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가 지구상에 시작되면서부터 나타난 기업이 가족기업이라고 한다. 가족기업은 산업혁명 이전까진 기업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산업혁명으로 대규모 기업이 나타나면서부터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가족기업은 엄연히 존재하며 그 비율 역시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美기업 92%가 가족기업

미국의 경우 전체기업의 92%, 독일의 경우 노동력의 75%, 모든 호주기업의 75%, 영국은 상위 8000대기업의 76%, 스페인 71%, 우리나라 기업의 68%(실제로는 90% 이상으로 추정)가 가족기업으로 조사되고 있다.
80년대 이후부터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과거의 유물이며 더 이상 산업사회에서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가족기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고,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앞 다투어 가족기업 관련 연구소나 교과목 개설 등을 하게 됐다.
이유는 뭘까? 이는 뭐니 뭐니해도 가족기업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시스템이며 가족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역할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경영이념 중에서 첫 번째가 바로 계속기업의 추구이다. 계속기업은 대외신임도 향상, 지속적인 이윤창출, 종업원의 고용 안정, 나아가 장수기업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거의 대부분 가족기업으로 판명됐다. 가족기업이 장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경영권 승계가 원만하게 이뤄져야 가능하다.
경영권승계는 계주의 바통터치와 비슷해 ‘현재의 오너(최고경영자)’, ‘장차 기업을 물려받을 후계자’, 그리고 이를 ‘예의주시하는 이해관계자’ 3 당사자의 조화와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중 후계자는 누가 적합할까?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나,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의하면 경영자의 61.2%가 자식이 후계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중에는 전문경영자의 승계를 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의 선택은 현재의 오너와 이해관계자들에게 맡기고, 이들의 현명한 선택을 도와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소유경영자가 경영하는 가족기업에서 승계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가족기업의 경영성과가 비가족기업보다 우수하다는 연구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고도의 기술이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중요한 암묵지의 이전은 가까운 가족(자식)일 경우 유리하다는 학설도 나오고 있다. 둘째로, 평생 동안 일군 기업을 가장 가까운 가족 특히 능력있는 자식에게 넘겨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즉 가족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도란 말이다.

원활한 승계위한 지원책 마련을

계속기업의 경영이념을 살린 장수가족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가족 특히 자식이 기업을 물려받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도 기업을 경영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자식이 후계자가 돼야 함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후계자교육과 더불어 ‘가족회의’, ‘가족이사회’ 등의 상설화로 후계자의 능력을 사전에 키워주고 나아가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겠다.
이런 제도와 시스템이 상설화된 기업에게 승계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후계자의 교육훈련이, 단기적으로는 세법상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법개정의 예로는 현행 가업승계공제액인 1억 원의 상향조정, 중소기업의 상속재산에 대한 할증평가가 아닌 일본과 같은 할인평가, 독일처럼 상속세(증여세)의 1/10씩 감면 10년 후 상속세(증여세) 전액 면제,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PEI)州 처럼 중소기업 소유권 이전 기업가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업승계계획지원’ 등이다. 부(富)만의 단순한 승계가 아닌 고용의 승계, 사회적책임의 승계가 이뤄지는 가족기업이 마음 놓고 승계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남영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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