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자기자본비율의 조작을 통한 외환은행 매각, 현대차 그룹의 각종 위법행위 조사, 소위 ooo 게이트라 불리는 IMF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각종 M&A 과정에서의 불법 의혹 등이 연일 신문과 방송의 머리기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언론보도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가 진정 시장경제를 하고 있는 나라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실제 위법의 여부는 사법부에 의해 가려지겠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음은 틀림없는 일이다.
주지하듯이 시장경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준칙의 경제이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무서운 벌칙은 왕따다.

시장경제 ‘신뢰’가 최우선

정부가 신뢰를 상실하면 정책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시장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부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게 된다. 기업이 신뢰를 상실하면 그 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소비자가 외면을 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시장으로부터 퇴출이다.
문제는 정책이나 기업실패가 크면 클수록 선량한 경제주체들의 폐해가 크고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자본주의 요체인 시장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시장경제를 착근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들’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흰손’이 아니라 ‘검은 손’이다. 주지하듯이 아담 스미스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건전한 사회제도 하에서 각자의 이기심에 따라 경쟁을 하면, 가격기구라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서 시장질서가 확립되고 경제주체 모두에게 부(富)와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보았다.
아담 스미스가 말하는 건전한 사회제도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지켜지는 시장을 의미하며, 이기심에 따른 경쟁은 다른 경제주체에 부당하게 폐해를 주지 않는 도덕성에 근거한 공정한 경쟁을 뜻한다. 따라서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기구는 비효율과 불합리를 제거하는 희망의 손으로 자본주의 시장원리의 토대이며, 경제 자유주의의 사상적 기초다.
시장기구는 공공재, 외부성, 불완전정보 등으로 인해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을 불가피하게 한다. 물론,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검은 손’에 의한 또 다른 시장실패를 방지하는 것도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참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중소기업 육성에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혁신형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산업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질 좋은 성장’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혁신은 기업 존립의 기본조건이며 일상이다. 혁신을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되고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형 기업의 선정과 지원보다 더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경제주체들의 혁신의지가 꺾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꼬리를 물고 불거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보도는 진위여부를 떠나 혁신의 주체인 중소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고 있다.

혁신의지 고취 최우선 과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똑 같은 행복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인류에게 경제성장의 역사를 열게 하고 절대빈곤으로부터의 탈피를 가능하게 했음은 분명하다.
우리가 시장경제를 유지·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만이 지속적인 번영을 약속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누구든지 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루 빨리 우리 시장이 ‘보이지 않는 흰 손’에 의해 온전하게 작동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이 시스템, 준칙, 법치에 의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이 더 이상 시장에서 준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많은 아픔과 저항이 있을 것이다. 성숙한 시장경제의 길은 멀고도 먼 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길을 가야한다. 이 땅의 무궁한 번영을 위해서이다.

홍 순 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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