 보지 못했다. 외포리에서 황청포구를 조금 더 지나 바닷가 쪽으로 가면 금정횟집(032-932-8799)있다. 이곳은 고기 잡을 수 있는 어민증이 있는데 자연산 장어, 삼숙어탕이 있다. 오래전 이곳에서 처음 맛본 삼숙어탕은 맛이 아주 좋았다.
밑반찬은 큰 기대 안하는 것이 좋을 듯. 장화리에 동막가는 길목에 있는 곡촌(032-937-7868)의 보리밥은 한 끼 정도로 괜찮다. 또한 김포 누산삼거리 근처에 있는 남원추어탕(031-985-9123)은 ‘자기 집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겸손치 않은 여주인이지만 나름대로 전라도식 추어탕 맛은 낸다. 단 미꾸라지보다 된장향이 더 강한 점이 거슬린다.
숙박업소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잘 지어놓은 펜션, 민박집이 수도 없이 많다.

여행 포인트:이왕지사 석모도를 찾았다면 강화도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 강화도 남단인 장화리-동막을 잇는 중간인 여차리에 강화도 갯벌 센터가 들어서 있다. 센터 앞 바다는 세계적으로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으며 서해안에 남아있는 유일한 도요, 물떼새류 도래지다. 이곳에서는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집단 서식지, 노랑부리 백로, 알락꼬리 마도요, 검은머리 갈매기 등 멸종위기의 희귀종들도 포착됐다고.
그 바다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개관된 갯벌 센터(2005년 6월). 아직까지 활성화는 되지 않고 있지만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으며 준비 중이다. 영상자료를 보면서 강화지역의 생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나무로 새 모형 만들기, 새 종이 접기 등등,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40명 이상 단체들에게만 해설과 체험이 가능하므로 필히 예약.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서 직접 뻘 속에 들어가는 체험은 향후에도 금지할 예정. 그리고 겨울, 봄에만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동막 해수욕장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며 내가저수지에서는 얼음낚시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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