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월드컵 본선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전혀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작은 나라들이 본선에 진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승리를 기원하는 각국의 슬로건도 인상적이다.
가나 (‘가자 검은 별 전사들이여’), 토고 (‘승리에 대한 열정, 성공에 대한 갈증’), 트리니다드 토바고 (‘카리브 해의 투혼’), 앙골라 (‘우리 국민이 곧 우리 팀이다’), 코트디부아르(‘코끼리 전사들이여 멋지게’),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축구 사랑’), 크로아티아 (‘타오르는 열정으로’) 등이다.
팀, 열정, 성공, 투혼 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표현이 아닌가.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와 비슷한 슬로건들을 내걸고 땀을 흘려왔다.
그러고 보니 뛰어난 축구 지도자들은 경영심리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열정과 신념 규모와 상관없어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이나 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지수 순위에서도 싱가포르, 아이스랜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 작은 나라들이 상위 10위권을 고수한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왜 나왔을까? 매운 맛은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열정과 신념은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작은 나라들이 월드컵에 나오고 국가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능한 지도자와 기술과 국민적 호응이 결합돼 자신감을 기르고 열정을 끓어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계를 움직이는 주역은 수많은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작은 자’들이다. 누가 문맹률을 낮췄는가? 누가 경제를 발전시켰는가? 누가 전염병을 막았는가? 누가 치안을 유지하며 국토방위를 하고 있는가? 베를린 장벽은 누가 무너뜨렸는가? 우주선과 인터넷은 누가 발명했는가? 금융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름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작은 자들이다.
어떤 영웅적인 ‘큰 자’들도 이 복잡한 세계를 전적으로 확실하게 이끌어갈 수는 없다. 낡은 영웅시대의 꿈은 버려야 한다. 고대 사회에서는 항우같이 힘 센 사람이 제일이었다. 그 후 수천 년 동안 귀한 혈통을 타고난 사람들이 힘을 쓰는 신분제도가 이어졌다. 모순적인 신분제도를 무너뜨린 것이 자본이다. 자본은 신분제도를 대체하는 새 질서를 낳았다. 노동력, 기술, 아이디어까지도 돈으로 사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사람들의 열정과 신념을 불러일으키는 일만은 돈으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메리칸 드림 같은 멋진 새 질서가 등장했다.
우리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가꿔야 한다. 드림의 요점은 ‘작은 자’중심의 진정한 동기부여와 신념경영이다. 많은 작은 자들의 꿈이 존중되고 신념이 용출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꿈과 신념이 존종되는 사회 건설을

사실 우리 주변에도 가정과 일터와 자기 할 일을 잘 챙기는 평범한 작은 자들이 많이 있다. 작은 자들은 묵묵히 겸손하게 일한다. 생산성 향상도 품질개선도 그들의 몫이다. 그들은 작은 아이디어에 몰두한다. 그러나 그들의 공헌은 막대하다. 수많은 작은 일터에서 부단히 자신을 개혁하는 자, 겸손히 이웃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자, 그런 수많은 작은 자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작은 아이디어, 작은 실험, 작은 팀워크, 작은 봉사, 그러나 큰 지혜, 큰 사랑, 큰 활력.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디서나 이러한 개혁의 새 모델을 가꿔가야 한다. 작은 자들에게, “왜 사니?”하고 비웃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작은 자들이 진심으로 동기부여가 되고 뛰어다닐만한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있는 힘을 다해야 한다.
필자가 베를린 방문 중 발견한 좋은 글을 소개하고 싶다. 장벽 철거기념 벽화들 한 모퉁이에 독일어와 영어로 쓰여 있었다.
‘수많은 작은 곳의 수많은 작은 자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많은 작은 일들을 하고 있다.’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