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뉴스는 결코 밝지가 않다. 2007년 올해 기업들의 신규인력 채용 예상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21.4% 줄어들 것이라는 조사, 일본이 앞서 가고 중국이 쫓아오고 있다는 ‘샌드위치 대한민국’의 이야기, 지난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4.2%로 낮아졌다는 보도 등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학력 인구와 세계 최고의 IT기술, 높은 인터넷 보급률, 강경하긴 하지만 근면한 노동력 등이 아직도 존재한다. 또한 엄청난 훈련과 준비로 세계대회를 제패한 수영의 천재 박 태환, 상대적으로 정부 관심과 지원이 덜한 상황에서 시민과 지자체가 한데 뭉쳐 유치에 성공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9988(중소기업 사업체 수 99%, 중소기업 종사자 수 88%) 중소기업에게도 이와 같은 기쁘고 즐거운 뉴스는 없을까? 그 중 하나가 성공적인 경영권 승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2007) 기은경제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중 잠재적인 승계업체(업력 20년 이상, 경영자 연령 50세 이상)는 68.6%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승계전략은 보통 최소 5년에서 15년 정도 소요되는 기나긴 과정이므로, 평소 이에 대한 준비소홀은 기업의 존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상속 = 제2창업’인식부터 바꿔야

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갑작스러운 승계나 매우 급한 승계는 암묵지의 이전이 어려우나, 계획된 승계는 사회적 자본의 이전이 잘 돼 서류로 인계하기 어려운 경영 노하우, 기술, 사회적 네트워크 등의 이전이 용이하다고 한다.
이러한 경영권 승계가 잘 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더불어 관련제도가 정비돼야 할 것이다. 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제도 중에 하나가 바로 상속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후계자로 가족을 생각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약 86.7%이나, 기업(가업)을 물려받는 가족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부의 세습으로 여겨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서구,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이를 제2의 창업으로 간주하고 정책적으로 지원까지 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점진적인 상속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더구나 미국 국민들은, 단 1%가 상속세를 납부하지만 국민의 70%가 상속세 폐지를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세율 인하로 경영권 승계 유도

그럼 현재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공식적으론 중소기업의 상속세율이 50%이지만,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할증율, 증여세 등으로 86.3%라는 엄청난 고율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는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의 울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등 많은 국가들이 이미 상속세율을 0%로 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해당 중소기업의 준비 역시 매우 중요하다. 먼저 현재의 경영자는 은퇴 후의 재정계획을 포함한 자세한 계획이 세워져야 하며, 후계자는 해당 기업을 경영할 정도의 능력과 의지를 갖추어야 될 것이다. 그런데 현 경영자, 후계자, 그리고 이해관계자 모두 가족이라면, 가족구성원간의 신뢰와 믿음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신뢰와 믿음만이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가족이 생성되며 이런 ‘가족(family)’이 가족 기업의 최고의 자원이며, 나아가 이는 기업의 경영성과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기업에 필요한 자원인 ‘가족’이 바람직한 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가족의 역사, 가족의 비전, 가족사명서, 그리고 행동 계획 등이 포함된 ‘가족계획’과, 가족전체의 상호 관심사를 다룰 ‘가족회의’가 그것이다.
상속세제 개선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관심, 가족사명서와 가족회의 등 해당 중소기업의 철저한 승계준비, 그리고 중소기업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일반국민의 긍정적 인식,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중소기업은 활짝 핀 4월의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남영호
건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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