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새해가 밝았다. 먼저 금년도 중소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 여건을 살펴보면 만만치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는 작년을 정점으로 둔화국면에 접어들겠으나 완만한 성장조정이 우세하다. 미국경제가 둔화되더라도 이머징마켓 성장세가 보완 역할을 해 글로벌 경기 조정속도를 완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경제도 내수와 수출이 동반둔화 추세를 나타내 성장 수위가 4%대로 낮아지지만 최근 경기 선행지수 반등세로 상반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는 경기회복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채산성·매출 둔화 등 이중고

금년 한해 국내경제에 미치게 될 긍정적 변수로는 중국의 고성장에 따른 중국효과(China Effect)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관련 건설경기 부양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부정적 변수로는 달러화 약세 압력이 지속돼 수출경기 둔화, 연말 대선 임박에 따른 정치적 리더쉽 공백과 정책 불확실성 확대, 북핵 관련 악재의 돌발 가능성, 그리고 논란이 되는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등을 들 수 있다. 아울러 현재 고공권에 있는 국제원자재 가격과 주가, 환율 등 가격변수의 향방도 여전히 불투명해 추가적 경기 하방 위험 요인으로 잠복하고 있다. 국내 경기도 지난 2000년 이후 약하고 짧은 경기 사이클이 반복돼 경기 반전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경기회복으로 가시화되기는 어렵다고 예상된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 경기 사이클은, 특히 경기둔화기 때의 대기업 경기 사이클과 비교해보면, 두드러지게 차별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금년도 중소기업의 체감경기 둔화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르고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 내수 중소기업의 경우 내수 둔화로 매출액 감소,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하락으로 채산성 악화에 이어 다시 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둔화 로 이중고를 겪을 우려가 있다. 중소 건설업의 경우 SOC 투자확대, 국가 계약법 개정에 따른 공공발주 확대 등의 기대요인이 있지만 제한적인 회복세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구조 측면에서 보면 중소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실적은 다소 신장된 반면 수익성 지표는 다소 악화됐다. 금년에는 내수 및 수출의 동반 둔화 추세로 인해 매출실적이 다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익성 측면에서는 환율의 하락속도 완화, 원-엔 환율의 재 반등 가능성 등으로 다소간 개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금년 시행될 근로기준법 확대적용,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제 실시 등도 고용시장에서의 경직성을 심화시키고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자금사정은 이례적인 호조세를 보인 바 있다. 은행 중기대출 증가폭이 전년보다 3.5배 규모까지 확대됐고 어음부도율, 연체율도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긍정적 흐름이 유지됐다. 그러나 금년에는 자금사정이 다시 경색될 우려가 있다. 우선 경기둔화로 중소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상승해 기업 간 자금사정의 차별화가 예상된다.

여신·금리·환율 등 큰 변동에 대비

통화당국은 작년 지급준비율인상, 대손충당금적립기준 강화 등 유동성축소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내년 시행 예정인 신바젤협약Ⅱ 도입을 앞두고 위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 신용대출도 위축될 소지가 있다. 작년 중소기업의 저리 정책자금 성격의 총액한도 대출 규모도 8조원으로 축소됐다. 신용공여 및 시중유동성 축소 기조는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과 자금난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으며, 은행권의 중기 대출태도가 소극적으로 전환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흐름과 경영환경들을 감안할 때 올해에는 확대경영보다는 생산원가 절감, 조직혁신 등 내실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환율, 금리, 유가, 원자재가격, 부동산 등 자산가격 변동성이 어느 해보다도 심할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가격변수 변동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편, 중기적 안목에서 각 지역간 FTA협상 타결에 따른 시장 확대에 대비해 R&D기술 확보, 신사업 진출, 해외거점 생산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기로 판단된다.

오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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