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FTA 협상이 개시된 지 3개월이 돼간다. 그간 양국 대표부의 행보에 비춰 보면, FTA협상이 세간의 예상보다는 대체로 원활하게 진행이 되는 것 같다.
반면, 정부차원의 발 빠른 행보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론은 표류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하는 측은 당장의 피해를 걱정하는데, 찬성하는 측은 거시적인 효율성이나 경쟁력 제고와 같은 개념을 강조하면서도 좀처럼 공통분모를 찾지 못한다. 중소기업이 너무 다양해서 한·미 FTA와 관련 딱히 어느 것이 옳다고 독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쟁력 제고 등 대응방안 모색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국가 중대사를 추진키 위한 여론 수렴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나 최근 공방에서 간과되고 있는 점들을 짚어 본다.
먼저, 논의에 접근하는 우리들의 시각을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미 FTA에 대한 찬반 논란은,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거나 미국시장과의 경쟁에서 자신 있는 집단의 찬성과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국내에서 경쟁이 격화될 수 있는 집단의 반대로 구분될 수 있다.
문제는 공방의 주체가 생산자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가 소비자임과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수한 소비자의 입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여지가 있다면, 좀 더 거시적이고 범국가적인 시각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별화된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 FTA를 추진하는 정부의 설득 논리가 진솔하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한·미 FTA가 성사되면 틀림없이 국내에도 이득을 보는 집단이 있다. 반면, 어떤 형태로든 피해 집단의 발생은 불가피하다. 피해 집단은“일반적으로”경쟁력이 취약한 집단에서 나올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피해 집단의 두려움을 포옹하며 전체적으로 발생 가능한 이득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같이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대안으로 피해 집단을 이해시키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의“중소기업 구조조정 지원대책”은 매우 고무적인 하나의 방편이라 생각된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자신감 확보

셋째, FTA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미국과의 FTA는 우리의 경제 뿐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의 국제화를 빠르게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FTA를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는, 수출 등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측면만을 중시하고 외부로부터 들여오는 많은 것을 배척하는 다분히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많은 해외 프랜차이즈의 국내 진출로 그와 유사한 토종 브랜드가 양산되고 이에 동반된 고용 창출에까지 기여한 사실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최근 조사에서, 국제화된 기업 활동을 하는 국내 중소기업들 가운데 수입만 하는 기업이 전체의 약 40%인데 반해 수출만하는 기업은 약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시사하는 점이 크다.
끝으로, 한·미 FTA를 통해 추구하는 우리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된 모습과 이를 통해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청사진해 보여야 한다. 피해 집단의 두려움은 사실적인데 반해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얘기하는 정부의 논거는 이상적이다. 우리 정부의 자신감에 찬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
한·미 FTA는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가는 진입초기에 멈춰 서 있는 우리에게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되는 일종의 극약 처방같이도 보인다. 우리 모두의 뜻을 모아 정말로 잘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대외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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