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을 다닌 70년대 중반 가장 많이 불리웠던 대중가요 중의 하나가 ‘아침이슬’이었다. 이 노래는 1975년 건전가요상을 받았다가 이듬해에는 금지곡이 됐다. 이유는 시위 주제가로 불리워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유명세를 타게 된다.
노래를 한 양희은씨는 지금도 시대 상황과는 무관한 노래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시 젊은이들이 저항가요로 애창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긴밤 지새운 中企 국민경제 밑거름 돼

필자가 몇 십년 전에 유행했던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다시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침이슬의 노래 말이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의 신성장동력이며, 우리 경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소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긴 밤 지새우고’는 70, 80년대 정부주도의 고도성장 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이 시대에 정부정책의 대상은 대기업이었다. 중소기업은 관심의 대상도 정책의 대상도 아니었다.
중소기업은 긴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긴 밤 동안 전국 곳곳에는 ‘진주보다 더 고운’ 중소기업이 수 없이 태어나면서 산업의 기반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이것이 결국 오늘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조선, 전자, 자동차산업 등 제조업의 융성을 가져오게 하는 토대가 된다.
이 시기 중소기업의 존립환경은 참으로 열악했다. 자금, 인력, 기술, 입지, 판매 어느 것도 중소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특히 자금조달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은행대출은 대기업의 몫이었다. 중소기업은 단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용이 좋아도 담보가 없으면 은행 접근이 어려웠다.
한마디로 당시는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대로 맺혔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땅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다가 올 중소기업시대를 기대하며, 그 때 그들이 오를 ‘아침동산’을 일구는데 열중했다.
아침동산을 쌓는데 투입한 소재는 창의, 기술, 혁신, 지식 등 중소기업의 본질적 재료였다. 그들은 ‘한 낮에 찌는 더위’처럼 열악한 경영환경을 성장을 향한 ‘시련’으로 받아들이고 ‘서러움 모두 버리며’ ‘저 거친 광야’, 즉 기술경쟁시장, 해외시장으로 나아갔다.이 같은 중소기업들이 있었기에 우리 경제는 시장경제의 요체인 역동성을 잃지 않아 왔고, 오늘날 고용의 90%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최근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20대의 태반이 백수라고 해 ‘이태백’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지만, 우리가 3%를 약간 상회하는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덕분이다.
필자처럼 중소기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중소기업이 한국경제의 대안이고 미래라고 하는 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經濟大吉’ ‘景氣亨通’기대

주지하듯이 산업화시대의 기업경쟁력은 노동, 자본 등 전통적 생산요소의 투입량과 기업 규모에 의해 결정됐다. 그래서 대마불사란 말도 생겨났다. 그러나 지식정보화시대의 기업 경쟁력은 바로 중소기업들이 아침동산을 쌓는데 투입해 왔던 창의, 기술, 혁신, 지식과 중소기업의 또 다른 본질적 요소인 경쟁, 자율, 유연, 기민함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모든 조직의 생존 요소이기도 하다.
IMF 경제위기 이후 대마불사의 신화는 사라졌다. 오직 경쟁력의 확보만이 기업의 존립과 성장을 보장해 준다. 그 경쟁력은 기업이 규모에 관계없이 중소기업의 본질적 요소를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를 지속할 때 생겨나고 유지된다. 금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다. 정치적 소용돌이로 인해 중소기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언제나처럼 아침동산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저 거친 광야, 글로벌 경쟁시장으로의 끊임없는 도전을 지속할 것이다. 엊그제가 입춘이었다. 예상되는 시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의해 이뤄질 경제대길과 경기형통을 기대해 본다. 그것이 우리경제가 사는 길이기도 하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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