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빨리 다가선 봄. 이런 빠름이라면 금세 여름이 다가설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제 사계절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데,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계절을 바꿀 수도 없는 일. 어차피 3월이니 봄인 것은 당연한 일. 이 즈음 어김없이 찾게 되는 곳은 섬진강변의 매화꽃과 구례의 산수유 꽃 감상하기다. 하지만 해마다 몇 번이나 이곳을 찾았지만 정작 가장 적절한 시기를 맞추기는 어려웠는데,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최상의 사진을 얻어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섬진강변에 불어대는 바람과 꽃향에 취해보자.

고로쇠와 매화꽃 향연에 취한 섬진강변의 춘정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올 듯, 말 듯 하는 해빙기. 겨울옷이 무거워지고 겨우내 먹은 신 김치보다는 상큼한 겉절이 김치가 필요한 날이면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아우성을 쳐댄다. 삭막한 겨울 때를 벗어던지고 싶을 때 섬진강변에 매화꽃이 피니 찾는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 누군들 지루한 겨울을 벗어나고 싶지 않겠는가? 으레 찾는 곳이 광양 땅의 청매실 농원이다. 개인 농원이 해마다 매스컴에 소개되고, 찾아드는 사람이 많아서 뒤죽박죽 아우성을 치는 곳이라지만 이곳만큼 아름다운 매화꽃 군락지도 찾기 힘들다. 해마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있는 청매실농원의 여주인 홍쌍리 여사의 고운 얼굴에도 한해가 다르게 주름이 늘어가고 허리까지 구부정하다. 매실 밭을 한바퀴 돌려면 웬만한 산행하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흰 꽃밭 사이로 천년학 세트장도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매화가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구례 간전교에서 섬진대교를 잇는 강변길에도 흐드러지게 흰 꽃이 피어난다. 꽃 향은 얼마나 진하고 달콤한지 꿀벌이 꽃 위에 날아들어 윙윙대면서 꽃잎을 간질인다. 따사로운 봄 햇살 맞으러 열어놓은 차창 밖으로 흘러들어오는 꽃 향에 취하고 아름다운 강변길에 취하는 이른 봄 여정이 행복하다. 섬진강변의 봄 햇살을 가슴에 담으면 마음까지 너그러워진다. 이해인수녀의 “강”이라는 시구가 절로 읊조려진다.
‘지울수록 살아나는 당신 모습은/내가 싣고가는 평생의 짐입니다/나는 밤낮으로 여울지는 끝없는 강물/흐르지 않고는 목숨일 수 없음에/오늘도 부서지며 넘치는 강입니다.’

■주변 볼거리:인근에 망덕포구는 봄철이면 벚굴이 가을이면 전어축제를 여는 곳이지만, 상흔이 짙은 이미지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정감이 없다. 대신 옥룡사지의 동백군락지나 빈 절터, 그리고 백운산 자연휴양림의 하늘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리기다소나무 숲이 사랑스럽다. 솔숲 사이로 때 이르게 , 띄엄띄엄 피어난 진달래꽃이 여느 군락지보다 아름답다. 멀지 않은 도선국사마을(양산마을)에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사또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직접 만든 두부를 먹어도 좋다. 백운산 자락의 옥룡마을이나 어치 마을에 가면 고로쇠 수액을 판다.
■찾아 가는 길:무주-진주간 고속도로-단성나들목에서 하동 쪽으로 들어오거나 시천에서 청암을 거쳐 하동읍내로 들어와도 좋다. 호남고속도로 전주IC-전주, 남원방면 17번국도-남원 19번국도-구례읍. 화개에서 섬진강을 건너도 좋다.
■추천 별미집:청매실에서 섬진대교만 넘어서면 하동 땅이다. 하동송림 근처에 있는 여여식당(055-884-0080)의 재첩국과 밑반찬이 실하다. 시간이 많다면 광양시내에 있는 3대광양불고기(061-762-9250)집 등에 들러 멋진 만찬을 즐겨도 좋다.
■숙박 정보:숙박은 화개, 하동 등에 숙박할 곳이 여럿 있지만 시설은 매우 평범하고 피크 철이라 가격도 비싸다.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강변의 알프스 모텔(055-884-6427)이나 피아골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피아골 24시 찜질방(061-783-7775, 토지면 외곡리)을 이용해도 된다. 그 외 백운산 휴양림(061-763-8615, 옥룡면 추산리)이나 광양시내의 타워모텔(061-761-2410)외 다수 있다.
■사진 찍는 포인트: 매화 사진을 찍기 위해 해마다 봄철이면 이곳을 찾았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때 아닌 눈이 내리거나 일러서 꽃망울이 터지지 않거나 하는 등, 시기를 맞추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3월 중순에서 하순 때로 기억하면 될 듯하다. 매화는 특히 아침 햇살을 기억해야 되는데, 천년학 세트장 뒤켠으로 오르면 큰 바위가 있다. 그곳에 서서 내려찍는 사진이 멋지다.

