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여야는 법인세율 1%포인트 인하를 골자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논란 끝에 통과시켰다. 개정된 법인세법에 의해 과표 1억원 이하의 기업은 법인세율이 16%에서 15%로, 1억원 초과 기업은 28%에서 27%로 인하됐다.
그러나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기업 경쟁력 제고라는 국가경제의 큰 틀에서 이뤄지기보다 당리당략에 따른 지루한 정쟁 끝에 새해 예산안 통과를 볼모로 한 정치적 타협으로 마감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힌 ‘각국의 조세경쟁’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OECD 선진국들 간의 법인세 인하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재 연구원은 “선진국들의 감세정책은 경제활력 회복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가 주요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법인세율을 대기업의 경우 현행 27%에서 21.6%로 낮춰야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 민간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일률적인 법인세율 인하만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중소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2000년 말 기준 과표 1억원 이하 기업이 전체 법인세 신고법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업체수로 79.6%에 달하고 세액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中企 법인세 부담 더 커
이런 상황에서 과표기준 조정 없이 세율조정만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확보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지적이다.
또한 과표 1억원 이하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살펴보면 98년에 16.3%, 99년 17.2%, 2000년 18.0%로 점점 증가하고 있어 과표 1억원 초과 기업이 부담하는 실효세율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 경제학과 황두현 교수는 “과표 1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한다면 투자여력이 낮은 중소기업들의 기술투자가 촉진되고 경영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세액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세수감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완전 면세가 힘들다면 법인세율을 5% 이하로 대폭 인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실효성 낮은 조세지원제도
정부는 80년대 이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각 부문에 걸친 다양한 조세지원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 ‘중소기업특별세액공제제도’ 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
그러나 ‘최저한세율 제도’와 ‘중복지원 제한’ 등으로 인해 실질적 혜택이나 지원제도 본래의 목적달성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저한세율 제도는 기업이 각종 조세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의무적으로 납부해야하는 최저한의 세율로 현재 중소기업은 12%, 대기업은 15%를 적용 받고 있다.
또 지원제도 자체가 복잡하고 각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접근이 어렵고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조세지원제도 활용이 미흡한 원인으로 ‘지원내용과 방법을 모른다’(43.8%), ‘지원대상이 아니다’(33.6%)라는 응답비율이 높았으며, ‘최저한세적용’(11.5%), ‘중복적용배제’(4.6%)로 조세의 일부만 감면 받기 때문에 실질적이 혜택이 별로 없다는 응답비율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6월 ‘중소기업·근로자 복지 지원을 위한 세제보완 과제’ 건의서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면 법인세 특별세액 감면 외에도 R&D나 시설투자에 따른 조세감면이 필요하지만 최저한세율이 12%에 묶여 있어 특별세액 감면을 받은 기업은 추가 조세감면을 받을 여지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의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소기업의 최저한세율을 8% 수준으로 낮춰 시설투자나 R&D 투자에 따른 실질적인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원제도 오히려 뒷걸음
정부는 공적자금 상환 등을 위해 중소기업 비과세·감면제도를 폐지·축소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확정,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조세지원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계는 “재정수요를 충당키 위해 중소기업과 관련한 다수의 조세감면제도를 폐지·축소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키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중소기업계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최근 ‘차기정부의 60대 중점 추진과제’를 마련, 중소기업의 안정적사업기반 구축을 위한 세제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중소업계는 우선 법인세 과표구간을 재조정해 과표 1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하고 과표기준을 2억원 또는 5억원 등으로 나눠 10∼25% 수준의 세율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지원세제와 관련해서는 ‘최저한세’, ‘중복지원 배제’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 각종 세제를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최저한세율을 현행 12%에서 8%로 인하하고 중소기업 관련 지원세제는 중복지원을 허용해 실질적 혜택을 높여 달라는 게 중소업계의 요구다.

부가세 7%로 인하해야
또 76년 제정이후 25년 동안 유지해온 10%의 부가가치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주장이다. 중소업계는 구체적으로 2005년까지 7%로 부가가치세의 단계적 인하를 건의했다.
유통·서비스사업자들의 신용카드 사용 확대, 소규모점포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의 현실적 정책을 추진하면 부가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분을 충분히 보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중소업계는 중소기업 경영권 승계에 따른 주식할증과세제도를 폐지하고 상속세 연부연납 허용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 가업상속에 따른 일시적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두현 교수는 중소업계의 이런 요구에 대해 “정부의 세재운용은 재정건전화와 조세 형평이라는 목표를 견지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적용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눈높이에서 세율인하와 세액감면이라는 수단을 적절히 조합해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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