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이공계 전성시대다. 미국, 일본, 유럽, 러시아 등과 같은 전통적 강대국들은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며 국민들로 하여금 자국의 과학기술 수준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는 과학기술자들이 자기의 전문분야 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금융계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학생들은 이공계를 기피하고 이공계 출신의 기술인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 하는 분위기에 위축돼 있다.

이공계 출신 CEO가 세계 일류기업 이끌어

지난 4월에 월간 ‘현대경영’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금융기업, 공기업제외) CEO 중에 이공계 출신수가 상경계 출신수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공계 출신이 57명(43%)으로 상경계(56명)보다 한명이 많아 적어도 100대기업의 CEO에서는 이공계 차별 현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잘 알려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이해진 NHN 사장 등이 좋은 예이다. 이는 국내 주요 기업에서 이공계 출신이 과거보다 승진이 잘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분명 이공계 관련 업종의 경우 이공계 CEO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비 이공계 업종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크게 낮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더욱이 정계나 관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공계 출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기업의 경우 CEO의 45%가 이공계 출신이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을 비롯해 GE, 웰치, IBM, 인텔, 야후, 오라클 등의 CEO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유럽계 글로벌 기업 중에도 이공계 출신의 CEO들이 많다. 특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일류 기업들은 대부분의 창업자가 이공계 출신으로 출발한 경우가 많아 이공계를 중시하는 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정계에서 이공계 출신들의 활약상이 인문계를 능가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공계 인력들이 인문계 인력보다 더 낳은 대우를 받는다. 중국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국가 지도자나 기업 경영자 등 사회지도층에 문학·법학 전공자보다는 이공계 출신이 훨씬 많이 진출해 있다. 그러함에도 이들 국가들은 이공계가 위기에 빠져있다면서 이공계 육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이공계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공계 장려 프로그램이 제시되고 있다.

이공계도 경쟁력 있는 과목 배워야

우리는 이공계 위기론이 팽배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다. 이공계 출신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구조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계와 행정부서에 이르기까지 이공계와 경영을 모두 이해하는 종합적인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공계를 마치고 다시 경영이나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우리는 이공계를 공부한 사람은 평생 이공계 업무만을 업으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다. 앞으로는 이공계 대학에서도 교양필수 과목으로 경영학과 법학도 가르쳐 이공계 출신이 CEO가 되는 것이 당연하고 정치인이나 행정부서의 수장도 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전공실력이 뛰어나도 재무제표도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성공적인 CEO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공계 출신 경영인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고 이공계 출신이 창업한 기업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우리사회가 진정 과학기술 중심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수
(주)카이로제닉스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