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환율은 달러화뿐만 아니라 엔화에 대해서도 하락세가 가팔라져 가고 있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가 정상화돼 가는 과정에서 중기적으로 하향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02년 초부터 지속돼 온 달러화 약세 기조는 순환적인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원화환율 강세기조는 근본적으로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돼 나타난 구조적인 현상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작년 이래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이 엇갈리는 추세다.

가격 경쟁력에 취약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 저금리 엔화자금을 차입해 수익률이 높은 원자재시장 또는 이머징 마켓 등에 투자하는 소위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패턴이 성행해 달러화와 동반약세 현상을 보여 왔다.
과거 우리나라 경상수지와 수출 증가율 추세는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과 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나타내 왔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 수출상품과 일본제품이 경합하는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수출제품의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 하락추세는 중소기업에게 세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첫째, 중소기업은 기술경쟁력보다 가격경쟁력에 크게 의존해 왔다. 환율하락으로 인한 단가상승 부담은 결국 기업 마진축소로 이어져 기업채산성 악화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원-엔 환율 하락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대일 자본재 수입을 늘리게 된다. 결국 국내 자본재시장을 구축해 국내 자본재 생산 중소기업들의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셋째, 원-엔 환율 하락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제품과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수출상품의 대외 경쟁력 약화로 수출이 둔화되고 수출포기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원-엔 환율 하락에 대응한 수출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내 놓았다. 대책으로는 기업들의 환 위험관리 인프라 조성, 수출금융 지원, 경쟁력 강화, 한계 수출기업의 구조전환 및 회생지원 대책까지 망라됐다.
정부가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둔다. 특히 이번 대책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은 한계 수출기업의 구조조정이다. 한계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사업전환을 유도하고 자금 및 컨설팅을 지원한다. 다각적이고 선별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읽을 수 있다.
수출 중소기업은 근본적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벗어나 기술개발, 품질개선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비가격 경쟁력을 개선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내실경영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환율하락 분을 흡수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수출 중소기업도 원료 공급망, 생산기지, 판매망 등을 글로벌화해 기업 활동 저변을 다변화시킨다. 또 예기치 않은 환율변동 리스크로부터의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기술·품질 경쟁력과 시장 다변화

아울러 최근 우리 수출의 대 중국지역(홍콩 포함) 의존도가 금년 중 27.3% 수준까지 높아져 단기적으로는 중국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차이나 리스크가 다가설 여지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비가 필요하다. 중국정부는 앞으로 친환경 정책으로 선회하고, 자국수출 구조고도화 계획 차원에서 위안화 평가절상, 가공무역 금지품목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갈 전망이다.
이에 우리 수출환경은 점차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특정지역에 편중된 의존도를 낮춰 나가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시장을 다변화시키는 것이다.
최근의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등 소위 신3고 추세에서도 오히려 위력을 발휘해야 하는 기업으로 거듭 나려면 외부로부터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기업가들의 마인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오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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