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산업화시대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의 성장경험으로 우리 모두는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 경제를 자랑스러워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이므로 잘 사는 외국이 우리를 특별히 도와주어야 마땅하다는 후진국 멘탈리티를 탈피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한강의 기적’을 재벌그룹으로 변모한 대기업들이 선두에 서서 이끌었고, 20세기에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 주역이 바로 중화학공업이었기 때문인지, 우리 국민들은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큰 것은 좋은 것이고 작은 것은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규모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었다.
특히 20세기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것 즉 ‘중후장대(重厚長大)’에 보다 큰 가치를 부여하였으므로 대기업은 좋은 기업이고 중소기업은 보잘 것 없는 기업이란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이상스러운 것은 아니다.
더구나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1학년 1학기 책부터 “내가 키가 크니까 내가 왕이야”로부터 6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내가 그(반장)를… 금방 구별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있어 뵐만큼 앉은키가 크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규모에 대한 편견을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쳐 왔다.

규모의 편견 없애야

비록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통해 절대빈곤을 탈출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데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1995년도에 일인당 소득 1만달러 고지에 올라 선 이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만달러 고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1만달러 고지에 오른 이래 2만 달러 고지탈환에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나라들이 걸린 이른바 ‘1만달러의 덫’에 우리도 걸린 것은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2만 달러 고지 탈환에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외 여러 이유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속도가 70년대와 80년대의 반 토막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심각한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 구직을 포기한 자발적 실업자를 포함하면 거의 백 만명의 젊은이들이 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는 대기업이 아니라 주로 중소기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2004년도 기준으로 근로자의 86.5%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대기업에는 13.5%만 종사하고 있다. 이는 실업문제의 출구는 중소기업, 특히 국제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육성에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창업가정신 미래의 성장동력

우리 정부는 지난 수 십 년 간 중소기업의 육성을 국가시책으로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모든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정책을 시행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취약한 중소기업의 육성에 더 많이 진력하게 돼, 정부의 보호망에 안존하기 위해 중견기업으로 커지기를 꺼려하는 경우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약자보호에 치중하다보니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거나 중견기업들의 쾌거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 결과 국민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은 모두 경쟁력 없는 영세기업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젊은이들로 하여금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중소기업을 폄하하거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각종 중소기업관련 민관기관에서 일반국민들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연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모든 대기업이 일류기업이 아니듯 모든 중소기업이 이류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창업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자랑스러운 삶의 방식임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로 인해 70년대와 80년대처럼 경제가 연간 8% 이상의 속도로 성장할 수 없는 지금, 중소기업을 창업하겠다는 꿈을 갖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 우리나라가 직면한 실업문제가 효과적으로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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