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감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영동. 지금 그곳에 가면 가을에 잘 깎아 말려 두었던 곶감이 꾸들꾸들 말려지면서 단맛을 더해주고, 포도는 숙성되면서 단향을 풍겨내고 있다.

곶감축제(2005년 12월17∼19일까지)는 끝이 났지만 맛있는 곶감이 지천으로 상품화돼 거리로 나온다. 또한 그곳의 난계국악기제작촌(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가면 장구와 솟대를 직접 만들 수 있다.

더불어 금강모치마을(영동군 학산면 지내리)에 가면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주물주물, 팥고물 넣고 직접 만든 찰진 모치 떡(찹쌀떡)을 빚고, 차가운 겨울날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쥐불놀이가 긴 밤을 짧게 밝혀준다.

영동은 양산8경의 비경은 물론이고 난계 박연(1378~1458)선생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고장이다. 국악의 불모지를 개척해 오늘의 국악을 있게 한 국악의 천재 난계 선생.
고려 말과 조선 초를 살았던 난계는 고려 말 우왕 때 이조판서를 지낸 박천석의 아들로 태어났다.

과거에 급제해 집현전 교리를 거쳐 여러 관직까지 맡았다. 세자로 있을 때부터 가까이 모셨던 세종이 왕위에 오르자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세종의 뜻으로 ‘악학별좌’가 돼 우리나라 음악을 정비하는데 앞장섰다.

선생은 궁중 음악을 아악으로 대체하고 악기 제작 및 정리, 아악의 정리 및 창작에 힘썼다. 대금을 잘 불었으며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일컬어진다.

과거와 현재의 절묘한 조화 난계국악축제
영동군에서는 1967년부터 해마다 10월이면 ‘난계국악축제’를 연다. ‘난계국악축제’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유일한 국악축제. 국악당, 국악박물관, 난계국악기제작촌을 함께 연계해서 여행을 따라가면 된다.

국악당의 공연(문의:043-740-3221)은 상설이 아니어서 늘 볼 순 없지만 축제나 특별한 경우에는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옛것과 현재를 섞은 퓨전국악공연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그 외 난계국악박물관(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은 영동 여행의 필수코스라고 할 수 있는데, 국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2000년 9월 23일 개관 했다.

1-2층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층에는 국악실과 난계실, 영상실 등이 있다. 2층에는 정보검색코너와 국악기체험실이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국악실에는 가야금을 비롯한 현악기 14종과 타악기 37종, 관악기 19종 등 100여 종의 국악기와 국악 의상이 전시돼 있다.

난계실에는 박물관 모형과 옥계폭포 그래픽 사진, 터치스크린이 설치돼 있으며, 난계의 삶과 업적을 그래픽과 디오라마로 연출해 전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종실록’과 ‘대악후보’ ‘악학궤범’ ‘가곡원류’ ‘금보’ 등 국악 관련 고문서와 12인의 명인명창이 전시돼 있다. 책에서나 봤던 희귀한 악기들이 줄줄이 전시돼 있는 전시장은 관심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체험실에서는 국악 교습에 관한 영상물을 보면서 이들 악기들을 직접 다뤄볼 수 있다.
가장 재밌는 ‘꺼리’는 박물관 옆에 있는 각종 장식용 국악기 등 20여종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난계국악기제작촌(043-742-7288)에서의 여러 가지 악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이다. 현악기(담당:조준석), 타악기(담당:이석재)실로 나뉘어져 있다.

현악기 제작촌에는 다양한 악기가 진열돼 있는데 이곳에서 직접 개량 복원한 향비파도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통도사 스님께서 특별히 주문한 개량 퓨전국악기. 이곳에서는 특별한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제작해주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스님께서 가져온 오동나무 고목을 가공해 ‘북소리’나는 가야금을 제작 중에 있다. 오동나무로 만든 이 악기는 12줄 가야금에 비하면 거의 4배에 가까운 크기. 미완의 현악기지만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국악기 제작 체험
건물 바로 옆에는 장고, 북 등 타악기 제작소. 나무를 깎는 기계 사이로 ‘나무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사이사이로 대형, 소형의 장고, 북 등을 비롯한 악기를 만드는 재료가 널브러져 있다.
장구 만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설명해주는 촌장. 그런 후에는 자그마한 장고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설명을 들으면서 부모들과 아이들이 서로 힘을 모아 장고를 완성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솟대는 미리 만들어 놓은 모형에 접착제를 부치는 일이 전부지만, 가족이 하나가 되는 것에 즐거워한다.

따끈한 모치 떡의 추억
겨울 해는 빨리 진다. 금강모치마을(043-743-8852, mochi.go2vil.org, 영동군 학산면 지내리)에서는 직접 농사지은 저녁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밥을 먹기 전에 모치떡 만들기 체험을 하게 된다.

시골 마을에 새로 지은 듯한 깔끔한 집. 넓게 트인 방안에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둥글둥글 팥고물을 만들어 놓고 찹쌀떡과 고물을 준비해 준다. 먹는 것에 바쁜 아이들, 솜씨자랑 하듯 열심히 만드는 아이들은 하냥 즐거워한다.

한기가 온몸을 감싸오지만 마당에서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쥐불놀이를 한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앞서 ‘쥐날’인 열 나흗날 밤이 되면 쥐불 놓는 전통 풍속이 있었다.

빈 깡통 사방에는 구멍을 숭숭 뚫고 철사로 양쪽 귀를 긴 끈으로 매달고, 그 속에는 오래 탈 수 있는 장작개비나 솔방울을 넣은 다음 불쏘시개를 넣고 허공에 빙글빙글 맴을 돌리는 쥐불놀이.

아이들은 ‘망월이야’ 외치면서 밭두렁과 논두렁 마른 잔디에 불을 붙이는 놀이. 아련히 어른들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면서 흥겨워하고 아이들은 불구경만으로도 즐거움에 소리친다.
어둠 속으로 눈발이 흩날리는 날이면 더욱 즐거운 체험이 될 듯하다.

■자가운전:경부고속도로-영동 나들목-읍내에서 4번국도 이용. 국악당, 박물관, 옥계폭포 등을 들러보고, 금강모치마을을 거쳐 나오면서 송호국민관광지-영국사를 연계하면 된다. 나오는 길을 옥천 나들목을 이용하기 보다는 대진 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금산 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폭포가든(043-742-1777, 심천면)의 우렁요리는 꽤 수준급이다. 그 외 영동읍의 뒷골집(043-744-0505), 일미식당(043-743-1811)은 다슬기 해장국이 일미다. 가선식당(043-743-8665, 양산면)은 도리뱅뱅이와 어죽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숙박은 민주지산 자연휴양림(043-740-3437-8,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이나 읍내에 영동파크장(043-744-9220), 청솔모텔(043-745-1010, 양산면 호탄리) 등이 있으며 모치마을에서도 민박이 가능하다.

■주변 볼거리:옥계폭포, 영국사, 송호국민관광지, 월류봉, 반야사, 물한계곡, 민주지산, 와인코리아(043-744-32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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