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의 장기화로 제조업 경영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수출중소기업은 원화강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출점과 높은 카드수수료 문제로 유통업이 신음하고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벤처기업과 제조업, 유통으로 나눠 3회에 걸쳐 우리 경제의 현주소와 대안을 점검한다.

“벤처기업 글로벌전략 서둘러야”
기술집약적 벤처기업의 효시는 1982년 설립된 큐닉스. 이후 메디슨, 한국과컴퓨터 등이 창업하면서 1세대 벤처기업들이 척박한 토양에서 태어나기 시작했다. 초기 벤처들은 열악한 인프라에서 첨단기술 국산화에 치중했고 정보혁명의 흐름을 탄 2세대 벤처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96년 이후 미국식 벤처기업의 모델을 추구한 국내 벤처생태계는 97년 정부가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벤처캐피털, 코스닥, 인큐베이터 등 기반이 조성되면서 벤처신화를 만들어 냈다.
■벤처붐 어떻게 형성됐나= 지난 98년 5월부터 99년 10월까지 월 평균 289개사가 창업하고 대학생들이 취업대상 업체로 벤처기업을 가장 선호하는 등 본격적인 벤처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99년 2월부터 코스닥 시장이 폭등하고 창업투자회사 및 벤처투자조합이 늘어나면서 자금유입이 급증했다. 신규 투자조합 수는 99년 전년에 비해 3배 늘었고 신규 투자결성액도 2,198억원으로 98년에 비해 2.6배 늘었다.
그러나 벤처 붐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미국 발 벤처혁명의 파급. 반도체, 정보통신 등 첨단 기술과 인력 등 기반이 갖춰진 국내 산업계는 IMF를 겪으면서 기존의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급변화 했고 풍부한 시중자금이 벤처를 투자처로 선택 이 같은 붐을 일궈냈다.
■성공한 벤처기업 어떤 특징이 있나= 성공가도를 달려온 벤처기업들은 확실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한 경우.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인터넷, 정보통신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시장이 작거나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틈새시장을 공략해 카리스마적 창업자의 비전과 추진력을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옥션 신화를 일궈낸 이금룡 KR얼라이언스(주)대표는 “초창기 벤처기업은 수입품의 국산화대체기술에서 출발했지만 2단계로 넘어오면서 인터넷과 연계됐다”며 “인터넷의 등장으로 완전히 없던 시장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꼽은 옥션의 성공요인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지 못했던 상인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한 것. 여기에 초고속 통신망과 디지털카메라, 에스크로시스템 등이 연계되면서 벤처 성공의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나= 문서와 컨텐츠 보완처리를 하고 있는 M사. 기술집약형 기업인 이 회사는 차세대 기술을 준비하고 있지만 연구개발에 필요한 개발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 회사 류 대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우대 대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높은 금리로 큰 규모의 자금을 쓰는 벤처기업들은 금리부담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개발대행 벤처기업 A사. R&D 제품개발과 시험분석을 대행하는 이 회사는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돼 정부주도의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는 서비스업종의 국가연구개발과제 참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대 60%의 비용을 지원받는 국책연구소와 가격 경쟁이 안돼 민간기업 중심의 연구 및 개발대행 사업이 침체되고 있다.
이 회사 김 대표는 “이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국내 연구개발대행 민간 벤처회사가 1천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 된다”며 “금융권의 대출 심사에서도 제조업과 달리 불이익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2005년 4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던 A사. 이회사는 지난해 1400억원대 매출을 기록 불과 1년만에 성장세가 꺾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성장토양이 빈약한 점을 꼽는다.
벤처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종속돼 부품업체로 전락해 있어 대기업이 한계 상황에 도달할 경우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또 틈새시장을 주력시장으로 키웠지만 회사의 규모가 작아 생태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성장단계별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영요소를 제 때 공급받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다.
백종진 벤처기업협회장은 “기업은 창업 이후 1천억원대, 5천억원대 등 각 성장 단계에 필요로 하는 경영 요소를 제때 얻어야 성장할 수 있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3~4년 전 휴맥스나 레인콤이 인수합병(M&A)이나 기술거래 등을 통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보다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규모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금룡 KR얼라이언스(주)대표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확대가 필수”라며 “국내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선행돼야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민간주도형 종합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70년대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에 나섰던 종합상사가 30년 지난 자취를 감췄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민간주도형 IT종합상사, e-무역상사 등을 만들어 인력양성서부터 체계적으로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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