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명품수제구두 대중화시대 열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2천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도록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남은 인생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최근 중저가 명품수제구두 ‘향’을 출시하며 명품구두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주)바네스(www.hyang.com)의 조한금 대표이사는 화장품 유통업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후 57세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구 및 신발 제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 여성CEO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조 대표가 현재의 자리에까지 오게 된 사연은 남다르다. 28년전 당시 모 신문사 기자였던 남편이 언론통폐합으로 해직을 당하면서 5년간 별다른 수입 없이 지내며 쌓여온 빚을 갚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던 것이 지금까지 사업을 하고 있는 계기가 됐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남편의 해직으로 가난의 고충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던 조 대표는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자금이 필요 없고 특별한 지식을 요하지 않는 화장품 판매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첫 날 판매실적은 2개였지만 그날 얻은 것은 첫 판매에 따른 이익금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었다”며 조 대표는 당시의 경험이 지금의 기업경영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3개월만에 최고실적을 올린 사람에게 주는 금배지를 받을 만큼 판매능력을 인정받으며 급기야 판매사원 시작 1년만에 대리점 관리지사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전국 최고의 매출을 자랑하며 안정적인 지사장을 하고 있던 조 대표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창업이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00년 인천 중소기업청에서 여성기업인 협동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영세한 여성기업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공동부지를 매입할 기회가 주어졌고 때마침 15년 경력의 전문가구 디자이너와 연결이 돼 (주)바네스란 이름으로 가구제조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창업 초기에는 주로 대기업에 OEM으로 납품하던 바네스는 세련된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TV 3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에 협찬을 할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되는 저가 가구들로 인해 국내 가구시장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됐으며 바네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가격경쟁력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조 대표는 새로운 사업분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명품구두제조 사업이었다. 물론 유명구두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했던 조 대표의 큰 딸이 신발제조에 뛰어들게 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탓도 있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명품구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조 대표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딸이 디자인한 제품이 엘르, 보그 등 세계 유명 잡지에서 발리, 페라가모, 미우미우 등과 나란히 소개되는 것을 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인이라면 충분히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조 대표는 2004년 6월 ‘최정인 슈즈’라는 명품 브랜드를 런칭하며 수제구두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바네스의 최정인 슈즈는 연애인과 상류층의 입소문을 타고 국내 명품구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품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정인 슈즈는 디자인과 품질에서는 바네스를 알리는데 기여했지만 극소수에 치우친 소비자층으로 인해 수익창출이라는 기업경영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조 대표는 최근 ‘향’이란 이름의 중저가 세컨드 브랜드를 출시하고 명품구두에 대한 소비자층을 확대함으로써 기업경영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명품에 대한 국내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최정인 슈즈는 너무 고가라서 일반인들이 구매하기 쉽지 않아 20~30만원대 중저가 명품브랜드 ‘향’을 만들게 됐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조 대표는 “창업 후 수익발생을 눈앞에 두고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기업들이 많다”며 “창업도 중요하지만 창업 후 수익을 내며 본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여성CEO이면서 수필을 쓰는 문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남편과 틈틈이 해외여행을 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엮은 기행 수필집 <눈으로 가고 발로 보고>와 자전적 내용의 수필집 <멋지게 베팅하라>을 출간한 바 있다. 문의 : 032-434-0097
김병수기자·사진=나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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