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일동안 전국에 쏟아진 비로 국토의 태반이 물속에 잠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이재민이 됐으며, 재산상의 피해규모도 엄청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산업계의 피해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건설업계의 피해규모가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도로를 이용하는 화물운송 역시 도로 유실과 파손으로 인해 지역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걱정이 된다.
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집계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중소기업이 많은 경기·인천지역에서 많은 공장들이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복구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래싸움에 새우‘꼴’
이러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한 자동차 회사 노조가 파업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여러 대기업 노조도 파업안을 통과시키고 곧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노조가 사용자에 대응해 행하는 조합원의 권익보호를 위한 합법적인 행동은 당연히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 노조의 파업사유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이 존재한다.
현재 파업을 감행했거나 파업예정인 자동차 회사 노조의 경우 언론매체에 보도된 ‘공장신설반대’, ‘임금 및 상여금 인상’ 등과 같은 요구는 현재 국내의 경제적 여건과 국내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정당한 파업 사유로 보기가 어렵다. 특히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 하에서 근무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 종업원들을 생각할 때 그와 같은 파업은 사회적으로 정당화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종업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자, 자동차, 제철 등 우리나라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산업에 종사하는 대기업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도시 근로자 평균가구 소득(약 3,700만원)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고소득 근로자들이 더 큰 권익을 이유로 파업을 일삼는다면, 더 줄래야 줄 것도 없고 더 얻어 내려야 얻어낼 수도 없는 중소기업들과 그 근로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영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저가제품 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밀리기 시작하면서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에서 모두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인력난과 자금난이 더욱 심화 되면서 경영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
또한 여전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최근의 환율하락 등의 요인은 중소기업을 회생 불가능한 한계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의 각종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발을 묶는 방향으로 개편되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이제 국내에서도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中企 근로자의 근심 깊어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대기업 노조의 행태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위안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박탈감만 심화시킨다면 그나마 버팀목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의욕마저 꺾이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대기업 노조는 최근 “한국만이 갖는 대기업 중심의 독특한 노동운동으로 중소기업들은 이제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지나친 요구와 비합법적인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으로 인한 중소기업들과 그 근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대기업 노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장기적 시각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겠지만, 우선은 대기업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협력업체와 그 종업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박 영 배
세명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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