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성석제씨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 재간만으로 4년 전에는 동인(東仁)문학상을 받았던 분이다. 그는 늘 실감나는 글을 써서 인상에 남는다. 내용인즉, 이런 얘기다.
그가 잘 아는 이인데, 18번 노래 제목이 ‘낙동강 처녀’라고 했다. 구성지게 한곡을 뽑다가는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라는 가사가 “꿈인가 놀아보니~ 소식이 오네” 로 매번 둔갑을 했단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이 착각을 모른 채 수십년을 그렇게 불러 왔다는 것이었다. 그가 가사 내용을 제대로 알게 된 날, 오히려 대단히 서운하면서 슬펐다고 했다.
이 정도면 착각도 재미있다. 어쩌면 애교까지 깃들여 있는 게 아닐 지, 기회 있을 때마다 생각이 나곤 한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잇따라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설사 작은 착각이라도 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실상을 정확히 알게 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노래는 부르고 싶은대로 즐기면 그것으로 되지만, 기업인들의 착각이나 실수는 곧 살고 죽는 문제가 아닌가.
중국 업체들이 값싼 제품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 것은 이제 화제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한 사안이다.

근래에는 중국 정부가 나서서 전천후 규제망을 퍼뜨려 놓아 기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완구업체는 세무 당국이 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총 매출액의 1%를 ‘불성실 자진세금 신고액’으로 거둬갔다고 호소를 해왔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작년부터 5대 보험을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하고 있고, 근로자의 최저 임금 역시 1년만에 21%가 수직 상승하는 등 언제 공장문을 닫을 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어떤 가죽가공 업체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피혁산업이 ‘반(反)환경 산업’이라는 이유를 내걸면서 관세와 부가가치세의 면제 혜택을 철회해 비용이 20%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우리 기업들에게 사실상 나가 달라는 얘기가 아니라면 다행일 정도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들에게 공장 부지를 정해주고 고용 협조는 물론, 각종 면세 조치로 ‘유혹’을 했던 것은 옛 말이 되다시피 했다.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도 기업 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새롭게 전략을 바꿔야 하리라고 본다.

그 전략 방향의 요체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대신에 개성공단으로 많이 들어가자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하루 평균 484만 달러 꼴로 중국에 투자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돈의 10%만 개성에 투자를 해도 개성공단은 성공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입지면에서나 임금, 고용, 세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중국에 결코 뒤질 것이 없다. 언어 소통만 해도 어딘가. 기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중국에는 특히 중소제조업의 경우 더 이상 들어가지 말고, 개성으로 발길을 돌리도록 하자. 중소기협 중앙회가 주축이 돼서 개성에 대규모 중소기업 전용공단을 만들자는 제안은 하루 빨리 성사돼야 하겠다.
둘째는 우리 기업들은 과포화 상태인 중국 말고 인도나 러시아, 브라질 등 남미, 중동지역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사업 전략의 다각화인 것이다.

인도의 경우 세계 인구중 6명당 1명꼴로 넓은 시장 규모이며,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6%씩 경제 성장을 거듭 해왔다. 인도는 또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전세계가 알아주는 수준으로서 다른 산업의 파급 효과도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동 진출의 교두보라는 지역적 이점 역시 우리에겐 매력적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푸대접을 받을 이유가 조금도 없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눈과 귀를 넓힐 때이다.

김 경 웅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 위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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