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설립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전국에 42개 지방조합과 4천여 조합원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연간 총 매출액이 1조6천억원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소상공인 권익보호 구심점= 특히 연합회는 설립 이후 유통시장 개방, IMF 외환위기, 대형유통점 확산 등 국내 중소유통업계의 위기상황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유통산업은 지난 96년 시행된 유통시장 개방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중소유통업체와 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입고,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도소매업총조사에 따르면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전까지 매년 3%씩 증가하던 소매업 종사자수가 유통시장 개방 이후인 2001년 소매업 종사자수는 141만4천697명으로 5년 동안 연평균 2% 감소했다.
유통시장 개방 5년 후인 2001년의 사업체수는 62만7천44개로 96년에 비해 연평균 3%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종사자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통계청의 자료는 기존의 가전대리점, 화장품 가게를 비롯한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사업체수가 감소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소매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대형 소매업체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했다.
■유통시장 개방 큰 타격= 유통시장 개방 전인 1991년에 11.4%를 차지하던 종사자 50인 이상 대형 소매업체의 매출비중은 유통시장개방 후인 2001년에 34.3%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종사자 4명 이하의 영세 소매업체의 경우에는 그 비중이 56.5%에서 39.5%로 급속히 감소했다.
매장면적 역시 대형소매업체의 비중은 7.9%(1991년)에서 16.7%(2001년)로 급속히 늘어난 반면, 영세소매업체의 비중은 76.3%(1991년)에서 68.1%(2001년)로 줄어들었다.
유통시장 개방 이후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 유통업체가 점포를 지방으로까지 확산시키면서 주변에 입지한 영세소매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결과가 가속화된 것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이 올해 초 발간한 ‘유통시장개방 10년 유통산업 구조변화와 업태별 핵심 이슈’ 보고서에서 백인수 연구원은 “시장 개방 이후 영세 소매업태의 경우에는 구멍가게와 같은 일반소매업의 영업이익률이 2003년 소매업의 평균치인 4.4%를 훨씬 밑도는 0.59%를 기록해 규모별·업태별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학계 그동안 무관심= 연합회는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소상공인과 중소유통업을 지켜내기 위한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유통업에 대한 정부와 학계의 관심이 전무했다”면서 “유통시장 개방 역시 그것이 미칠 영향이나 문제점 등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그 피해를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이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유통점들이 도심 곳곳에 들어서면서 소상공인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종사자 50명 미만의 중소유통업체의 매출액 비중이 1986년 93.3%에서 1991년 88.6%, 1996년 81.2%로 줄어들었으며, 유통시장 개방 이후인 2001년에는 65.7%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런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제대로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아야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회는 이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정부 및 각계에 적극 알리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업계 목소리 대변= 연합회는 백화점의 편법 셔틀버스 운행으로 지역 중소유통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자 업계의 힘을 모아 2년반 동안 버스운행 반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 이를 폐지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1년 백화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버스운행 금지는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려 연합회와 소상공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대형유통점 규제 완화 방침에 반발, 소상공인 관련단체 40곳과 함께 ‘ 대형 유통점 확산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활동했다.
또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에 대해서도 연합회를 중심으로 강력히 반발,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상을 취소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연합회는 대형유통점의 횡포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는 한편, 시대 흐름에 뒤떨어져 있던 중소유통업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중소유통업도 변해야= 김경배 회장은 “중소유통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실패 외에도 우리 자신이 경제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 방식 그대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경험이나 노하우가 아닌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
또 각 소매점포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유통업의 76.5%가 지점이 없는 독립점 형태이며 특히 동네 구멍가게는 94.8%가 지점이 없는 독립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현재 전국 각지에 4천여가지의 품목을 취급할 수 있는 중소유통전용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있다”며 “올해말까지 20여곳의 공동물류센터가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들 물류센터를 하나로 묶어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국내 산업환경상 제조업체가 총판·대리점 등의 형태로 유통을 종속적으로 거느리다보니 도매다운 도매유통이 없어 소매유통인 소상공인들을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들 물류센터와 자회사인 바로코사를 활용해 도매유통을 활성화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올해초 40억원이었던 바로코사의 자본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140억원으로 늘렸다.
바로코사가 도매유통 및 소상공인들이 부족한 각종 마케팅 부분을 담당한다는 것.
연합회는 이와 함께 국내 최초로 1천200여 점포가 연동된 web-pos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의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으며 축적된 각종 정보와 데이터베이스는 연합회에서 발행하는 ‘마켓월드’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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