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중소기업은 여러 가지 시련에 직면해 있다. 중소제조업은 대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 확산과 중국 등 신흥공업국의 저가공세 등으로 판로확보에 애로를 겪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아지고 있다. 중소유통업은 유통업대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개방 이후 외국은 물론 국내의 대형유통업체들의 영업점 확산, 홈쇼핑 및 사이버마켓으로의 대거진출 등으로 중소유통업은 초토화돼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도 성장을 계속하는 중소기업도 제법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중소기업은 점점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는 반면, 경쟁력을 얻는 기업은 점점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생존해 성장하는 것은 오직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경쟁력 확보란 말만큼 쉽지가 않다. 그것이 쉽다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요인 가운데 하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데서 초래된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정보시대에서 규모의 경제는 중요하지 않다고들 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유통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는 여전히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관건인 규모의 경제는 중소기업들이 조직화해 공동사업을 수행할 경우에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해외에서의 판로를 뚫기 위해서는 해외전시 등 해외에서의 판촉활동을 늘려야 하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언어, 비용, 정보문제 등으로 독자적으로 해외에서의 판촉활동을 수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이를 함께 수행할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해결은 가능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중소유통업에서 개별업체들은 대규모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구매함에 있어서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구입하는 낮은 단가로의 구입이 어렵지만 개별 유통업체들이 조직화해 공동구매에 나서면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구매하는 낮은 단가로 구입 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태리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전통 중소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들이 아직도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며 세계시장을 무대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중소기업들 간의 공동사업이 적지 않은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공동사업은 업종, 지역 등에 따라 다르지만 해외시장 개척, 고객 및 기술변화에 대한 정보획득, 품질관리 등 기업활동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조합의식도 거듭나야
그러나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공동사업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흔히 역사·문화적 배경에서 설명되지만 공동사업 추진주체인 조합의 열악성에도 찾을 수 있다. 사업조합을 제외한 우리나라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대부분은 중소기업들의 공동사업 필요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설립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 결과, 처음부터 조합의 공동사업은 활성화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조합의 인적·물적자원의 부족으로 조합의 공동사업은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조합설립의 자유화, 조합 간 경쟁 그리고 공동사업의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협동조합법이 발효했다. 적어도 제도적인 틀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셈이다. 이제 조합은 회원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동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조합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퇴출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공동사업은 원칙적으로 중소기업과 조합 스스로 자기의 필요성에 따라 자기의 힘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스로 풀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제조업과 유통업에서 중소기업간 공동사업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송장준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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