구례 산수유 꽃 군락지 상위마을과 시목지
큰 나뭇가지에 앙징맞게 피어나는 노란 산수유꽃. 꽃이 만발한다 해도 나뭇가지가 워낙 커서 화사한 맛은 느낄 수 없다. 그래도 개체수 한 개씩 관찰해보면 나름 예쁘기도 하다. 구례 산수유 꽃은 이웃하고 있는 하동 광양의 매화꽃과 비슷한 시기에 꽃망울을 터트린다. 1주 정도 상간으로 축제를 여는데, 당해 일기에 따라 운 좋으면 두 곳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평촌, 반곡, 월계, 상위마을 등 이 일원이 전부 꽃 군락지라 생각하면 된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 잡은 만복대 기슭의 상위마을. 산동면에서도 산수유 품질이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어 일명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그 마을 전체를 줄기 굵은 산수유나무가 뒤덮고 있다. 봄철이면 집집마다 산수유 열매와 농산물을 판매하러 나선다. 고로쇠 수액도 물론 빠지지 않는다. 겨우내 얼었던 물이 계곡 따라 내려온 덕분에 물줄기도 우렁찬데, 그 사이로 버들강아지가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낸다. 청보리와 산수유 꽃이 어우러진 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랑이 밭들이 정겹다. 고로쇠 수액과 들나물을 파는 아낙들의 얼굴에도 화사한 봄 햇살이 드리워진다. 군락지 이외에도 진례마을의 시목(始木)지를 기억해도 좋다. 옛날 산동성에서 시집온 색시가 처음 갖고 와서 번졌다는 수령 오래된 산수유가 마을을 버팀목처럼 지키고 서 있다. 찾는 이 없어 한갓진 마을 돌담장으로 삐져나온 산수유 꽃이 정겹고 봄 햇살에 담소를 즐기는 노인 두 분의 얼굴이 곱다. 연세에 비해 젊어 보이는 피부는 아마도 건강에 좋다는 산수유를 많이 드셔서 그런 것은 아닐까?

■주변 볼거리:저녁 예불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화엄사’, 그리고 모과나무로 만든 기둥이 독특한 ‘구층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연기암’ 등은 구례 여행의 필수코스다. 이른 봄에 연기암쪽으로 가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또 하나는 화엄사의 각황전의 홍매화와 지장암 올벚나무(천연기념물 제38호)도 큰 볼거리다.
■찾아 가는 길: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든 88고속도로를 이용하든 남원을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남원에서 19번국도 이용해 구례 쪽으로 내려오면 지리산 온천과 상위마을 팻말이 나선다. 팻말 따라 가면 산수유 마을이다. 진례마을은 산동터널을 통과하자마자 팻말 따라 가면 된다.
■추천 별미집:축제장 주변에 여러 맛집이 있지만 딱히 기억나는 곳은 없다. 그래서 남원의 현식당(063-626-5163, 추어탕), 우소보소(063-633-7484, 찌개백반)를 찾는다. 화엄사 입구에 있는 유명 음식점 또한 지금은 가고 싶지 않은 식당이 돼 버렸다.
■숙박정보:지리산 온천지구 화엄사지구의 민박, 콘도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산사랑펜션(061-783-6090 www.hubpark.co.kr), 프린스펜션(www.jirisanprince.com), 한화리조트(061-782-2171), 지리산 스위스 관광호텔(061-783-0700)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사진 찍는 포인트:시기는 3월 중하순경이 적격하다. 산수유 마을은 딱히 사진 포인트를 말해주기 어렵다. 계곡과 꽃, 돌담과 꽃을 함께 연출해 찍는 것이 멋지고, 전체 풍광을 내려서 찍고 싶다면 구석구석 뚫려 있는 언덕길로 올라가면 된다. 여러 갈래가 있어서 딱히 설명해줄 수 없으니 위치를 대충 가늠해서 찻길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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