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지원은 약자에 대한 동정이나 수혜 차원의 지원이 될 수 없습니다. 치열한 세계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국가적 전략산업 육성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정책자금 집행기관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은행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책자금 지원체계 전면개편 움직임을 보이자 중소기업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산공단에서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K전자의 이모 사장은 “정부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 중 하나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인데 그것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가뜩이나 기반이 약한 중소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정책자금 지원창구를 은행으로 바꿀 생각을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공단의 또 다른 기업의 김모 사장도 “절차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흥공단을 통해 창업 때부터 구조개선까지 필요한 투자자금을 정책자금으로 지원받았다”며 “만약 은행에서 정책자금을 받는다면 상업성만을 따지는 은행 입장에서 과연 미래 성장가치만을 보고 지원해 주겠느냐”며 걱정했다.
최근 기획예산처는 시중은행의 유동자금을 중소기업지원에 활용하고 양극화 해소 등 사회안정망 개혁 등에 소요될 부족한 재원은 중소기업정책자금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하에 정책자금 지원체계전면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지원되던 정책자금지원기능이 은행으로 이전되고 정부는 정책자금 대출금리와 시중금리 차이만 보전해 주는 이차보전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중진공을 통해 연간 약 3조원 가량의 정책자금이 지원되던 것이 이차보전에 해당하는 약 450억원 정도의 자금만 소요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기획예산처는 2월중 수차례의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정책자금 지원체계 개편에 대해 협조해 줄 것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고 늦어도 오는 4월안에 국무위원 정책토론회에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최근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정책자금 지원기능의 은행 이전이나 이차보전 방식 등은 차기 국가재정운용계획(2006~2010년)논의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된 다양한 대안 중의 하나로 기획예산처의 공식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그러나 정부가 검토 또는 논의 하고 있다면 이미 내부적으로 정책방향이 결정된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정책자금 지원방식이 은행이차보전방식으로 바뀌면 당장 성장가능성은 있으나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자금조달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정책자금의 은행이차보전 지원방식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것은 정부의 ‘희망한국21’추진과 관련한 저 출산문제, 사회안정망 개혁 등 복지·노동 분야의 예산추가 확보를 위해 타 분야의 세출예산축소가 불가피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정책자금은 담보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과 미래가치 중심으로 성장유망 기업을 발굴해 선별 집중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동안 정책자금은 80년대초 중소기업의 근대화 과정에 산업안정과 구조조정기에 큰 역할을 했다. IMF 직전 5년간은 신경제 5개년 계획을 통해 연간 1조원 규모의 구조개선자금이 중소기업에 지원됐다.
이와 함께 98년부터 2002년까지 IMF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 중소기업의 신용경색 회복을 위해 직접대출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고사 직전의 중소기업 회생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지금의 참여정부 들어서도 2004년 중소기업경쟁력 강화대책(7월7일), 2005년 중소기업정책자금 개편방안(6.23대책) 등에 따라 민간금융과 정책자금을 차별하는 노력을 보였다.
이는 민간이 취급하기 어려운 창업자금, 장기시설자금, 협동화자금, 개발기술사업화자금 등을 중심으로 직접대출 비율을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5년 평균 연1천545억원의 재정지원으로 3조1천26억원을 융자해 재정지원 규모의 20배 승수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정부계획대로 정책자금 지원방식이 이차보전방식으로 전환되면 창업기업, 개발기술사업화기업, 성장가능성은 있으나 담보력이 취약한 성장초기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 질것으로 예상되고 은행은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해주기 때문에 사업성과 기술성 등 미래가치가 있는 유망중소기업들은 지원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바젤Ⅱ 협약이 본격 시행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은 더욱 대출받기가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관련기관의 한 담당자는 “중진공은 창업, 개발기술사업화, 수출금융지원 등 성장잠재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정책자금을 순수 신용으로 융자하고 그 비중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며 “은행은 채권회수를 위해 담보대출 위주로 지원하기 때문에 정책자금의 순수 신용대출 기능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화 한양대교수(중소기업학회장)는 “중소기업정책자금 규모가 축소되거나 은행지원 방식으로 바뀌면 중소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자금공급 축소와 투자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혁신적 기업가정신을 저해하고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둔화를 초래해 고용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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